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군대'가 아니라 거대한 보육원

장슬기 기자 2016. 4. 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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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원인 외면, 임시방편 급급한 군 개혁방안…아군 피해때문에 방탄복 지급하는 한국군대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한국 군인은 동료를 믿지 못한다. 전쟁에 나가면 서로의 목숨을 구해줄 ‘전우’라고 보기도 어렵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에서 자살한 사망자는 1980년대 연평균 200여명 가량에서 꾸준히 감소해 2014년 67명, 지난해 56명으로 줄었다. 전체 사망자 역시 2013년 117명, 2014년 101명, 지난해 93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한국군은 평시인데도 여전히 연 100여명의 아들이 죽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징병검사 시스템을 통해 군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제대로 거르지 못한 결과이며 군 관리체계의 붕괴를 뜻한다. 하지만 군 당국은 수치가 줄었으니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6만명의 군인이 비전투 상황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구타와 자살사건이 반복되는데 미봉책들만 쏟아진다. 희생자는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어설픈 개혁안을 실현하다가 비리도 발생한다.

지난 2014년 6월 전역을 보름 앞둔 말년병장이 총기를 난사했다. ‘임병장 사건’이다. 당시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은 “이번 사건은 군내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라며 “최전방 GOP에서 근무하는 장병에게 모두 방탄조끼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pixabay

지난해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5월 국방부는 ‘예비군 사격훈련 안전대책 확보 방안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조교에게 신형 헬맷과 방탄복 착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총기는 고정해 ‘엎드려쏴’ 자세로만 총을 쏴야 하며, 사격장 각 사로(사격구역)를 방탄유리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북한군이 아닌 아군을 위한 방탄체계가 필요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방탄복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견됐다. 지난달 감사원은 국방부의 방탄복 비리에 대해 발표했다. 방탄복이 뚫리고, 조달 과정에서 업무 담당 장성이 자신의 아내를 선정업체에 위장취업하게 해 금품을 수수한 것이 드러났다. 방탄으로 군인 사망을 막을 수 있을까? 개혁방안은 온전할까?

그린캠프, 또 하나의 수용소

군에서는 군 내 부적응자를 위해 ‘그린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그린캠프 입소 병사는 2012년 2582명, 2013년 2657명에서 2014년에는 3132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린캠프에는 자살이 우려되거나 내무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들을 입소시켜 1주차에는 미술·웃음·음악치료와 음식 만들기, 2주차에는 분노조절 교육과 사회봉사 활동 등 과정을 밟게 한다.

부적응자들을 전역하게 하는게 아니라 군대 내의 또 다른 수용소를 만들어 가둬놓는 셈이다. 연간 3만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군에 입대한다. 이중 10명 중 1명인 3000여명이 그린캠프에 가서 해당 프로그램을 반복한다. 1980년대 징병검사 대상자의 절반가량이 입대했지만 지금은 90%에 가까운 대상자가 입대한다. 비효율을 감내하며 60만 대군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 사진=pixabay

책읽고 바둑두고, 신기술 도입으로 감시

지난해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한 정책개선과제안을 보면 그린캠프를 운영하는 논리를 그대로 군 전체에 확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병복지 개선을 위해 장병 문화공연 관람 기회를 확대하자는 안이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문화재청에서 장병들의 유적지 무료관람을 위한 혜택, 장병 문화공연 무료 또는 할인 등의 내용이 있다.

위 과제안에 따르면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군인정신을 길러주도록 장려하는 방안도 있다. 부대별로 애국심과 복무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방안이 나와 있다. 부대영웅이나 전쟁영웅의 기념일을 지정하거나, 스토리텔링 및 자랑거리 만들기 등의 내용도 있다.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협력을 통한 방안에는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독서 동아리 활동, 독후감 경진대회 등을 통해 자율적 독서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돼 있다. 연간 예산이 140억 가량이다. 예산이 내려오면 감사가 함께올 것이고, 강제적인 독서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더 크다. 바둑예산도 약 4억원이다. 군 인권교육 예산인 1억3500만원보다 많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애국심을 가르치고 책을 읽게 하면 계급이 ‘깡패’인 폐쇄적인 환경에서 인권침해가 사라질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방위사업청은 ‘Iot(사물인터넷) 국방분야 적용기술 현황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군 폭력 등 사고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 식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병사들이 착용할 수 있는 스마트시계 등을 통해 CCTV에 잡히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구타사건을 감시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국방·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이쯤 되면 군대가 아니라 거대한 보육원”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군대에는 사병의 의무만 있고, 사병에 대한 통제만 있다. 임시방편으로 버텨가는 한국군의 모습이다. 군이 사회를 지키는 게 아니라 사회가 군을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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