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년]"이제 그만" vs "기억해야"

황보현 2016. 4. 1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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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황보현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꼭 2년이 됐다.

304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된 최악의 인재(人災) 사고가 발생한지 2주기가 됐지만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진 사고 원인은 없다. 진상규명은 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적 공방만 벌어지는 탓에 국민들의 실망과 피로감만 누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국민들 사이에선 일종의 '세월호 피로감'이 만연하고 있다. 누적된 피로감은 망각으로 이어진다. 1주기가 다르고, 2주기는 더더욱 망각의 속도가 가파르다.

하지만 세월호는 우리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회의 부조리, 모순, 부도덕 등이 쌓이고 쌓인 결과다. 세월호를 잊고 지나간다면 세월호는 끝나지 않는 현재 진행형이 될 뿐이다.

◇지겹다 vs 기억해야…두 개로 갈라진 목소리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막말에 많은 상처를 받아왔다.

인터넷상에는 "죽어서 보상금 타주는 게 효도다", "이제 그만해라 지겹다, 수학여행 가다 사고로 죽었는데 왜 이리 유난 떠냐", "자식 팔아 시체장사 한다, 세월호가 로또냐, 벼슬인 듯 행세하지 마라" 등등 이런 종류의 막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봉사단 등 보수단체들도 가세했다. 이들은 수시로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에서 소란을 피우며 유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이들의 행동에 배후 세력이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한 매체가 "어버이연합이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39회의 세월호 반대 집회를 하면서 일당 2만 원을 주고 탈북자 1259명을 고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목소리도 높다.

전국에서 세월호 2주기 추모를 위한 갖가지 행사가 준비 중이고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희생자 분향소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배 안의 아이들이 내 자식들이라고 생각하니 한 순간도 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무관심이 슬프다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여기에 간혹 보수단체가 시비를 걸어올 때는 더욱 힘이 빠진다.

그는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인데 왜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모르겠다" 며 "가슴 아파하는 유가족들을 볼때마다 마치 내가 죄인이 된 기분이다"고 한숨쉬었다.

이어 "세월호의 모든 의혹이 풀리고 유가족들이 "이제는 됐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불신의 감정 사회적 트라우마로 나타나"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불신의 감정이 사회적인 트라우마로 나타났고 이를 제대로 풀지 못해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수단체의 경우 '정부불신'이라는 국민의 심리를 통해 정치적으로 이용된 희생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정권에 대한 분노를 조장하는 일부 외부 세력이 개입해 상처를 더 깊게 만들었다" 며 "되풀이되는 안전사고에 나타나는 정부의 관리 부실 소식을 들으면서 분노가 커졌다"고 말했다.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지난 2년의 시간동안 세월호의 기억을 지우려는 세력과 이날을 기억하려는 세력 간 대결의 시간이었다" 면서 "(피해)가족과 시민, 사회단체의 3주체가 만나서 새로운 사회를 위한 동력을 만들어가고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범상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시민들의 기억을 지우려 하는 것은 물론, 일부 보수 논객들은 분열을 선동하고 시민들은 개인적인 애도와 대비책 마련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박명림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극복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과 보상배상, 기념과 추모, 치유와 회복의 과제를 성취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 구조 개혁의 경우 생명권과 안전권 등이 보장되는 새로운 인간조건과 국가상태의 건설로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b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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