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세월호 2주기.. 완도∼제주 여객선 타보니

2016. 4. 1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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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자 신분 3중 확인.. 출항 전 비상훈련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하니깐 처음엔 부모님이 반대하셨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 말 듣지 말고 무조건 바다로 뛰어들라고 하시던데요.”(태인고등학교 1학년 A군)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열흘가량 앞둔 지난 4일 전남 완도항. 이곳에서는 정읍 태안고등학교 1학년 학생 50여명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제주여객터미널까지 2시간가량을 배로 이동해야 한다. 수학여행에 참가한 B(17)양은 “안전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배를 타니 세월호가 생각나서 무섭다”고 말했다. 수학여행이라는 설렘 속에서도 학생들에게는 세월호의 아픔과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지난 4일 전남 완도에서 제주로 가는 여객선에 탄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안전훈련을 받고 있다.
◆3중 승선확인에 고박까지…“안전 또 안전”

세월호 참사 이후 한층 강화된 안전점검은 표를 끊을 때부터 시작됐다. 신분증 확인은 표를 살 때부터 개표구와 승선 직전까지 총 세 차례 이뤄졌다. 2년 전 사고 당시에는 정확한 승선 인원조차 파악되지 않아 탑승객 수가 오락가락했다.

차량은 더욱 꼼꼼한 절차를 거쳐 배에 실렸다. 화물차는 무게를 잰 증서를 내고 전산발권 절차를 거쳐야 했다. 과적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차량의 네 바퀴는 선박에 단단하게 묶였고,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도입한 해사안전감독관이 상태를 꼼꼼히 점검했다. 박세환 해사안전감독관은 “세월호 사고는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참사였기 때문에 탑승부터 차량 고정까지 모든 부분에서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완도에서 제주로 출발한 한일블루나래호는 1992년 건조된 배(3032t)로, 여객 572명과 차량 75대를 실을 수 있는 쾌속 카페리선이다. 평일인 관계로 평소보다 적은 여객 230명과 차량 30대를 실고 제주로 향했다.

출항 전 여객선 화물칸에서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신속히 탈출구로 모이는 비상훈련도 이뤄졌다. 한일블루나래호에는 정원보다 훨씬 많은 800명분의 구명뗏목이 실려 있다.

◆끊이지 않는 사고…안전불감증 여전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해양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만 바다에서 일어난 사고는 2000건이 넘는다.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사고는 총 2101건이 발생해 395명이 죽거나 다쳤다. 2014년에 비해 771건(58.0%)이나 증가한 수치다.

해양사고 가운데 어선사고가 1461건으로 전년(896건)에 비해 63% 증가했다.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선박 충돌사고는 2013년 225건에서 2014년 280건, 지난해 298건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낚시 선박 ‘돌고래호 전복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대표적인 사례다. 돌고래호 사고는 출항 전 승객 명단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것은 물론 악천후 속 출항 강행과 구명조끼 미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피해가 컸다. 여기에 해경은 어선위치발신장치(V-패스)가 꺼졌는데 이를 오류로만 방치하다 사고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음주운항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술을 먹고 배를 몰다 적발된 사람은 131명에 이른다. 음주운항 사범은 2011년 81명, 2012년 99명, 2013년 102명, 2014년 78명 등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진수 기자, 완도·제주=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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