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이세돌과 '바둑 올림픽'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전은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다. 대만 재벌 응창기가 1988년 8월 총상금 100만 달러, 우승상금 40만 달러(현재 환율로 약 4억6000만원)를 내걸고 창설했다. 당시 US오픈 골프대회 우승상금(18만 달러)의 배가 넘을 정도로 파격적인 액수였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응씨배 상금 규모는 그대로인데도 바둑대회 우승상금(개인전)으로는 여전히 가장 많다.
첫 대회 때 바둑 변방 한국은 푸대접을 받았다. 바둑 종주국이라 자부하는 일본과 새롭게 떠오르는 중국의 최고수들이 모두 모였지만 한국은 세계 16강에 달랑 조훈현 9단만 초청됐다. 하지만 조훈현이 기적 같은 드라마를 연출했다. 사투 끝에 다음해 결승까지 올라 세계 최강인 중국 녜웨이핑 9단에 3대 2로 역전승을 한 것이다. 한국바둑의 위상을 드높인 쾌거였다. 우승컵을 안고 귀국한 조훈현은 바둑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카퍼레이드를 펼치며 국민적 환대를 받았다.
응씨배는 4년마다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린다. 일약 최강국이 된 한국은 연거푸 대회 정상에 올랐다. 2회(서봉수) 3회(유창혁) 4회(이창호) 6회(최철한) 때 우승했다(5·7회 우승은 중국). 세계 바둑계 판도를 바꾸어준 응씨배가 8회 대회를 맞아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한다. 한국 7명, 중국 11명, 일본 6명, 대만·미주·유럽 각 2명 등 총 30명이 출전해 자웅을 가린다.
지난달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벌인 이세돌 9단도 출격한다. 이세돌은 통산 세계대회 타이틀을 18번 차지했지만 유독 응씨배만 정상을 밟지 못했다. 그래서 우승 각오가 남다르다. 정상에 오르려면 세계랭킹 1위 커제 9단이 건재한 중국 벽을 넘어야 한다. 알파고와 대결해 유명세를 탄 판후이 2단도 유럽 대표로 나온단다.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인류의 자존심을 지켰던 이세돌의 건투를 빈다. 한데 세계랭킹 사이트(비공식)에서 커제에 이어 2위에 오른 알파고도 AI 대표로 참가한다면 더욱 흥미진진할 텐데….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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