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주기 문화제, 1만2000여명 시민들 "잊지 않겠습니다"

고영득·이혜리 기자 2016. 4. 16. 21: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함성이 가득했다. 폭우가 쏟아졌지만 1만2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가 이날 주최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약속·행동 문화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무대 앞 광장은 발 디딜 팀이 없이 가득찼다. 자리를 못 잡은 시민들은 광장 건너편 세종문화회관과 KT 건물 앞에 서서 문화제를 지켜봤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어느 별이 되었을까’ 등을 열창한 ‘이소선 합창단’, ‘유로기아와 친구들’, ‘우리나라’ 등이 공연을 펼쳤다.

단원고 희생자 예은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오늘 강한 비바람이 치는 게 마치 곧 닥칠 시련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며 “어떠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함께 버티며 이겨낼 수 있겠습니까”라고 시민들에게 물었다.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큰 소리 “예”라고 답했다.

유 위원장은 “참사의 진실이 드러나는 날, 여러분들이 증인으로서 진실을 외쳐달라”며 “우리들은 변함없이 중심을 잡으며 가장 맨 앞에서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특검 실시, 온전한 선체 인양을 약속한 국회의원들 당선자들에게 반드시 약속을 지키게끔 여러분들이 채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태호 416연대 상임위원은 발언을 통해 “총선에서 진실이 승리했다. 진실을 감추려는 자와 피해자들을 오만하게 모독했던 자들이 심판당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이긴 게 아니다. 국민의당이 이긴게 아니다. 우리 시민이, 우리 유권자가 이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6월 말까지 특조위에 파견된 공무원들을 빼낼 생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그때 20대 국회가 개원했어도 원구성을 하느라 세월호 안건을 다룰 준비가 안됐을 수도 있다”며 “오늘뿐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4월16일이니 여러분이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박래군 416연대 상임위원은 “이 비는 하늘나라로 간, 별이 된 304명이 약속을 지킨 여러분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비”라며 “이제 ‘416’이라는 새로운 운동이 시작됐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세월호를 놓지 말고 계속 가져가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틈에서는 박주민, 표창원, 도종환 등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도 눈에 띄었다. ‘세월호 변호사’로 유명한 박주민 당선자(서울 은평갑)는 무대에 올라 “여러분의 힘으로 당선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박 당선자는 “선거운동 중에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면 ‘다 끝난 거 아니냐’, 또는 ‘너무 지겹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세월호 참사는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문화, 국민이 위험에 빠졌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국가, ‘기레기’라 불린 쓰레기 같은 언론, 진실보다 국가 눈치를 보는 수사기관 등 적폐와 병폐가 압축적으로 표출된 참사”라고 주장했다. 박 당선자는 이어 “세월호 참사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그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이며 바로 우리들의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송경동 시인은 “오늘 오전엔 아들과 아내와 함께 단원고 빈 교실을 다녀왔는데 꽃 한 송이 들고 계단을 올라오는 유가족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았다”며 “우리 모두의 추모와 노력과 분노가 저 오만한 정부여당을 침몰시킨 것이다. 우리 모두가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를 인양하라’는 제목의 자작시를 낭독해 감동을 선사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폭우 속에서도 자리를 뜨지 않은 시민들은 “특별법을 개정하라”, “특별검사 실시하라” “특조위 기간 강제 종료 협박 말라”고 외쳤다.

이날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이른 오후부터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해 문화제가 열릴 때엔 대기 줄만 1km가 넘었다.

앞서 오후 2시부터는 문화제가 열린 무대에서 권나무·배영경씨가 노래하고, 문학평론가 이도흠·시인 임성용씨가 글을 낭송하는 ‘세월호 버스킹’이 열렸다. <416프로젝트-망각과 기억>이라는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도 상영됐다.

이날 문화제에 참가한 이현옥씨(48·경기 일산)는 “세월호가 과거사 문제처럼 묻혀질까봐 우려된다. 20대 국회가 지형이 바뀌었는데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성신여대에 입학한 강현정씨는 “세월호 참사는 말도 안되는 재난영화 같다”며 “영화는 엔딩이 있건만 2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는 걸 보면 언제 끝날지 답답할 따름이다. 정부는 뭘 숨기려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고영득·이혜리 기자 god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