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AI 정책, '다양성' 보장해야 성공한다

2016. 4. 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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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지능(HI)을 대표하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대표인 알파고 사이의 바둑 대국은 알파고 승리로 끝났다. 먼저 5판 4승 1패로 승리한 알파고 개발팀에게 축하를 보낸다.

알파고가 채택한 기계학습의 원리는 '어린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어린 아이는 어른이 하는 말을 기억했다가 어떤 상황에서 기억된 말을 흉내 냈을 때, 어른이 칭찬하면 그 말을 하고, 어른이 야단을 치면 그 말을 안 하는 방식으로 말을 배워간다.

같은 방식으로, 알파고도 기본적으로 프로기사의 과거 게임 기록을 보고 바둑 게임하는 방법을 배웠을 것이다. 프로기사 9단과 게임을 하면 알파고의 지능을 프로기사 9단 수준 까지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보면 알파고 개발팀은 이번 대국을 통해 이세돌 9단의 인간지능을 배운 셈이 된다.

알파고의 승리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이, 앞으로 데이터 중심의 인공지능 기법인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의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처리할 수 없었던 방대한 정보 속에 숨어 있는 법칙과 패턴을 발견해,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다. 분야별로 인공지능을 잘 만들면 기상예보의 정확성을 올릴 수도 있고, 각종 재난의 예방 및 사후조치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여서 OECD 국가 중 최악의 교통사고 사망자 국가라는 오명도 씻겨 줄 수도 있다. 정부도 알파고 대국 이후, 인공지능의 유용성을 인정해 진흥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고 한다. 1조원 정도의 돈도 마련해 지원할 것이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지능형 전자정부를 구축할 것이라고 한다. 시의적절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공지능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따라줘야 한다.

첫째, 인공지능 개발에서는 다양성이 살아 숨 쉬도록 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우려할 상황은 최우수 인공지능의 독식현상이다. 특정 분야의 최우수 인공지능이 특정 분야를 독점하면, 우리가 예상 못한 위기적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최근 한 보도에 의하면, 금융권에서 금융 분야 알파고인 '로보어드바이저'가 전 세계 금융권의 투자결정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설치한 영국의 한 회사는 직원 550명을 감원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어 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독점현상이다. 예를 들어, 증권투자와 관련해 가장 이윤을 많이 내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이 개발됐다고 가정하면, 세계의 모든 증권회사는 다퉈 그 인공지능을 설치하려고 할 것이다. 그 경우, 그 인공지능의 판단에 따라 모든 증권회사의 판단이 똑같이 낙관이나 비관의 어느 한 방향으로 집중돼 증권시장은 극도의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주다가 붕괴될 수도 있다. 또 '하나 뿐인 인공지능' 시스템에 내재되어 있을 수 있는 '버그'는 탐색도 어려워서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개인이나 조직 등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둘째, 정부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해야 각종 정책에 필요한 성공적인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기반은 인간의 경험이고, 그 경험은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3.0의 정보공개 공유 정책은 민간부문까지 확대돼야 할 것이다.

셋째, 인공지능은 방대한 정보처리자원이 있어야 비로소 기능을 한다. 이번 알파고 대국에서 1000대가 넘는 컴퓨터와 초고속 정보처리망이 동원됐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슈퍼컴퓨터 설치와 초고속망 확충 등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인공지능의 성공적 활용은 이들 인프라의 성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넷째, 차세대 인공지능 경쟁은 범용 인공지능(General Purpose AI) 툴(tool)의 개발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우수한 두뇌를 총동원해 범용 인공지능 툴의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이 툴의 개발에 성공한 나라가 앞으로 인공지능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인공지능의 성능이 개선되고 발전할수록, 인공지능 개발자의 윤리관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모방하기 때문에, 건전한 인공지능을 만들려면 인간이 스스로 모범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최근 MS가 만든 인공지능이 비상식적인 반응을 해서 망신 당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인공지능 정책을 단순히 공학적 관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공학도와 함께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가 모두 힘을 합쳐 건강하고 윤리적인 인공지능이 만들어 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줘야 한다.

알파고는 그동안 정보화 성공에 빠져 잠자고 있던 우리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의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 목전에 와 있음을 실감나게 해줬다. 지금은 우리의 국력을 인공지능 개발에 모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도국가를 준비할 때다.

안문석 전자정부추진위원장ㆍ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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