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실제모델 하종강씨, 전교조·민주노총과 충돌

이훈성 입력 2016. 4. 13.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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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송곳'에 나오는 구고신 노동상담소장의 실제 모델인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료교사를 제자 성추행범으로 음해했다며 소속 교사 2명을 파면한 인천성동학교의 결정이 진보 진영의 내부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갈등의 당사자는 부인이 이 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유명 노동운동가 하종강씨와 파면된 교사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다. 전교조가 “하씨가 학교의 부당해고를 옹호했다”며 제재 조치를 취하자, 하씨가 이를 반박하는 글을 발표한 것이다.

전교조는 12일 “지난해 12월 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 회의를 열고 하씨에 대한 강의 요청을 자제할 것을 산하 조직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전교조의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도 지난해 11월 중집위 회의에서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최근 드라마로 제작된 웹툰 ‘송곳’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하씨는 노조나 현장노동자를 상대로 활발한 강연 및 상담 활동을 펼쳐왔다.

전교조와 민주노총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인천성동학교가 지난해 10월 두 교사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린 직후 하씨가 홈페이지에 학교 입장을 두둔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전교조 관계자는 “사립학교 내부 문제를 공론화하려 한 교사들에게 부당한 징계가 가해졌는데도 이를 두둔한 것은 평소 노동인권을 강조해온 하씨의 입장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청각장애인 교육기관인 이 학교는 2013년 한 학부모가 교사의 제자 성추행, 학사운영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파문에 휩싸였다. 이 학교 교사가 2009년 여학생의 청바지 무릎 부위를 찢고 2011년엔 남학생의 성기 부분을 꼬집었다는 성추행 의혹은 검찰 수사 끝에 지난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벌여 17개 학사 비리 의혹 중 5건에 대해서만 교장ㆍ교감 경고 등 비교적 가벼운 조치가 취해졌다. 의혹에서 벗어난 학교 측은 학부모와 결탁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전교조 조합원인 두 교사를 지목해 학교 명예 실추 등 책임을 물어 파면 조치했다.

하씨는 11일 페이스북에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결정을 반박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인천성동학교의 징계위원은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선정하고 재단이 임명하기 때문에 교장은 징계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틀에서만 사고하고 다른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는 우리 운동 진영의 안 좋은 습성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하씨의 부인이자 평교사 때 전교조 조합원이기도 했던 이 학교 교장 유모씨가 두 교사의 징계에 관여했다는 전교조의 주장에 대한 대응이다. 하씨는 또 “(성추행 혐의로 고발 당한 교사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진 이유는 전교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증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이 아니라, 성추행 사실이 없었다는 학생들의 일관된 주장 때문”이라고 학교 측의 조치를 옹호했다.

하씨의 입장 표명에 대해 전교조 관계자는 12일 “파면된 교사들이 학교의 비리 의혹이 외부에 알려지는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학교 측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파면 무효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진실이 곧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립학교의 교직원 징계 절차는 교장의 징계 요청이 있어야 시작되는 만큼, 교장이 징계위원은 아닐지라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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