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 "또 삭발해야 하나"..세월호 2주기와 BIFF

전형화 기자 2016. 4. 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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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세월호/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뉴스1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세월호/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뉴스1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가라앉고 있다. 여기저기서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지만 정작 힘써야 할 곳들이 외면해 점점 가라앉고 있다.

11일 부산지법 민사14부(박종훈 수석부장판사)는 부산시가 BIFF 집행위를 상대로 낸 BIFF 신규 자문위원 위촉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산국제영화제 총회 의결권을 갖는 자문위원은 본안 소송에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기존 자문위원 107명에서 39명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부산국제영화제는 염원하던 임시총회를 열지 못하게 됐다. 현 자문위원 중 상당수가 부산시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2월25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정기총회에서 자문위원들은 정관 개정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연임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이에 부산시는 임시총회 개최를 거부하고, 신규 자문위원 68명 위촉이 잘못됐다며 3월14일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이 본안 소송 때까지 신규 자문위원들의 자격을 정지하라고 결정하면서,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 갈등은 하염없이 길어질 전망이다. 곧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기소 여부도 결정되기에, 양측의 갈등 해결은 끝 모르게 길어질 것 같다. 무엇 하나 해결되는 것 없이 질질 시간을 끌면서 내편과 네편을 가린 채 싸우게 됐다.

닮았다. 4월16일, 2주기를 앞두고 있는 세월호 사태와 닮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계기가 세월호 당시를 담은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때문이었으니,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강수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임시총회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임시총회를 열어 하루 속히 정관을 개정하고 영화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싶었으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 이상 부산시의 협조 없이 정관 개정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대로는 영화제 준비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남은 시간 동안 정관을 개정하고 새로운 조직위원장을 뽑고 안정된 조직에서 영화제 준비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데,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봉사를 갔다가 지난 8일 귀국해 현 상황을 타개하려다 법원의 통보를 받았다. 그녀는 출국 전 "내가 또 삭발이라도 해야 하나"며 주위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수연 위원장은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 삭발 투혼을 감행,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었다.

강 위원장이 그런 토로를 할 만큼 현재 부산국제영화제 상황은 심각하다.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들은 이미 올 농사를 위해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포스터를 공개하고 초청작 리스트 꾸미기에 올인하고 있다.

반면 부산국제영화제는 현재 상태라면 개최조차 불투명하다. 예산집행부터 초청작 섭외, 초청 리스트 작성 등 어느 것 하나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영화제에 참가해 초청작을 검토해야 할 프로그래머 및 수뇌부들이 이번 사태로 발이 묶인 게 큰 원인이다.

지난 6일에는 전양준 BIFF 부집행위원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조사 12일만에 부산시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수뇌부를 소환한 것. 이에 따라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조사가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예산 삭감으로 곤란을 겪었던 지난해에는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가 1억원을 기부하는 등 영화계에서 십시일반으로 도와줬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어렵다.

한국영화계가 부산국제영화제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보이콧을 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한 탓이다. 부산영화제에선 어떻게라도 올해 영화제를 열기 위해 한국영화계를 설득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부산영화제 자율성을 위해서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한국영화계가, 어떤 변화도 없는데 입장을 번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감독은 "부산영화제의 유일한 타개책은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이라며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올해 영화제 개최가 무산되더라도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해야 비로소 살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영화계 정서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익을 말하는 사람에게 도리로 설득하면 통하지 않는다. 도리를 말하는 사람에게 이익을 이야기하면 통하지 않는다.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갈등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건 이런 탓이다.

모두가 세상이 바뀌기를 원한다. 하지만 아무도 바뀔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이곳저곳에서 도리와 이익이 충돌하는 탓이다. 세월호가 가라앉으면서 도리도 같이 가라앉았다. 다들 이익만 이야기한다.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은 도리를 외쳐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시 떠오르려면, 강수연 위원장이 삭발하는 것 외에 답이 없는지, 분명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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