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자24시] 장동민과 '차가연'이 놓친 것들

한인구 2016. 4. 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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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개그맨 장동민(37)이 지난해 막말 논란에 이어 한부모가정의 아동을 소재로 한 개그로 구설에 올랐다. 장동민은 자신의 잘못에 고개를 숙였고, 한부모가정 권익단체 '차별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연합'(이하 '차가연')은 고소를 취하했다. 논란은 해결되는 모양새지만, 양측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장동민은 지난 3일 방송된 tvN '코미디빅리그'의 '충청도의 힘' 코너에서 한부모가정으로 등장한 개그맨에게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다. 생일 때 선물을 양쪽에서 받는다. 이게 재테크다"고 말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장동민이 이혼 가정 아동을 비하하는 것을 개그 소재로 삼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차가연' 측은 장동민과 출연진을 비롯해 '코미디빅리그' 제작진, tvN 대표까지 모욕죄로 고소했다.

이어 '차가연' 측은 장동민과 제작진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들였고, 결국 고소를 취하했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고소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인식 개선'에 있었다. 충분히 인식 개선이 이뤄진 것 같고, tvN에서도 앞으로 진중히 하겠다고 사과해 고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장동민은 이번 논란의 화살을 피해갈 수 없다. 사회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한부모가정 아동을 개그 소재로 다루기 전에 심사숙고했어야 했다. 웃음이 이어지는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작은 오해가 큰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방송에서 여성 비하와 삼풍백화점 피해자 관련 막말 논란으로 '미운털'이 박힌 것도 염두에 둬야 했다.

'충청도의 힘'에서 장동민이 전한 개그에는 보는 이들과의 교감이 빠져있었다. 자극적인 재미만을 찾은 결과다. "웃음만을 생각하다 보니 자극적이고 격한 말을 찾기 시작했다"고 지난해 막말 논란에 대해 장동민이 사과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한국 시청자들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흑인 스탠딩 코미디언들의 영상을 자주 접한다. 흑인 코미디언들은 아직도 미국에서 차별받는 흑인의 처지를 비꼬면서도, 이를 개그 코드로 삼는다. 당사자가 내뱉는 말은 웃음 속에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반대편에 서있는 이들을 반성하게 한다. 그러나 장동민의 개그는 쓴 웃음만 짓게 할 뿐이었다.

지난해와 달리 장동민은 문제가 퍼지자, 곧바로 사과했다. 시간을 끌수록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오해가 깊어진다는 것을 지난 일을 통해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해명을 늘어놓기보다는 사과를 한 뒤 tvN '코미디빅리그'와 KBS 2TV '나를 돌아봐'에서 하차하면서 '차가연' 측과 시청자에게 진심을 전했다.

'차가연' 측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인식 개선'을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자칫 연예인을 말없이 압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법에 호소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사건과 행위에 대해 끝까지 노력한 후 선택하는 것이 옳다. '인식 개선'은 고소 없이도 사회적인 논의로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

장동민과 '코미디빅리그' 측이 신중하지 못한 판단으로 실수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 희극인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표현하는 데에 제약을 받을 수 있을까 염려된다. 웃음 뒤에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수적인 만큼 폭넓고 치열한 생각의 교류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장동민과 '충청도의 힘' 출연자들, '코미디빅리그' 제작진은 앞으로 '건강한 웃음'을 전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졌다. 시청자와 단체들도 희극인들을 응원하되 선을 넘는 개그에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in99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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