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20세기 창업세대가 그리운 이유

장유미기자 2016. 4. 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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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베테랑'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통쾌함을 느꼈다. 극중 재벌 3세인 조태오(배우 유아인)가 온갖 악행을 벌이지만 서도철 형사(배우 황정민)가 이를 막아서며 정의를 실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했다.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운전기사 상습 폭행 및 폭언'과 관련해 몽고간장, 무학, 대림산업 등이 거론됐고 최근에는 '경비원 폭행'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MPK그룹까지 오너들의 '갑(甲)질'은 잊을만하면 터져나왔다.

반면 우리나라 경제의 주역으로 손꼽히는 각 그룹의 창업주들은 '갑질 오너'들과는 달랐다. 사리사욕을 채우기보다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사업을 펼쳐 국가에 이바지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정신이 강했고 남다른 '절약정신'을 바탕으로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며 많은 이들에게 모범이 됐다.

최근 향년 97세로 별세한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사진)도 이들 중 하나다. '은둔형 경영자'로 불리는 그는 말년까지도 실험실에서 제품 개발을 위해 힘써왔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헤아리고자 힘써야 한다'는 점을 주변인들에게 강조하며 몸소 실천했다. 또 "한국인을 위해 만든 제품을 한국인에게 제공하자"고 결심한 후 국산 조미료 1호인 '미원'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선대회장은 '사업보국'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평소 "나라가 없으면 삼성도 살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은 80여년 동안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토를 넓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이곳에서 분리된 CJ그룹은 식품·문화사업에서, 신세계그룹은 유통사업에서, 한솔그룹은 제지산업에서 탄탄하게 자리 잡으며 국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창업세대는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현실에 안주하거나 투자를 주저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을 거듭하며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 이로 인해 이들의 삶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이병철, 정주영, 임대홍 등 20세기 창업주들은 지금도 여전히 '존경받는 기업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안위만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자세가 있었고 창조적 마케팅, 과감한 투자 등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 왔다.

하지만 최근 '갑질'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오너들은 올바른 '기업가정신'을 가졌다기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져버리고 오히려 안하무인격 행동으로 직원과 회사 전체를 곤경에 빠뜨렸다. 몇몇 업체들은 '갑질 논란' 이후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오너들은 되레 자기 뱃속 챙기기에만 혈안된 모습을 보이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로 인해 국민의 반재벌 정서는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국내 기업 오너들의 갑질 사태가 잇따르자 소비자들은 해당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이는 등 들끊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 한 해외매체는 '한국 대기업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부족한 도전정신과 오너리스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업가정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한 나라의 경제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갑질'로 물든 오너들의 얘기로 안팎이 시끄럽다.

우리나라 경제의 중요한 축이었던 창업주들은 물러나고 있지만 이들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기업가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기업인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요즘, 이제는 '갑질 오너'들에 대한 '법'의 올바른 심판과 함께 국가 차원에서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갖춘 새로운 세대를 적극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쩌면 그들에게 달려있는 지도 모른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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