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소야대 정국 어디로] 민심은 수직적 당·청관계 폐기 주문

2016. 4. 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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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당·청관계 대변화 필요
국회가 16년 만에 여소야대로 바뀌며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간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총선 패배 원인인 중 하나인 수직적 당·청관계가 이대로 지속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4대 개혁 등 박근혜정부의 중점 국정과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이 더 많은 자율성과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하반기부터 등장할 새누리당 새 지도부가 청와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여소야대 정국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청와대 독주 불가…새누리에 힘 실리나

박근혜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청와대가 국정과제를 처리하는 방식은 새누리당과의 ‘협의’보다는 ‘통보’에 가까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과제를 원내 과반을 가진 새누리당이 ‘돌격대’처럼 밀어붙이는 것에 가까웠다.

당내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7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당선된 김무성 전 대표는 “할 말은 하겠다”며 대등한 관계를 다짐했고, 다음해에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직접 비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서슬퍼런 기세에 수그러들었다. 40%대의 견고한 지지층을 갖고 총선 공천에 사실상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 대통령을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배신의 정치’ 파동 속에서 물러난 뒤 이번 공천 파동에서 탈당했고, 김 전 대표는 국정교과서 전환·노동법안 개혁 등 청와대가 밀어붙인 국정과제 처리에 앞장섰다.

이제부터는 ‘통보’식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청와대의 일방독주는 가능하지 않다. 야권이 합심하면 총리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나 탄핵소추도 가능하다. 새누리당으로서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도가 방패막이인데, 이마저도 야당의 안건 처리를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인사 역시 청와대의 의중대로 할 수 없다. 공교롭게 2017년에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후임 인선이 야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인사청문회에서 인준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높다.

20대 총선 참패 후 새누리당을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된 원유철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새누리당, 원칙 가지고 협력과 견제해야”

민심은 총선을 통해 현 집권세력에게 야권과 협조로 국정을 운영하고 이를 위해서라도 수직적 당·청관계를 폐기하라고 주문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7일 통화에서 “당·청관계가 수직적이라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수직적 당·청관계는 비민주주의적인 만큼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수평적 당·청관계가 현실적으로라도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가 거대야권을 상대할 새누리당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줘야 그나마 여당의 협상력이 제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과 같은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 중 일부라도 처리가 가능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와 같이 여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끌려다니기만 한다면 야권 지도부로서는 굳이 여당과 협상을 벌일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당·청관계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청와대는 총선 이후 정연국 대변인을 통해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을 뿐 반성은 전혀 없었다. 청와대의 대체적인 분위기가 총선 패배의 원인을 여당 공천 파동에 있다는 데 보는 만큼 청와대가 수평적 당·청관계로의 전환을 용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청와대가 아직 민심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을 놓고 계파갈등의 조짐이 보이는 것도 심상치 않다.

윤 전 장관은 “집권여당은 대통령과 협력을 해서 국정을 잘 수행해야 하지만 입법부로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기본 책임”이라며 “원칙을 갖고 어떤 경우에는 협력하고 어떨 때는 견제할 것인지 대통령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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