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주기] 평범한 삶도 침몰 .. "돌아갈 일상이 없다"

입력 2016. 4. 10. 19:54 수정 2016. 4. 1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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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고통 겪는 유족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숨진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당시) 4반 승묵 아버지 강병길(49)씨의 삶은 엉망이 됐다. 사고 6개월 만에 네 식구의 생활 터전이었던 슈퍼마켓을 처분했다. 강씨 부부가 세월호 집회를 다니느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형편이 됐기 때문이다.

화목했던 가정의 모습은 이제는 가족사진에서나 볼 수 있다. 사건 직후 충격으로 6개월간 정신과 치료를 받은 아내의 건강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개구쟁이였던 승묵이 여동생(중3)마저 오빠를 잃은 후 외출을 피하고 말수가 크게 줄었다. 그날 이후 가족이 모여 웃는 일은 한번도 없었다.

오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된다. 세월호에 자녀와 부모 등 가족을 잃은 304명의 유족들은 그리움에 천년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2년간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은 단원고가 있는 안산이다. 희생된 자녀 생각에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단원고 주변에 살던 유족들은 이사를 했다. 하용이 아버지 빈은종(47)씨는 지난해 8월 그동안 정든 안산을 떠났다. 빈씨는 “학교 문구점과 빵집 등을 지나다 보면 아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떠오른다”며 “그런 날이면 그리움에 좀처럼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9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무궁화동산에서 열린 ‘세월호 기억의 숲’ 완공식을 찾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기억의 벽’에 새겨진 추모글을 바라보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세월호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 동네를 떠나겠다는 유족도 상당수에 달한다. 단원고 옆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현탁이 엄마(47)는 “사고 후 너무 힘들어 몇 번이나 안산을 떠나려 했지만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도 세탁소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며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주변에서는 벌써 대참사를 잊어가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고 깊게 한숨을 쉬었다.
단원고 학생들이 여전히 머물고 있는 ‘존치교실’은 살아남은 자들이 슬픔과 고통을 적는 일기장 역할을 하고 있다. 2주기를 앞둔 지난 7일,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군의 자리에는 보고픈 이들이 남긴 쪽지로 가득했다. 창현군의 어머니는 비망록에 “어떻게 하면 널 다시 볼 수 있을까, 방법을 알려 달라”는 애절한 사연을 남겼다.
단원고 세월호 참사 희생학생들이 사용하던 존치교실에는 학생들의 유품과 유족 등이 가져다 놓은 편지 등이 놓여 있다.

유족들은 여전히 사건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자영업을 처분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는 세월호 사건의 진실 규명이라는 커다란 벽을 아직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조가 왜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유족들의 판단이다. 그래서 유족들은 진실을 규명하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윤민이 언니 최윤아(25)씨는 사건 이후 평범했던 삶을 빼앗겨 돌아갈 일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꾸만 우리더러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이는 깨진 유리잔으로 물을 마시라는 것 같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세월호의 또 다른 현장은 서울 광화문이다. 지난해 유족들은 광화문에 텐트를 치고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알렸다. 법정에서 밝히지 못한 여러 의혹들을 제기하고 해결하는 광장문화 역할을 했다. 광화문에서 만난 하용이 엄마는 “세월호가 잊혀지는 것보다 국민들이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더 슬프다”고 말했다.

이런 유족들을 위해 설치된 치유센터 3곳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온마음센터 안소라(41·여) 부센터장은 “유족 1000여명이 심리 안정을 위한 약물치료와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며 “참여 유족들이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치유센터 프로그램 참여 이외에 스스로를 이기기 위한 자체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유족 대기소 한쪽에 ‘4·16공방’을 만들었고 전시와 체험, 오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간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안산·진도=김영석·한현묵·한승하·이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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