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꿈결 같은 세상 노니는 '오로라'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오로라의 데뷔 앨범 ‘All My Demons Greeting Me as a Friend’ 표지. |
내 옆에 앉은 건 영락없이 테일러였다. 테일러 스위프트. 26세의 나이에 그래미 ‘올해의 앨범’ 트로피를 두 개나 가졌고 모든 앨범을 각각 400만 장 넘게 팔았으며 포브스지(誌) ‘최고의 여성 파워 100인’ 목록에 역대 최연소로 등재된 미국 팝스타. 긴 테이블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스위프트가 내게 명랑하게 인사를 건네며 한국 신문과의 첫 인터뷰에 호의를 표시했다.
문제는 곧 발생했다. ‘하우 두 유 필…’로 시작하는 내 첫 질문부터 스위프트는 고개를 갸우뚱. (더는 말고 딱) 3초만 들으면 영락없이 원어민이라는 평도 들어본 내 영어 발음을 그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익스큐즈 미?” “파든?” “소리?”를 넘어 스위프트가 급기야 이렇게 외치며 날 다그쳤다. “왓?!!?”
초침은 째깍째깍. 내 등짝에선 땀, 땀, 땀. ‘아나, 어떻게 성사시킨 인터뷴데…!!! ㅠㅠ’, 그 순간 깨어났다. 일 중독자의 지독한 악몽에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광인처럼 몇 번을 되뇌었다. ‘테일러, 하우 두 유 필 투데이∼, 테일러? 테일러?!’
꿈의 세계는 신비롭다. 폴 매카트니는 꿈속에서 들은 아름다운 멜로디로 곡을 지었다. 비틀스의 ‘Yesterday’ 얘기다. 기타리스트 스티브 바이는 어려서부터 거의 매일 영화처럼 줄거리가 이어지는 꿈을 꿨다. ‘꿈 일기장’을 적어뒀다 음악 만들 때 썼다. 꿈속에서만 가능한 연인을 다룬 로이 오비슨의 슬픈 발라드 ‘In Dreams’도 꿈에서 만들어진 노래. 알세스트는 어릴 적 꿈에서 본 머나먼 이상한 나라를 음악에 펼쳐낸다. 우리나라 밴드 이름 중에 이런 것도 있다.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싱어송라이터 오로라(본명 에우로라 악스네스·20)가 최근 데뷔앨범을 냈다. 노르웨이 베르겐 출신. 스칸디나비아의 민속적, 영적 기운이 느껴지는 음악과 외모를 겸비한 천재. 그의 이국적이고 꿈결 같은 세계는 ‘나니아 연대기’쯤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다. 앨범을 여닫는 두 곡 ‘Runaway’와 ‘Black Water Lilies’는 기이한 꿈속 정경을 그린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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