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웰다잉 시작은 '웰본'

이남의 기자 2016. 4. 1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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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임신시기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회현상 ‘웰-본’(well-born), 공주와 왕자처럼 귀하게 키우는 아이를 가리키는 ‘골드키즈’(gold kids), 아이 한명을 위해 부모부터 삼촌까지 8명의 친척이 지갑을 연다는 ‘에잇 포켓’(eight pocket).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하면서 수많은 신조어가 탄생했다. 아이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최근 결혼준비와 살림 장만에 돈을 절약하던 젊은 부부들도 유기농, 명품 소재의 아기용품을 사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기성세대들은 극성스러운 과소비, 사치라고 혀를 차겠지만 새로운 생명을 맞는 이들에겐 고급화된 출산준비가 새로운 출산 트렌드로 떠올랐다.


프리미엄 이유식 ‘거버’ 부스. /사진=뉴스1 DB

◆병원부터 관리까지 ‘프리미엄’ 찾는 산모

임신 5개월에 접어든 김모씨(32)는 여성전문병원인 J병원의 산부인과에 다닌다. 기초적인 검사와 추가로 먹어야 할 비타민까지 구입하면서 1시간 정도를 병원에서 보낸다. 한 회당 진료비는 10만~20만원, 만삭까지 10~15회 진료받으면 최대 300만원을 지출하지만 유명 연예인들도 다닐 만큼 최고급서비스를 받는다는 장점에 2주에 350만원을 내야 하는 산후조리원도 예약했다.

김씨는 일주일에 2번, 임산부 케어전문 에스테틱숍을 방문한다. 프라이빗한 분위기의 1인실에는 산모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음악이 흐르고 전문마사지사의 집중관리가 시작된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생긴 피부 트러블은 천연소재의 팩과 3가지 파장의 빛을 쏘는 기계로 영양분을 투입해 치료한다. 복부 마사지는 따뜻한 오일을 듬뿍 발라 양수를 원활히 흐르게 하고 태아의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김씨가 특수관리로 받는 ‘돌고래 태교’는 기계에서 돌고래의 초음파를 내보내 태아의 뇌파를 자극하고 산모와 태아가 교감하게 만든다.

김씨가 퇴근한 남편과 손잡고 가는 곳은 백화점 라운지에서 열리는 태교음악회다. 실내악단의 클래식 연주와 전문가의 교육적인 해설을 통해 김씨는 편안한 정서에서 생기는 뇌파, 알파파가 태아에게도 생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기농, 명품으로 치장한 유아용품

박모씨(30) 부부는 내년에 나올 첫 아이의 유아용품 쇼핑을 즐긴다. 최근 구입한 유모차는 100만원을 호가한다. 유모차는 아이의 시력을 보호해주는 커버와 장기간 운전에도 안정감 있게 아이의 머리를 보호해주는 헤드쿠션, 순하고 자극이 없는 순면패드가 들어있다.

아이의 옷 세탁용품은 프리미엄 친환경 세제로 준비했다. 화학성분이 없는 세제는 민감하고 연약한 신생아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고 캐모마일, 알로에베라 등 자연성분을 담아 향기도 풍부하다. 박씨가 구입한 아기침대는 스칸디나비아 청정지역의 고급원목을 사용해 성장단계에 따라 침대 길이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신생아 요람, 아기침대, 놀이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조작할 수 있어 거금이 들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장만했다.

박씨의 남편은 벤츠, 아우디, BMW 등 외제차와 똑같이 생긴 유아 전동차를 구입했다. ‘나는 외제차를 못 타지만 내 아이에겐 태워주고 싶다‘는 마음에 그는 90만원을 지출했고 벌써 유아 전동차의 주행연습을 마스터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이모씨(26)도 명품 유아용품을 즐겨 산다. 단, 중고장터 온라인사이트만 이용한다. 이씨는 가격대비 질 좋은 수입품을 선호하고 사람들이 깨끗이 사용한 후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것을 사는 이른바 ‘유아용품 중고 명품족’이다. 이씨는 “수입명품 유아용품을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해 만족감과 성취감을 한꺼번에 누린다”며 “풍족하지 않아도 내 아이에게 좋은 것을 사줄 수 있어 중고명품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디트로네

◆베이비플래너 직업 탄생, 이직까지 고민

다음달 출산이 예정된 김씨(35)는 출산도우미 ‘베이비플래너’의 문자를 받고 밥상을 차린다. 오늘의 식단은 건강한 타우린이 많이 함유된 새우·오징어요리. 타우린은 아이의 두뇌발달, 심장근육의 수축, 삼투압 조절, 면역체계 등을 발달시키는 것으로 산모가 먹어야 할 필수 영양성분이다. 베이비플래너는 김씨에게 삼시세끼 요리를 추천하고 영양소관리, 정부지원 혜택, 산부인과, 조리원, 출산용품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김씨는 “결혼할 때 예식장, 신혼여행, 예물 등의 정보를 웨딩플래너가 알려줬는데 출산 시엔 베이비플래너가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예산에 맞춰 돌잔치 스케줄을 세우고 업체 소개와 예약까지 대행해줘 무척 편리하다. 대다수 베이비플레너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플래너는 특별관리 요금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의 직장’ 개념도 바뀌었다. 모든 맞벌이부부에게 신의 직장이란 직장어린이집이 있는 회사다. 김씨의 남편은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경쟁사로의 이직을 고려 중이지만 기존 회사의 어린이집을 포기하는 게 아쉬워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번에 낳아서 키우자’ 쌍둥이 인기

쌍둥이 유모차. /사진=머니투데이DB
‘두 아이를 한번에 낳아 짧은 시간에 집중 투자하자’는 인식이 퍼지면서 쌍둥이 출산이 늘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 수는 감소한 반면 쌍둥이(다태아)는 1만4728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3.49%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0.2%, 10년 전보다 57%나 증가한 것이다. 난임부부가 많아진 것도 다태아 증가에 한몫한다. 난임부부는 치료과정에서 2~3개의 수정란이 생성되고 그대로 쌍둥이 또는 삼둥이 임신으로 이어진다. 난임치료에 사용되는 과배란 주사나 시험관 시술은 난자의 과배란을 통해 쌍둥이 임신확률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린다.

여러 선진국에서도 쌍둥이 출생률이 높아졌다. 최근 프랑스 국립인구학연구소(lned)의 질 피손 교수와 국제공동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75년 이뤄진 출산 1000건 가운데 쌍둥이 출생이 9.5건이었지만 2011년에는 16.5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국은 9.9건에서 16.1건으로, 독일은 9.2건에서 17.2건으로, 프랑스는 9.3건에서 17.4건으로, 덴마크는 9.6건에서 21.2건으로 각각 늘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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