조선·해운 구조조정 5대 핵심 포인트

윤진호,정석우,박용범,우제윤,정석환 2016. 4. 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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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궤도 오른 기업구조조정 ◆

정부가 '산업개혁'을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으로 내세운 가운데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가시화하고 있고, 현대상선·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통한 양사 합병이라는 '플랜B'까지 급부상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도 구조조정 협의체를 거론하고 있다. '기업발 제2의 IMF를 막자'는 데 여·야·정이 공감대를 형성한 모양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5대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① 칼빼든 금융당국…현대상선 법정관리 불가피론 확산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돌입이 예정보다 빨리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21일 "현대상선 법정관리에 대해 현명한 선택을 하겠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법정관리 조기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당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에 6월 말까지 시한을 줬으나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 따라 시한이 앞당겨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한이 앞당겨진 이유는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 만기 연장이 현대상선과 채권단 의도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법정관리를 피해야 하는 명분이었던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도 현대상선은 물론 한진해운까지 경쟁력 있는 얼라이언스에 남게 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분석이다.

용선료 인하 협상의 경우 현대상선은 4월까지 매듭짓겠다고 했으나 정통한 한 관계자는 "5월 중순까지 늦춰질 수 있다"며 협상이 지체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사채 만기 연장 역시 사채권자인 신협과 농협이 여전히 만기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점도 현대상선 법정관리 조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내년 초 글로벌 얼라이언스 체제의 대변혁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아직 위치를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중국 코스코(COSCO), 프랑스 CMA-CGM, 홍콩 OOCL, 대만 에버그린 등 글로벌 선사들은 오션얼라이언스(OA)란 이름으로 해운동맹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규모 면에서는 현재 최대 얼라이언스인 2M을 넘어섰다.

결과적으로 한진해운이 속해 있는 CKYHE는 선복량이 가장 많았던 코스코와 에버그린을 잃으며 입지가 급격히 위축됐다. 현대상선이 속한 G6에서도 OOCL과 CMA-GGM에 합병된 APL이 내년부턴 빠지게 된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양대 얼라이언스가 보유한 2만TEU급 배는 20여 척씩이나 되는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비롯한 나머지 선사들을 합쳐도 초대형 선박은 5척에 불과해 가격경쟁력 면에서 뒤처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② 한진해운 부채 만기연장 잘될까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 역시 조건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상황은 밝지 않다. 자율협약에 따라 한진해운의 1금융권 부채 7000억원가량이 만기가 연장되면서 급한 불을 끄고 용선료 협상이 계속 진행될 수는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과 맞물린 해외 용선주와의 용선료 협상이 타결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자율협약은 1금융권 부채에 대해서만 효력이 있기 때문에 회사채나 상거래 채무 같은 다른 채권 유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은행권 부채가 전체 부채 중 30%가량인 현대상선에 비해 한진해운의 은행권 부채 비율은 20% 미만으로 미미하기 때문에 자율협약 효과 역시 미미하다는 얘기다.

채권단 관계자는 "조건부 자율협약은 '은행들은 일단 만기를 연장해줄 테니 용선주나 사채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도 일정한 자구 노력에 동참해 달라'는 일종의 유도책인데 한진해운의 은행권 부채 비율이 워낙 낮아 이런 유도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며 "(조건부 자율협약이) 법정관리로 가기 위한 일종의 환승역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성패는 용선료 협상과 한진그룹 차원의 자산 매각, 오너의 대규모 사재 출연 등 근본적인 자구안 마련에 달렸다. 조건부 자율협약은 회사채 등 사채권자들의 만기 연장과 선주들을 대상으로 한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공한다는 전제에서 산업은행 등 은행 채권단의 채무 만기를 연장하는 특수한 구조조정 형태다.

③ 대우조선 추가 인력감축 얼마나

"드디어 올 것이 왔군요. 지금 당장은 기존에 수주한 일감으로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이대로 가면 내년 이후에는 일감이 없어집니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주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 조선업계 종사자가 한 말이다. 정부 관계자가 대우조선의 적정 인력이 1만명 선이라고 언급한 것은 대우조선 인력 감축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 인력 규모는 1만3199명으로 25%가량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 속내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대우조선에는 약 4만2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성기에는 5만명에 달한 적이 있었지만 해양플랜트 작업이 감소하면서 점차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최근 "3만명 정도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공적자금을 수혈받으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300명이 나갔고 임원 숫자도 30% 정도 줄였다. 부서 숫자도 30%가량 줄이고 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정부가 대우조선의 적정 인력을 다시금 강조하고 나선 것은 다른 조선업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중공업은 상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인력이 1만3974명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186명 늘어났다. 삼성중공업 측은 대졸 신규 채용 400명, 경력직·시간제근무자 400여 명을 채용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600여 명이 회사를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해양플랜트 사업의 취소 또는 연기가 잇따르고 있어 추가적인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④ 현대重 10명중 1명 줄인다는데…

세계 1위 조선소로 초호황을 누려왔던 현대중공업이 마침내 인위적인 대규모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임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2만7409명이다. 10명 중 1명을 내보내겠다는 계획이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6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본사 인력을 줄이는 것 이상으로 협력업체에서도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전망이다. 협력업체는 프로젝트별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중심으로 1300여 명을 희망퇴직을 통해서 내보냈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조선 경기 악화에 이런 조치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직도 통폐합해 전체 조직의 약 20%에 해당하는 100개 이상의 부서를 없애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2년 동안 4조79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해 초 1300여 명을 희망퇴직시킨 후에 더 이상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자 다시 메스를 대기로 한 것이다. 현재 현대중공업 인력은 최전성기였던 2010년에 비해서도 3000명 이상 많은 규모다. 1인당 평균 인건비는 불황 속에서도 계속 늘어났다. 2013년 7232만원이었던 현대중공업 평균 인건비는 2014년 7527만원, 2015년 7827만원으로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지만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최근 임단협 개정안에서 회사 측 부담이 연간 4000억원 늘어나는 안을 내놓아 빈축을 샀다.

현대중공업이 이렇게 인력 구조조정안을 내세운 것은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3사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자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이 매를 맞기 전에 먼저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⑤ 구조조정 여야정협의체 순항할까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정부와 야당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정부와 야당의 정책 공조가 어디까지 이뤄질지 주목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과 노동개혁 4법도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입법이 되면 구조조정에 도움이 된다"며 경제 민생법안의 19대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유 부총리는 이와 함께 "기존의 법적 장치로도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에 대응할 수 없을 경우 새로운 조치를 협의할 수 있다"며 "이르면 다음주라도 야당을 방문해 협조를 구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두 야당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수권정당·경제정당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부와 경제정책을 조율하려 하고 있다. 더민주는 구조조정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정리해고를 우려해 구조조정에 반대하던 기존 입장에서 선회해 구조조정 대책 마련을 위한 정부와의 협의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구조조정 문제를 연구할 당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정부가 구조조정 대책을 짜서 갖고 온다면 듣겠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참여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김진표 더민주 당선자도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구조조정이) 이를수록 좋다.

'좀비기업'들은 존속할수록 은행 돈만 빨려들어갈 뿐 회생 가능성이 작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구조조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미래 먹거리 발굴을 포함한 구조개혁을 강조하면서 구조조정 이슈를 선점하려는 더민주와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정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조속히 경제대화에 나서야 할 때"라며 "(정부의 산업개혁은) 도대체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뭘 한다는 것인지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대기업도 문어발식 재벌 구조가 아니라 좀 더 집중된 형태, 글로벌 수준의 전문 대기업으로 재편하고 중소기업도 독일식 히든챔피언으로 대표되는 세계적 중견기업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진호 기자 / 정석우 기자 / 박용범 기자 / 우제윤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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