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박성빈양 언니 "세월호가 지겹다고 회피하지 말아달라"

고영득 기자 2016. 4. 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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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보였음을 확인했고, 비행기에서 동생에게 줄 선물을 샀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고 박성빈양의 언니 박가을씨는 16일 오후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주기 전국대학생대회’에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빗방울이 흩날리는 가운데 우의를 걸쳐입은 대학생 800여명의 시선이 박씨를 향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현재 휴학 중인 박씨는 이 행사의 발언자로 나서 “정부가 구해주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동생이 살아 있을 것이라 믿었다”며 “하지만 아무도 아이들을 구하려 하지 않았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동안 아파만 했고 그리워만 했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따라만 다녔다”면서 “이젠 알아야겠다. 더 이상 동생에게 ‘미안해’ 해서만은 안되겠다. 무엇이 내 동생을 앗아갔는지, 어떻게 해야 동생의 희생이 헛되지 않는지 알아야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청년들이 세월호가 지겨운 일이라며 회피하지 않도록, 청년들 덕분에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가 됐다는 인식이 심어지도록 도와달라.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박성빈양의 언니 박가을씨가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2주기 전국대학생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올해 한신대에 입학한 전우란씨도 이날 단상에 올랐다.

전씨는 단원고 희생자인 고 이영만군의 초등학교 동창생이다. 전씨는 “영만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방송부 활동에도 열심이고 학생회장도 했던 성실하기로 소문난 친구였다”며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않았다면 영만이를 포함한 많은 친구들이 나처럼 대학생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세월호 참사는 나의 일, 우리의 일이다. 기억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대 1학년생인 김건우씨는 “그들이 돈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선량한 학생과 시민들이 억울하게 죽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국민들이 자본 때문에 생명을 위협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제 행동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800여명의 대학생들이 특별법을 개정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학생들은 이들의 발언에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2년이 지난 지금도 참사의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두 차례의 청문회에서 세월호의 관리와 침몰에 정부기관이 깊게 연계돼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성역 없는 수사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올해 6월로 종결하려 하는데 이대로라면 7월로 예정돼 있는 세월호 인양 과정에 특조위는 참여할 수 없게 된다”며 “선체조사를 통해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면 특조위의 활동 보장은 필수적이다. 이에 세월호 특별법은 개정돼야 하고 특검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별법을 개정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오후 7시부터 열리는 범국민 추모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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