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커 뉴스] 개헌 없이 대선 결선투표? 헌법학 교수 10명 중 8명 "No"

최선욱 2016. 4. 20.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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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7년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대선에서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2등 후보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를 해 대통령을 뽑자는 내용이다. 내년 대선에서 다시 불거질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안 대표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안 대표는 이달 초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또다시 이합집산이 없도록 결선투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데 이어 선거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개혁적 보수층은 절대 ‘2번’(더불어민주당)은 찍지 않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할 수 없어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그 방법으로 “공직선거법을 고쳐 결선투표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더민주의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김정훈 의장도 “개헌이 필요한 제안인데, 기존 개헌 논의와는 동떨어진 주제여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안 대표가 선거법 개정 주장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안 대표의 말대로 개헌 없이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가 18~19일 헌법학 교수 10명에게 문의한 결과 8명이 “개헌 없는 결선투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들은 “개헌 없이 결선투표로 대통령을 뽑으면 향후 위헌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며 “대선 자체에 대한 무효 논란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1962년 개헌으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했고 오스트리아·포르투갈·슬로바키아·체코 등도 헌법으로 결선투표를 규정 했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한국에도 대선 결선투표가 존재한다.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67조 2항)는 헌법 규정에 따라서다.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을 가정한 규정이다. 이에 대해 김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헌법에서 가정한 것과 다른 상황에선 결선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신평 경북대 교수도 “헌법에 반영되지 않은 의도를 새로 추가하기 위해선 개헌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헌환 아주대 교수는 “안 대표의 주장은 공동 1등 득표자가 생겼을 땐 헌법,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선거법을 고쳐 결선투표를 하자는 뜻”이라며 “그러면 법 적용의 일관성이 무너진다”며 개헌을 주장했다.

8명의 교수들은 과반에 못 미치는 1위 득표자도 대통령에 당선되는 ‘상대다수대표제’가 헌법 정신이라고 봤다. 조재현 동아대 교수는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선거 결과가 나왔을 땐 그 한 번의 투표로 당선자를 정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문식 한양대 교수도 “대선에서 득표 1위를 하더라도 전체 선거권자의 3분의 1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당선될 수 없는 규정도 헌법(67조 3항)에 있다”며 “이는 과반 득표를 못한 후보의 당선 명분을 마련한 규정”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결선투표 도입과 같은 중대 사안은 국민투표를 통해 의견을 물어야 한다”(이부하 영남대 교수)거나 “선거법은 선거의 구체적 절차를 담고 선거제도 자체는 헌법에 명시를 해야 논란의 소지가 없다”(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견해도 나왔다.

또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87년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노태우·김영삼·김대중이라는 3대 대권 후보가 경쟁할 때 만든 헌법에 결선투표 규정을 제한적으로만 명시한 것은 결선투표를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선거법 개정만으로도 결선투표 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우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을 가정해 결선투표 요건으로 둔 것은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라며 “정치권에서 합의만 된다면 선거법 개정으로도 대선 결선투표를 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 "선거법을 고쳐 결선투표를 치르는 것을 위헌으로 보는 것도 충분히 일리있는 지적"이라며 “다만 우리 헌법에 대선 결선투표를 금지한다는 명시적 문구는 없기 때문에 선거법 개정을 통한 결선투표도 하나의 방편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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