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리콘밸리 공룡들의 '혁신 노하우'

새너제이=김민수 기자 2016. 4. 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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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 잘되면 기뻐하지 않고 시기, 질투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옛말 중 틀린 말은 없다는 격언처럼 우리도 주위에서 잘되는 사람을 보면 공공연하게 시기심을 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문화가 국내 산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경쟁업체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 그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평가하기보다는 ‘특별할 게 없다’거나 ‘그래도 우리 제품이 더 낫다’는 반응이 그것이다. 심지어 특정 경쟁사의 제품을 평가절하하는 마케팅이나 광고도 가끔 접한다.

좁디좁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사의 혁신적인 제품이 달가울 리는 없다.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왜 이런 제품을 만들지 못했느냐’는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인공지능(AI), 드론, 가상현실(VR) 등 최첨단 분야에서 이미 치열하게 혁신 경쟁을 하는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시장에서 이런 문화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5일부터 7일(현지시각)까지 사흘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그래픽프로세서유닛)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2016)’에서 ‘실리콘밸리 공룡들이 어떻게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는지’ 평소의 궁금증을 푸는 단서를 찾았다. 그들은 기술 혁신에 도움이 된다면 경쟁업체의 기술이라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협력했다.

GTC2016 개막 당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기조강연 중간에는 구글의 라자 몽가(Rajat Monga) ‘텐서플로우’ 개발 매니저가 단상에 올랐다. 텐서플로우는 구글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딥러닝 AI 알고리즘이다. 몽가 매니저는 엔비디아의 GPU 기술로 텐서플로우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고 젠슨 황 CEO는 함께 새로운 AI 영역을 개척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컴퓨팅 산업의 1세대격인 IBM의 롭 하이 왓슨 최고기술책임자(CTO)도 GTC2016 기조강연자로 나서 IBM AI ‘왓슨’에 엔비디아 기술을 적용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처리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든 산업에 AI가 도입될 것”이라고 말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TC2016에서 보여준 메시지는 분명했다. 엔비디아가 최상의 GPU 기술력을 제공할 테니 ‘우리 함께’ AI 산업 생태계를 일궈보자는 것이었다. 이런 그의 제안에 구글, 페이스북, IBM 등이 동참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찾기 위해선 경쟁 기업이나 기술을 깎아내리는 배타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이를 적극적으로 품는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더 이상 사촌이 산 땅을 시기하지 말고 그 땅을 어떻게 활용하면 옆에 있는 땅으로 ‘함께’ 넓혀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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