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 왜 이런 말을.." 지하철 '시' 논란

김종원 기자 2016. 4. 1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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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엔 이런 싯귀들이 적혀 있습니다.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 "부자는 가난한 자들의 노동을 파먹고." 선정적이다, 계층 갈등을 부추긴다며 철거 민원이 들어온 시들인데요, 공공장소에선 시를 가려서 전시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적 표현은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 스크린도어에 '빵구집'이란 시가 적혀 있습니다.

70~80년대 동네 풍경을 묘사한 시인데,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하철 승객/장년층 : 우리야 이해한다 치지만 학생들이 만약 저거를 읽는다면 그거는 좋지가 않겠죠.]

서울 홍제역에 있는 이 시는 암세포가 주제입니다.

'내 몸속에서 은밀하게 자라 시간을 갉아먹는 암세포를 고귀한 인연이라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암 투병 환자 가족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며 역시 논란이 됐습니다.

[김용진/지하철 승객 : (지하철역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누가 봐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사실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고.]

이 밖에도 성장하는 딸의 신체를 목련꽃에 비유한 '목련꽃 브라자'라는 시, 부자는 가난한 자들의 노동을 파먹고 가난한 자는 부자의 동정을 파먹는다는 내용의 시, 사회주의 혁명가 마르크스를 소재로 한 시 등은 선정적이거나 이념 편향적이란 이유로 철거해 달라는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시적, 문학적 표현이므로 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김재홍/백석대 석좌교수 (지하철 詩 최초 제안) : 문학이라는 게, 예술이라는 게 삶을 표현하는 거예요. (삶이라는 게)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것만을 표현하는 건 아니잖아요. 시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굳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들을 공공장소인 지하철역에 게시해야 하냐는 불만도 있습니다.

[박지은/고등학생 승객 : (선정적 시는) 저희 또래 친구들이 보기에는 너무 선정적이고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질 것 같기도 하고요.]

현재 2천여 편의 지하철 시 가운데 75%는 문인단체가 출품한 작품이고, 나머지 25%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일반 시민의 작품입니다.

서울시는 문인단체가 출품한 작품들이 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오는 8월부터는 널리 알려진 명시로 50%를 채우고 일반 시민의 공모작으로 나머지를 채워서 게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이정택, VJ : 김준호·이종현) 

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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