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저문 날, 또 하나의 태양이 떴다

강호철 기자 2016. 4. 1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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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A 역사가 바뀐 하루 노란 유니폼의 사나이 코비 은퇴.. 커리 3점슛 402개, 새 기록 세워 - "맘바 아웃" 코비의 20년 마침표 마지막 경기 60점, 끝까지 신기록.. 역전승 이끌며 박수 받으며 떠나 - 조던을 넘어서다, 3점슛 神 커리 NBA 단일 시즌 73승 최다승.. 조던의 시카고 불스 기록 넘어

2015~2016 정규시즌 최종일인 14일(한국 시각) NBA(미 프로농구) 코트 위에 두 별이 떴다. 하나는 정점을 향해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별, 스테판 커리(28·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였다. 또 하나는 지난 20년간 코트를 찬란하게 비추던 별, 코비 브라이언트(38·LA레이커스)였다. 시대를 달리한 두 NBA 수퍼스타는 이날 각각 다른 코트를 쉴 새 없이 누비며 NBA의 새 역사를 썼다. 전설이 끝난 날, 또 하나의 전설이 시작됐다.

◇커리, 히스토리!

워리어스는 홈인 오클랜드 오라클아레나에서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125대104로 대파하면서 NBA 단일 시즌 최다승(73승9패)으로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농구 황제'라는 칭호를 얻었던 마이클 조던이 이끈 시카고 불스가 1995~1996 시즌 세운 72승10패를 넘어섰다. 워리어스는 시즌 내내 연패(連敗)를 당하지 않은 사상 첫 팀이 됐다.

커리는 3점슛 10개 포함 46점을 쏟아부으며 대기록 사냥의 선봉에 섰다. 전반에 넣은 25점 중 21점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3점슛(7개)으로 해결했고, 3쿼터 43초 만에 3점슛을 터뜨려 NBA 사상 최초로 개인 단일 시즌 400개 3점슛 고지를 밟았다. 그는 종료까지 2개를 더 보태 시즌 3점슛을 402개로 늘렸다. 커리는 득점(평균 30.1)·스틸(2.1개) 자유투 성공률(90.8%)도 1위였다. 리바운드(5.4개)와 어시스트(6.7개)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2015~2016 시즌 커리와 워리어스는 NBA 역대 최고의 왕조로 꼽히는 1995~1996 시즌 시카고 불스와 비교된다. 20년 전 불스는 역대 최고 테크니션인 마이클 조던이 코트를 지배하고 있었고, 스카티 피펜·토니 쿠코치·데니스 로드먼·스티브 커 등 각 분야 스페셜리스트들이 '화려한 조연'으로 위력을 더했다.

불스가 농구의 정도(正道)를 추구하는 '스탠더드' 팀이라면, 워리어스는 농구의 상식을 깨는 '이단아'다. 빠른 템포를 바탕으로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구사하며, 특히 외곽 3점슛에 크게 의존한다. 이는 커리에 필적하는 슛 능력을 지닌 클레이 톰프슨(시즌 3점슛 276개)과 올 시즌 13차례나 트리플더블(3개 부문 두 자릿수)을 기록한 드레이먼드 그린이 있기에 가능했다. 워리어스는 17일 개막하는 플레이오프에서 신화 완성에 도착한다. 마이클 조던은 워리어스에 73승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 "플레이오프에서도 기대하겠다"고 했다.

◇"맘바 아웃(Mamba Out)!"

은퇴 무대가 된 코비의 정규 시즌 1346번째 게임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설을 무색하게 했다. 유타 재즈와의 고별전이 열린 LA 스테이플스센터에는 유명 인사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레이커스의 골수 팬인 영화배우 잭 니컬슨과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가수인 제이 Z를 비롯한 할리우드 연예인들이 다수 보였다. NBA 전설의 스타 매직 존슨과 샤킬 오닐, 데릭 피셔 등 옛 동료도 코트 옆에서 코비와 함께했다. 경기 3시간 전부터 스테이플스센터 주변은 교통이 마비됐고,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코비는 역대 은퇴 경기 사상 최다 득점인 60점을 쏟아부으며 자신의 피날레에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바이런 스캇 레이커스 감독은 그의 분전에도 전세를 뒤집지 못하자 한때 코비를 벤치로 불러들이려 했다. 하지만 코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종료 5분 41초 전부터 종료 때까지 팀의 19점 중 17점을 넣는 '마지막 쇼'로 101대96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코비는 숨을 헐떡이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주무르면서도 20년 농구 인생을 마지막 경기 48분에 쏟아붓듯 혼신의 힘을 다했다. 재즈는 기가 질린 듯 실책과 슛 미스를 남발했다. 코비는 경기 후 "나도 (내 활약이) 믿겨지지 않는다. 팬들의 성원 덕분"이라며 기뻐했다. 코비는 축하 세례 속에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맘바(독사를 뜻하는 자신의 별명) 아웃"이란 마지막 한마디로 작별을 고했다. 아쉬운 탄성과 박수갈채가 그 순간 코트에 교차했다. 그는 '제2의 조던'이 아닌, '오직 하나뿐(The one and only)'인 코비로 역사에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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