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이스피싱, 돈 쪼들린 40대 가장 노린다
지난 1월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김모(45)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귀를 쫑긋 세웠다. 집안 사정상 돈이 필요했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받을 길이 막막하던 차였다. 수화기 건너편 ‘○○캐피탈’ 상담원은 “신용관리금 144만원을 먼저 입금하면 신용등급을 올린 뒤 원하는 액수를 대출해 주겠다”고 말했다.
금용권의 복잡한 대출 절차를 능숙하게 설명하는 상담원의 말솜씨에 현혹된 김씨는 상담원이 불러주는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 하지만 얼마 뒤 전화를 걸었더니 해당 업체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난 뒤였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수사·권력 기관 종사자를 사칭하며 겁을 줘 현금을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많았다. 이른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부업체·금융사 직원을 가장해 피해자를 현혹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경찰청이 지난 1~3월 접수된 보이스피싱 사건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전체 3680건 중 79.7%가 대출사기형이었다. 기관사칭형은 20.3%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출사기형은 59.7%였다.
인천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 2월 총책 강모(31)씨 등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 일당 8명을 검거해 보니 범행은 3단계로 진행됐다.
불법 개인정보 매입→신용등급 낮아도 대출 가능 현혹→대출금 지급 전 예치금·보증보험료·신용등급 조정비용 선공제의 순서였다.
실제로 강씨 등은 8500건의 개인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1000만원에 사들인 뒤 범행 대상을 선정했다. 이후 대출을 신청한 이들에게 신용도 향상 작업 비용으로 대출금의 50%를 받았다. 모두 20명으로부터 2억원의 돈을 빼돌렸다. 수사팀 관계자는 “실제 대부업체 상담 경력이 있는 이들을 고용해 피해자를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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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최근 3개월 동안 발생한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 사건 2324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는 남성이 59.6%로 여성(40.4%)보다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31.4%로 가장 많았으며 30대(25.2%), 50대(24.8%) 순이었다. 반면 기관사칭형 사건은 여성 피해자가 69.4%로 남성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1.1%로 가장 많았다.
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생활비 등 자금 수요가 많은 30~40대 남성에게는 대출 제안을 하고 사회 경험이 적은 젊은 여성에게는 권력기관을 사칭해 겁을 주는 맞춤형 전략을 사용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비정상적 방식의 대출권유에 절대 응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경찰청 박진우 수사국장은 “대출을 해준다며 여러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게 전형적 범죄 수법”이라며 “대출권유 전화가 올 경우 해당 금융회사 대표번호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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