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봄 찾아 떠나는 창원 '저도 순례길'

입력 2016. 4.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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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힐링' 열풍과 함께 국내에서 우후죽순 생겨난 각종 둘레길의 원형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의 생 장 피드포르에서 출발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이르기까지 총 800㎞에 달하는 이 길은 매년 10만여명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관광명소다.

그러나 '힐링'의 대명사로 꼽히는 오늘날 둘레길과 다르게 이 순례길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한 이유는 영적·정서적인 것과 거리가 멀었다.

1189년 교황 알렉산더 3세가 이 순례길을 성지로 선포하면서 이곳을 걷는 사람에게 죄를 없애준다는 칙령도 함께 발표하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길을 가도, 산을 찾아도 소원이 이뤄진다거나 무엇엔가 영험이 있다고 하면 어딘가 의지하고 싶은 여린 마음에, 유명 장소에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앞다퉈 찾게 된다. 창원시로 통합된 옛 마산 외곽에 있는 저도 연륙교가 그런 장소 중의 하나다.

◇ 사랑이 맺어지는 다리, 저도연륙교

'콰이강의 다리'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저도연륙교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그렇듯 소원을 이뤄주는 다리로도 유명하다.

저도 입구에 있는 이 다리는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와 저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길이 170m, 너비 3m, 높이 13.5m이다.

'남녀가 손을 잡고 끝까지 건너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다리 난간에는 연인들의 사랑 확인용 자물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저도 연륙교는 2개의 다리로 이뤄졌다. 하얀색 다리는 자동차 전용이며 빨간색 철골 다리는 보행자 전용이다.

이 중 빨간 다리는 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온 다리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 이런 별명이 붙었다.

아치형의 곡선미를 강조하고자 광케이블 조명을 설치해 밤이 되면 시간별, 계절별로 여러 가지 색이 어우러진 야경을 뽐내기도 한다.

이 모습이 특히 아름다워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호수처럼 잔잔한 저도 앞바다를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하거나 물씬 풍기는 갯내음을 만끽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 쪽빛 바다에서 밀려오는 봄기운…저도 비치로드

저도 연륙교를 건너며 사랑을 성취했다면 이어진 저도 비치로드(Beach Road)를 거닐며 쪽빛 바다에서 밀려오는 봄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다.

저도 연륙교를 지나 섬으로 약 1㎞를 따라가면 찻길이 끝나는데 이 지점부터 비치로드다.

비치로드는 구산면 일대의 수려한 경관과 어우러져 완만하게 걷는 하이킹 코스로 해안선을 따라 기다랗게 펼쳐진 남해안의 빼어난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전국의 이름난 둘레길에 비하면 특별한 명소나 이야깃거리랄 게 없어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잡념을 내려놓고 천천히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민 분홍빛 진달래와 붉은 동백꽃이 반겨준다.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은 높낮이가 심하지 않지만 중간에 제법 땀 흘려 올라야 하는 코스도 있으니 물을 넉넉하게 준비하는 게 좋다.

걷는 게 지치면 바다에 맞닿아 있는 전망대에 털썩 주저앉아 바닷바람이 몸에 흠뻑 벨만큼 쉬어도 좋다.

총 거리는 6.6㎞로 긴 거리가 부담된다면 3.7㎞짜리 단거리 코스를 밟을 수도 있다.

3.7㎞ 코스는 주차장에서 출발해(1.5㎞, 25분) 제1전망대(0.8㎞, 15분), 제2전망대(0.3㎞, 10분), 사각정자(0.3㎞, 10분), 코스 분기점(0.2㎞, 5분), 코스 합류점(0.6㎞, 15분), 하포길로 이어진다.

완주 코스 6.6㎞는 주차장에서 출발해 코스 분기점까지 가는 것은 단거리 코스와 같으나 이후 갈라져 바다 구경길(0.35㎞, 30분), 정상 가는 길(1.25㎞, 25분), 코스 합류점(0.6㎞, 15분), 하포길로 마무리된다.

마산역에서 약 30km 떨어진 거리에 있으며 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 가야시대로 시간여행을…'해양드라마세트장'

돌아오는 길에 인근 해양드라마세트장을 들르면 '저도 순례'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저도에서 9.9㎞ 거리에 있는 마산합포구 구산면 일대 4만3천500여㎡ 부지에 조성됐으며 6개 구역으로 나뉘어 건축물 25채, 선박 3척이 들어서 있다.

또 영화·드라마 촬영에 사용된 가야시대 야철장과 선착장, 저잣거리, 각종 무기류, 생활용품 등 다양한 소품도 관람할 수 있다.

2011년 개장 이후 지금까지 이곳에서는 모두 34편의 작품이 촬영됐다.

원래 드라마 '김수로'의 세트장으로 지어졌으나 드라마 인기가 높아지자 이곳을 관광명소로 만들자는 계획이 나와 지금의 모습이 됐다.

최근에는 '화랑 더 비기닝'이란 드라마가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기도 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나 드라마의 포스터가 가지런히 전시돼 있어 친숙한 느낌을 준다.

이곳 건축물과 선박 등은 가야시대 풍으로 이곳에서 촬영된 작품들도 대부분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세트장을 두리번거리며 걷다 보면 해양드라마세트장이라는 특색을 살린 선착장과 나루터가 눈에 밟힌다.

탁 트인 바다 위에 떠 있는 가야 범선 세 척을 나루터에 서서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처럼 저도 인근을 한번 둘러보는 '저도 순례길'에서 바다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키워드가 '땅'이라면, 저도 여행의 키워드는 '바다'인 셈이다.

푸른 바다를 굽어보며 걷다 보면 싱그러운 봄날과 한담이라도 나누듯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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