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1:1’ 코너의 ‘이병원’ 캐릭터가 인기입니다. 개그맨 이세진씨가 연기하는 이 캐릭터는 단어를 뒤죽박죽 섞는 말장난이 주특기입니다.
이는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씨의 대사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을 패러디한 것인데요. 이렇듯 글자나 단어의 순서를 뒤바꾸는 기법을 어구전철(語句轉綴) 혹은 애너그램(anagram)이라고 합니다.
과거 개그맨 박명수씨는 한 프로그램에서 ‘재능기부’를 ‘기능재부’로 말하는 애너그램식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축구선수 루이스 수아레스는 리버풀 시절 홈 구장의 이름 안필드(Anfield)와 자신의 딸 델피나(Delfina)가 애너그램을 이룬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것은 운명’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이승만 찬양시’의 ‘세로드립’도 글자를 바꿔 읽는다는 점에서 애너그램의 일종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한자의 부수를 쪼개 읽는 파자(破字)도 애너그램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학자 조광조(趙光祖)는 나뭇잎에 쓰인 주초위왕(走肖爲王) 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당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애너그램의 세계에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상 '아제 시경아'였습니다.
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
이경희 디자이너 moda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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