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유화 실적 '방긋'..매출은 줄어 '불황형 흑자'

정욱,박용범 2016. 4. 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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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영업이익 6598억..'작년 적자쇼크' 탈출LG화학 26%↑..정유4사 영업익 작년 2배 될듯

◆ 기업 1분기 실적 ◆

포스코가 21일 1분기 영업이익으로 6598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알린 가운데 서울 대치동 포스코 사옥 안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
조선·해운 업체들이 최악의 불황에 빠졌지만 석유화학·철강 업체들 실적은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경기 관련 업종들은 바닥을 다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했던 포스코는 1분기에 35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날 실적을 공시한 LG화학과 에쓰오일 역시 각각 전년 대비 대폭 개선된 실적을 내놨다. 개별 기업들이 개선된 실적을 내놓으면서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퍼져나오고 있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지난 19일 실적을 발표한 두산그룹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적자를 기록했던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1분기에 흑자 성적표를 내놨다. 이에 앞서 실적 전망치를 공개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업계와 증권가를 깜짝 놀라게 할 1분기 성적표를 예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염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개별 기업들의 외형(매출)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21일 실적을 발표한 주요 대기업들 역시 매출이 감소했으며 삼성전자·LG전자도 사정은 비슷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서 나온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정유·석화사 등은 업종 경기 순환 사이클에 따른 호황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석화 부문을 제외한 기타 부문 실적은 저조했다.

◆ 포스코 매출은 17% 줄어

포스코는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매출이 대폭 감소했다.

포스코의 1분기 매출은 12조46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감소했다. 포스코 측은 철강재 가격 하락으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매출이 축소됐지만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3193억원 늘어난 6598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2.9%포인트 개선된 5.3%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보다 순이익이 개선된 것은 해외법인들 실적이 호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중국 스테인리스 법인인 장가항포항불수강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제철소도 적자 폭을 줄였다. 중국 정부가 철강 공급량을 줄이기 위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철강재 가격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철강 경기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포스코는 지난 1분기에 발전 부문 계열사인 제네시스를 매각했고 포스코러시아 청산 작업을 마무리하는 등 6건의 계열사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계열사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 개선 효과는 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석유화학 실적 개선 가속도

지난해 5년래 최고의 실적을 올렸던 석유화학 업종은 1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뚜렷했다.

LG화학은 21일 올 1분기 매출 4조8740억원에 영업이익 457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4조9150억원)에 비해 0.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6.5%나 늘었다. 에쓰오일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배 이상 늘었다. 에쓰오일은 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 3조4284억원과 영업이익 4913억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 역시 매출은 작년 1분기(4조3737억원)에 비해서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381억원에서 106%나 늘었다.

정유·석유화학 업종은 저유가와 함께 나타난 수요 증가 덕에 작년부터 실적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날 실적을 밝힌 두 회사 외에도 업종 전반에 걸쳐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 정유 1분기 영업이익 2조원 넘어

정유 업계에서는 올 1분기에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9601억원의 두 배를 넘는 수준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 수준에 오른 것은 2012년 1분기(2조2241억원) 이후 처음이다. 저유가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싼 가격 덕에 수요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실적에 도움이 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1분기 등락을 거듭했지만 수요가 받쳐주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마진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 실적 전망의 가늠자로 활용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업계 손익분기점인 4~5달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화학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수요 증가에 따라 제품별 마진이 좋아졌다. 석유화학사들의 실적을 가늠해보는 지표로 많이 쓰이는 에틸렌스프레드(에틸렌 판매가와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차이)는 작년 1분기 평균 t당 499달러이던 것이 올 1분기엔 675달러까지 올랐다.

작년 2분기(t당 820달러) 수준에는 미치치 못하지만 3·4분기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덕분에 LG화학은 석유화학 제품 등을 다루는 기초소재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45%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개선이 이뤄졌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다루는 정보전자 부문과 소형전지·전기차 배터리 등을 취급하는 전지 부문에서는 영업이익이 모두 적자 전환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 20일 "석유화학 부문이 내년까지는 괜찮겠지만 그 이후엔 걱정"이라며 "짧은 호황 뒤의 긴 불황을 염려해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LG전자는 1분기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지만 LG디스플레이·SK하이닉스는 이익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정욱 기자 /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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