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학생 또래들 "우린 4·16학번"

입력 2016. 4. 17. 20:16 수정 2016. 4. 1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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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당시 고2 학생들 올 대학진학
2주기 추모식 주체적으로 동참
“진실 밝힐 때까지 세월호를
가슴 한복판에 두고 있겠다”

서울여대 16학번 고은빛(19)씨는 2년 전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도 마음껏 슬퍼하지 못했다. 학교 공부에, 대입시험 준비에 치여 세월호 참사도,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들도 자연스레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고씨는 “대학 새내기가 되어서 보니 2년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었다”며 “이제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4월 초 ‘세월호 2주기 새내기선언’이란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이러한 생각을 올렸고, 학교에서는 유인물을 돌렸다. 고씨의 제안은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대학 새내기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동국대·서울대 등 34개 대학의 300명이 넘는 새내기들이 “목소리를 내자”고 화답했다.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힐 때까지 우리는 416학번입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은 지난 16일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고씨와 함께 모인 새내기들이 내놓은 답이었다. 80여명의 새내기들이 비에 젖어 글자가 번진 선언문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소식에도 눈물 참아가며 대입준비에 매달려야만 했던 우리들은 소리 내 울지 못했고 마음껏 슬퍼하지 못했습니다. 살아 돌아왔다면 봄날의 캠퍼스를 함께 누볐을 우리 친구들이 왜 살아 돌아오지 못했는지 밝혀낸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친구들을 추억하며 울 수 있을 것입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지만, 이들은 지난 2년간 꾹꾹 눌러놓고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노란 우비를 입고 발언에 나선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16학번 홍리라(19)씨는 “고등학생 때 언론을 통해서 접한 세월호 참사와 대학생이 돼 두 눈으로 마주한 세월호 참사의 실상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내년 3주기 때는 반드시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자 처벌이 돼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세대 신학과 16학번 김우철(20)씨도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세월호를 가슴 한복판에 두고 있겠다”고 말했다.

스무살 청년들은 이날 저마다의 방식으로 2년 전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마음속에 새겼다.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하는 16학번 새내기 6명은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노란 종이에 시민들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이들은 ‘만화인행동’과 함께 노란 리본, 배지 등을 착용한 시민 304명의 캐리커처를 그렸다. 304명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숫자다. 권혜민(19)씨는 “노란색 종이에 시민들의 얼굴을 그려주면 시민들은 그 종이를 보며 세월호 참사를 더 오래 기억해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된 추모제 ‘외쳐봐! 우리가 더!’에서 발언자로 나선 한신대 사회과학과 전우란(20)씨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6반 이영만 학생의 초등학교 친구다. 전씨는 “20년 동안 어른들만 믿고 따르며 가만히 있었던 우리가 16학번 새내기가 됐다”며 “제 친구(이영만 학생) 어머님께서 사람들이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것만 봐도 힘이 난다고 하셨다. 끝까지 기억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밤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과 경기도 안산 등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로 떠나간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이날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약속·행동 문화제’에는 1만2000명(경찰 추산 4500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도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이 열렸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세월호냐’고 묻는다. 우리도 그날을 벗어나고 싶다. 그 많은 아이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이유를 밝혀내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진다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도 팽목항에서도 추모식과 씻김굿이 진행됐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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