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장동민, '갓동민'과 '혐동민' 사이

김윤지 2016. 4.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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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민(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개그맨 장동민은 약 1년 6개월 전 ‘갓동민’으로 불렸다. 적어도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지니어스’ 시리즈 내에선 그랬다. ‘지니어스’ 이전 장동민은 괴팍하지만 웃긴 개그맨 정도였다. ‘지니어스’에서는 비상한 두뇌회전과 뛰어난 처세술을 보여줬다. 이후 장동민은 호감형 예능인으로 거듭났다. 지금 같은 대중의 따가운 시선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사라진 자숙의 시간, 결국엔 독

지난해 4월 장동민은 유세윤, 유상무 등 옹달샘 멤버들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자신을 모욕죄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삼풍백화점 사고의 생존자에게 용서를 구했다. 2014년 8월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이하 ‘옹꾸라’)에서 “오줌을 먹고 살아났다” 등 각종 비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이후 장동민은 쉼 없이 활동을 이어갔다. 물의를 일으킨 스타들이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과 다른 모양새였다. 방송인 김구라는 지난 2012년 위안부 관련 막말로 빈축을 샀다. 모든 출연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나눔의집 봉사활동 등 6개월 동안 자숙했다. 자숙의 시간 없었던 장동민은 일부 시청자에게 진정한 자기반성이 없다는 인상을 남겼다.

◇악동 ‘캐릭터’ 아닌 악동이 되다

1년 후 장동민은 또 피소됐다. 지난 3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에서 이혼 가정을 향해 “선물을 양쪽으로 받으니 재테크다” 등 대사를 내뱉은 것이 원인이었다. 시민단체 차별없는가정을위한시민연합(이하 차가연)은 장동민을 포함한 출연진, 제작진, CJ E&M 대표를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다 취하를 결정했다. 장동민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SNS를 통해 직접 사과했지만 유달리 장동민을 향해 여론은 차가웠다.

장동민 같은 ‘악동 캐릭터’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개그맨 이경규나 박명수는 ‘호통 예능인’이다. 악역을 자처하며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한다. 그렇지만 적당한 선을 지키며 웃음을 안긴다. 예능 고수로 사랑 받는 이유다. 장동민은 ‘지니어스’ 이후 대중의 호감을 얻었다. 그의 발언에 파급력이 생겼다. 그러나 경솔했다. ‘독한 예능인’이란 캐릭터는 유지하되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멘트는 자제하려는 고민이나 성찰이 있어야 했다. 특히 두 차례나 사회적 약자가 그 대상이 됐기에 반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정말 장동민만 잘못했나

장동민은 잘못했다. 다만 이번 논란은 지난해와 차이점이 있다. ‘옹꾸라’는 팟캐스트였고, ‘코빅’은 방송이었다. 연예인 본인의 힘만으로 방송은 불가능하다. 제작진과 방송사가 연예인을 ‘선택’해야 한다. 장동민이 제작사를 운영하는 코엔 소속이라 한들 방송사를 능가하는 힘은 없다. ‘코빅’ 제작진이 장동민과 코너를 받아들였고, tvN이 이를 방송으로 내보냈다. 녹화, 편집, 자체심의 과정에서 그 어떤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면에는 일부 방송인들의 허술한 윤리관, 조롱과 풍자도 구별 못하고 웃기면 그만이란 무책임함 등이 숨어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장동민이 홀로 모든 비난을 짊어지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집중 공격이다.

어쨌든 장동민은 두 번의 기회를 얻었다. 이번 논란 또한 언젠가는 잠잠해질 것이다. 과거 대중이 장동민을 좋아했던 이유는 강자에게 강했기 때문이다. 모 대학축제에서 사회를 보던 장동민이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여러분의 등록금이 터지고 있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상대적 강자인 대학을 향해 그가 일침을 날렸다는 사실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자아냈다. 이를 스스로 기억해 낸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는 ‘갓동민’으로 돌아 올 수 있을지 모른다.

김윤지 (ja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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