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이 왜 덩크를 하는지 vs 진짜 여성 예능의 초석

엔터미디어 2016. 4. 1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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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예능 부활 선언한 ‘언니들의 슬램덩크’, 3인3색 솔직평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교석·이승한 세 명의 TV 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로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가 선보이는 새 코너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남자들만 독점한 예능 프로그램 이대로 좋은가”라는 화두는 몇 년간 방송가를 뜨겁게 달군 화두였다. “주 시청자 층인 2049 여성은 남성 연예인을 선호한다.”는 변명이 반복 되었지만, JTBC <님과 함께>를 폐지의 문턱에서 구해낸 ‘가모장’ 김숙이 대세로 떠오르며 그 변명도 궁색해졌다. 이런 와중이니 ‘여성 예능의 부활’을 선언하며 파일럿 없이 바로 정규로 등장한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눈이 안 갈 수 없다. 세 명의 평론가는 과연 첫 방송을 어떻게 보았을까?

◆ 떼토크 말고 분량 다툼 말고, 상대에 귀 기울이는 부활의 초석

지난 2월 KBS <해피투게더>에서 김정민이 뷰티, 헬스, 예능, 이 세 가지를 자신보다 더 잘 해낼 예능인은 없지 않겠느냐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얘기였다. 수년간의 꾸준한 노력으로 그만이 가능한 영역, 즉 특화를 이뤄냈으니 어찌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있겠나. 반면 비슷한 시기에 JTBC <아는 형님> ‘여성 예능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편에 출연한 박미선과 조혜련은 아쉽게도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강호동을 비롯한 메인 진행자들이 여성을 꺼려해서, 제작진들이 남성 위주의 프로그램만 만드는 통에, 심지어 TV가 주로 여성들의 몫이라 여성 예능인들이 외면당한다는 식으로 남의 탓하기에 급급했던 것.

물론 전혀 틀린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데뷔 당시 참신한 스탠딩 개그로 주목을 받았고 이후 분장 개그로 <해피투게더>에 입성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던 박미선, 그리고 ‘골룸’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던 조혜련. 안타깝게도 그들은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했다. 개성을 접어둔 채 곱게 차려 입고 일명 ‘떼토크’에 안주했던 것이 패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왜 인지하지 못하는지. 후배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나왔다고 했으나 정작 그날의 출연자 이지혜, 신봉선, 박슬기를 다시 찾을 프로그램은 없지 않을까?

지난 주 막 첫발을 뗀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틀은 여느 리얼리티와 크게 다를 바 없었으나 다행히 각자의 개성이 생생히 살아 있어서 반가웠다. 분량 챙기겠다고 다툼을 벌이는 광경이 아닌 상대방의 얘기에 귀 기울이며 궁금해 하는 눈빛이 신선해서 좋았다. 부디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여성 예능 부활의 초석이 되기를.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꿈의 대리 만족과 여성 예능의 상관관계

여성 예능의 부활, 아니 최초의 성공사례를 꿈꾸는 <언니들의 슬램덩크>을 바라보는 마음은 조금 복잡하다. 기대와 응원을 보내지만 여성예능이란 당위를 제하면 딱히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 세트에서부터 느껴지는 KBS예능국의 스웩 때문만은 아니다. 잠깐 둘러보자.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확실한 티켓파워를 지닌 배우는 맬리사 맥카시다. 현재 배트맨과 슈퍼맨을 걷어차고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인 잘 노는 언니다. 우리나라 상황에 대입하면 ‘유느님’ 위치에 있는 여자 코미디언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인기 비결은 여자이기에 할 수 있는 그래서 웃기는 코미디다. 이 펀치로 주류인 너드 코미디에 한방 먹였다.

그런데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여성들이 출연하는 것 이외에 무엇이 ‘여성 예능’인지 명확하지 않다. 성별을 지우고 봐도 새로움은 없다. 꿈이란 주제를 풀어내는 리얼 버라이어티인데 예전 <남자의 자격>과 유사하다. 리얼버라이어티 다음 버전인 일상을 전시하는 예능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다시’ 연예인들이 서로 의지하며 도전하는 모험에 몰입하고 감정 이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기존 여성 예능이 겪었던 어려움과 문제에 대한 고민이나 해결 방안의 부재다. 여성 예능을 앞세우지만 과거를 딛고 선 혁신은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김숙을 제외하면 고정으로 리얼 버라이어티를 소화한 경험자가 없다. 여성 예능만의 특징이 도드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에너지 또한 미지수란 말이다. 언니들이 왜 덩크를 해야 하는지, 골밑으로 패스를 집어넣길 바라면서도 잘 모르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 당사자의 입으로 이야기하는 여성의 삶

자아실현은 누구에게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성에겐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가혹한 환경인 것이 사실이다. 가정 내에서도 자기 자신으로 존중받기보단 가사노동 상비군 겸 후손 생산기지 취급을 당하고, 직장 내에서는 남성 중심의 카르텔을 만들어 놓고선 그 안에 못 들어온다며 “여자는 역시 일을 못한다”고 손가락질 받고 배제 당하며, 맞벌이 가정에서 자녀 양육이 문제가 될 때면 “여자냐 엄마냐”를 선택하라는 압박을 당하지 않던가. 개인의 꿈 같은 것 뒷전으로 미루라는 유무형의 압력은, 우리 시대 여성들이 공히 겪어야 하는 원체험(原體驗)에 가깝다. 그나마도 이런 여성의 삶이 TV에 반영되는 것은 주로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을 말하는 아들이나 ‘묵묵히 내조해 준 아내’에게 고마워하는 남편, ‘어느덧 멀어진 딸’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아버지의 존재를 통해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그간 MBC <무한도전> ‘타인의 삶’ 특집이나 KBS <남자의 자격>에서 봤을 법한 기획이란 점에선 뻔하지만, 발언하고 도전하는 주체가 여성이라는 점에선 매우 새롭다. 물론 연예인의 삶은 시청자의 삶과는 매우 다르겠으나 일찌감치 가장이 되어 일하느라 꿈 따윈 사치가 되었다 말하는 홍진경부터, 치열한 연예계에서 경쟁하느라 개인적인 인생은 챙길 여력이 없었던 티파니에 이르기까지, 이루지 못하고 속으로 삼켜야 했던 꿈이 있단 점에선 동시대 여성 시청자들과 공명하는 지점이 작지 않다. 아직 초반이라 단언은 어렵지만, 어쩌면 멤버만 여자로 채운 예능이 아니라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는 ‘진짜 여성 예능’이 될지도 모르겠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JTBC, KBS, SBS, 영화 <스파이>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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