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자문사 10여곳 첫 발..3개월 수익률은 최고 5%

최재원 2016. 4. 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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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PB 시대 / 로보어드바이저는… ◆

#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여윳돈을 어떻게 굴릴까 고민하다가 증권사 영업점에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상품을 소개받고 귀가 솔깃했다. 대박을 노리고 국내 주식과 중국 펀드에 투자해봤지만 오히려 손실을 입었고 그렇다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예금에 투자하기에는 금리가 1%대 중반으로 너무 낮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닌 로봇이 빅데이터에 근거해 투자자별 목표수익률에 맞게 자산을 배분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준다는 설명에 믿음을 갖게 된 그는 2000만원을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개인 투자 성향에 따라 맞춤형 자산관리를 대신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상품이 국내에서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금융 선진국인 미국에서 최근 3~4년 사이 30세 전후 젊은 직장인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시대가 드디어 국내에서도 개막된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의미하는 로봇(Robot)과 자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다. 미리 짜인 알고리즘대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간 개입 없이 자동으로 투자 종목이나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그대로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 위험 성향과 자금활용 목적, 투자기간 등을 파악해 투자자 눈높이에 맞는 기대수익률과 위험도가 반영된 포트폴리오를 로봇이 제공한다는 게 특징이다. 물론 알고리즘을 어떤 구조로 짤지, 어떤 데이터를 넣고 뺄지 결정해서 프로그래밍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까. 우선 투자자에게 5가지 안팎의 간단한 설문을 실시해 위험 성향을 파악하고 투자자금 성격, 금액, 목표수익률 등을 파악한다. 이어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자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투자자와 일임계약을 맺은 PB를 통해 투자자산 배분을 실행한다. 이후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가 자동으로 자산 비중을 조절하게 된다. 향후 비대면 계좌 개설이나 투자일임 계약까지 허용되면 영업점 방문 없이 보다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출현과 함께 가장 큰 궁금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시장 충격이 왔을 때 대처가 가능할 것인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예측하지 못한 충격이 왔을 때 로보어드바이저라고 해도 손실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이고, 새로운 시장 상황에 대한 결과를 곧바로 반영해 자기학습을 거친다고 해도 이미 후행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업체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로봇이 사람보다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자산 리밸런싱 대응이 좀 더 빠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10여 개 업체 서비스 출시

한국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첫걸음을 뗐다.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 1호는 쿼터백투자자문이다. 쿼터백은 올해 1월 대우증권 등과 손잡고 일임형 랩어카운트 상품을 냈고, 국민은행과 신탁형 상품을 출시해 운용하고 있다. 이 밖에 파운트 디셈버 AIM 등 10여 개 업체가 상반기 중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증권사 자체적으로는 유안타증권이 1월 말 티레이더2.0이란 이름으로 로봇이 유망 종목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전체 이용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자체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고 이달 중순부터 사모펀드 등 다양한 형태로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은 어떨까. 쿼터백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로 운용하는 상품이 3개월 동안 3% 정도 성과를 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2%에 달한다. 유안타증권 티레이더2.0은 국내 주식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데, 두 달 동안 평균 계좌수익률은 5% 정도다. 코스피는 작년 말 1961에서 3월 말에는 1995로 마감했으니 1분기 동안 2%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는 수익률이 0.1%에 불과했다. 외국인이 정유나 화학 등 싼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수가 상승했는데 대부분 국내 펀드매니저들은 이런 업종 비중이 낮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로봇과 사람을 1분기만 놓고 비교한다면 로봇이 사람에게 앞섰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직은 로봇 자산관리가 인간을 반드시 이긴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도 대다수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위기 이후 자산시장이 호황기일 때 설립됐기 때문에 예상외의 시장 충격에 대응하는 능력은 검증된 바가 없다"고 평가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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