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창업 성공하고 또 창업하는 중국의 창업가 "너무 작다 싶을 만큼 작게 시작하라"

베이징·상하이·푸저우=온혜선 조선비즈 기자 2016. 4. 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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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창업왕에게 듣는 중국식 혁신
그래픽=김의균 기자
상하이=온혜선 조선비즈 기자
중국 상하이에 있는 씨트립 본사. /블룸버그
푸저우=온혜선 조선비즈 기자
중국 푸젠성 푸저우에 있는 넷드래건 사옥. 지난 2008년 착공해 2013년 완공했다. 약 1735억원의 공사비가 들었다./넷드래건 제공
넷드래건 사옥 건물 안에 설치된 미끄럼틀. /넷드래건 제공

중국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 시내에서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1시간가량 달리자, 미국의 인기 TV 드라마 '스타트렉'의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를 본떠 만든 거대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완공된 중국의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 넷드래건(NetDragon·網龍網絡公司)의 사옥이다. 축구장 3배 크기의 이 건물 주변에는 수영장, 골프 연습장, 조깅 코스 등 다양한 여가 시설이 있다. 구글처럼 층과 층 사이를 이동할 수 있도록 미끄럼틀과 봉도 설치돼 있었다. 직원의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것도 구글과 비슷하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넷드래건의 류더젠(劉德建·45) 회장은 "구글처럼 일터를 놀이터로 만들려고 했다"며 "즐겁지 않으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고, 혁신 역시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류 회장이 창업한 모바일 앱 스토어 업체인 '91와이어리스(91 wireless)'는 지난 2013년 7월 중국 최대의 검색 포털 바이두(百度)가 2조원에 인수했다.

IT 기업의 성공적인 롤모델로 거론되는 구글의 모든 것을 따라 할 정도로 중국 기업들은 혁신에 목이 마르다. 전 세계적으로 창업 붐이 일어나고 있지만, 중국만큼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작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창업한 기업의 숫자는 약 440만개로, 전년 대비 21.6% 증가했다. 현재 중국 경제의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대부분 창업한 지 20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기업들이다. 중국 최대의 온라인 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마윈 회장이 1999년에 세웠고,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는 2010년 창업했다.

중국 경제 성장세는 점점 둔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철강·조선·화학 등 중국 경제를 지지하던 전통 산업은 수출을 떠받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은 작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연속 줄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데, 중국 정부는 돌파구를 창업 시장에서 찾고 있다. '대중창업(大衆創業) 만인창신(萬人創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패션 쇼핑몰 D2C몰의 잉차오융(應朝勇) 최고경영자(CEO)는 "저렴한 가격에 창고 부지를 제공하고, 세금을 줄여주는 등 지방 정부 차원에서 창업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를 낙관하는 전문가들은 창업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중국의 '혁신'이 중국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중국 기업들이 쓰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선도자(first mover)의 장점은 빠르게 흡수하고, 단점은 빠르게 개선하는 중국 기업의 전략이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여러 플랫폼과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중국의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하고, 빠른 시일 안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그랬던 것처럼 산업 판도를 바꾸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혁신이 곧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중국 시장의 창업자들은 어떻게 혁신을 이루고, 창업을 하고 있을까.

중국에서 '창업왕'으로 불리는 지치(季琦·50) 화주(華住)호텔그룹 회장과 류더젠 넷드래건 회장을 직접 만나 중국식 혁신의 비결을 들어봤다. 두 기업가 사이에는 증시 상장 또는 기업 매각을 통해 각각 3번의 창업을 성공적으로 해냈고, 최근 4번째 창업에 도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 회장은 "지나치게 작다 싶을 만큼 작은 시장을 보고, 작은 혁신을 목표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중국 시장의 크기만 보고 다양성은 잘 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네 번째 창업…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기회 있다"
華住호텔그룹 창업자 지치

화주호텔그룹의 지치 회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여행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온 인물이다. 1999년 상하이 자오퉁(交通)대 출신 친구 선난펑(沈南鵬), 양젠장(梁建章)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 여행 포털 사이트 ‘씨트립(Ctrip)’을 만들었다. 씨트립을 경영하면서 호텔 사업의 가능성을 엿본 지 회장은 씨트립을 떠나 2001년에 중저가 호텔 체인 ‘홈인(Home Inn·중국명 如家)’을 세웠고, 2005년에 다시 홈인을 나와 비즈니스호텔 체인 ‘한팅(漢庭·현 화주호텔그룹)’을 창업했다. 현재 씨트립과 홈인, 한팅은 모두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세 기업의 시가총액은 총 180억6050만달러(약 20조8056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초 상하이 외곽에 있는 화주호텔그룹 사무실에서 지 회장을 만났다. 검정 라운드 칼라 셔츠를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지 회장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은 애플의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 그를 닮고 싶어 머리도 짧게 밀었다.

지 회장은 최근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청자(城家)’를 설립했다. 벌써 네 번째 창업이다.

이미 큰 성공을 거뒀는데 계속해서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이유를 물었더니 “한국과 달리 중국은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한 미지(未知) 시장이 많이 남아있다”며 “앞으로도 수년간 무수히 많은 창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 회장은 1999년부터 2001년 말까지 씨트립의 CEO로 있다가 회사를 떠나 홈인을 창업했다. 충분한 자금이 없었던 지 회장은 씨트립과 중국의 호텔 그룹인 서우두(首都)의 출자를 받아 호텔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홈인은 중국 호텔 기업으로는 최초로 나스닥에 2006년 상장했고, 지난 2011년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100대 성장 기업’에서 9위에 올랐다. 지 회장은 홈인이 상장되기 전인 2005년 회사를 떠나 다시 화주호텔의 전신인 한팅을 창업했다.

―경쟁이 치열한 중국 창업 시장에서 세 번이나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성공 비결이 궁금합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 적합하면서도 특출난 아이디어가 있었고, 변화에 빨리 적응할 줄 아는 기업이 결국 성공했습니다. 반면 실패하는 기업은 제각각 이유가 있습니다.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차별화된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했죠. 작은 실수라도 빨리 바로잡지 못하면 절대로 창업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창업은 결국 리스크와 싸우는 일입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관리해야 경쟁이 치열한 스타트업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대다수 기업은 큰돈을 벌면 큰 리스크를 짊어지고 새로운 분야에 크게 투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여 더 많은 수익을 내겠다고 야심 차게 창업에 도전합니다. 저는 오히려 너무 작다 싶을 만큼 작게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그래야 그 시장을 장악하기 쉽습니다. 경쟁자가 아주 적고, 특정한 소비자가 모여 있는 시장을 찾으세요. 씨트립을 세웠던 것도 경쟁자가 거의 없는 시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중국 여행객들은 여행사를 찾아가야만 비행기표와 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는데, 씨트립이 생기면서 인터넷으로 여행에 필요한 것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러 브랜드로 작은 성공 여러 번 거둬

―많은 인구 덕분에 중국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소수 소비자를 겨냥한 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특정 시장에서 파워를 가지면 비슷한 시장을 공략하면서 전략을 세우고 몸집을 키우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씨트립 경영 당시 고객이 올린 글을 봤는데, 씨트립을 통해 예약한 호텔 숙박비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었습니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숙박비가 싼 비즈니스호텔을 원하는 소비자는 많은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씨트립을 창업해봤기 때문에 두 번째 창업은 수월했습니다. 씨트립에서 한 경험 덕분에 고급 호텔을 갈 사정은 되지 않지만 싸구려 숙박 시설을 원하지 않는 여행객들을 목표로 정했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홈인 역시 크게 성공했는데 또다시 창업했습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가성비가 좋은 비즈니스호텔 모델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랑스 계열의 세계적 호텔 체인 아코르(Accor)와 제휴한 것도 이 때문이죠. 아코르는 최고급 호화 호텔부터 고급 호텔, 중저가 호텔, 경제형 이코노미 호텔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갖고 있습니다.”

―화주호텔이 여러 브랜드를 이끄는 전략을 내세운 것도 그래서인가요. 포시즌스호텔처럼 한 브랜드로 세계적 기업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포시즌스호텔이 몇 년에 한 번씩 피는 아름다운 꽃이라면, 화주호텔은 들풀 같은 존재입니다. 포시즌스호텔은 좋은 터가 날 때까지 20년도 기다립니다. 하지만 저희는 호텔에 적합한 터가 나오면, 일단 달려가서 호텔을 짓습니다. 출장 오는 수요가 많다고 하면 비즈니스호텔을 짓고,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여행객이 많이 오면 저렴한 경제형 호텔을 세웁니다. 그래서 빠른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현재 화주호텔의 브랜드는 총 12개입니다. 다양한 브랜드 덕분에 중국 도시 350곳에 3000개가 넘는 호텔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작게 시작해서 작게 성공하는 전략이 통했군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한 브랜드와 비즈니스 모델로 큰 성공을 거두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여러 브랜드로 작은 성공을 여러 번 거두는 것이 훨씬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슷한 시장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잘 모르는 분야에 마구잡이로 도전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제가 창업을 여러 번 했지만, 다 여행·관광 산업이라는 범주 안에서 했습니다.”

―씨트립과, 홈인, 한팅의 비즈니스 모델이 독창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미국 등 다른 곳에서 성공한 전략을 따라 한 것 아닌가요.

“중국 기업가들이 중국 시장 밖에서 성공한 기업들을 연구하고, 따라 하는 전략을 쓰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중국 시장에서도 완벽한 카피캣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호텔업만 봐도 그렇습니다.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갖고 있는 세계적 호텔 체인들이 중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소비자는 참 까다롭습니다. 숫자도 많고, 취향도 다양하고,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의견을 피력하는 데도 적극적입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창조적 모방’이라고 부릅니다.”

중산층이 원하는 분야 따라가라

―최근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청자’라는 스타트업입니다. ‘도시의 집’이라는 뜻인데, 일종의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이죠. 핵심 고객은 집을 살 능력이 없는 20~30대 젊은 세대입니다. 요새 중국에 ‘팡누(房奴)’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집의 노예’라는 뜻인데, 대출을 받아 무리해서 집을 산 사람들을 빗대는 말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소비를 줄이면서 집을 소유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렴한 월셋집을 찾아주는 스타트업을 만들었습니다. 직접 집을 짓고, 빌려주는 서비스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중국 창업 시장에서 앞으로 유망한 분야는 무엇일까요.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입니다. 소비 수준이 높아졌지만, 최고 수준은 아닙니다. 적절한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원하는 중산층 성향을 고려해 창업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산층은 숫자도 많고, 구매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중산층이 원하는 의(衣)·식(食)·주(住)·행(行·여행)·유(遊·놀이)를 따라가세요.”

"수익 목표 잡은 거창한 사업 계획서 필요 없어… 아이디어 그 자체가 중요"
넷드래건 창업자 류더젠

넷드래건의 류더젠 회장은 중국 IT 업계의 ‘어른아이’로 불린다. 지난달 초 중국 푸저우에 있는 넷드래건 사옥에서 류 회장을 만났다. 사무실 안에는 실물 크기 스타워즈 캐릭터 피규어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벽면 한쪽에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레고 블록이 쌓여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1인용 전동 스쿠터(세그웨이)가 여럿 세워져 있었다. 류 회장은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다. 전날 새롭게 개발한 교육용 가상현실(VR) 기기를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에게 소개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며 웃었다.

류 회장은 1999년 온라인 게임 개발 업체 넷드래건을 설립, 2007년 홍콩 증시에 상장시켰다. 류 회장은 넷드래건을 경영하는 한편, 계속해서 창업에 도전했다. 2001년에 만든 게임 포털 사이트 ‘17173. com’을 중국 최대 게임 포털 사이트로 키워, 중국 포털 사이트 소후(SOHU·搜狐)에 매각했다. 2004년 만든 모바일 앱 스토어 ‘91와이어리스’는 2013년 바이두가 인수했다. 2010년에는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 ‘화위에듀케이션(華漁敎育)’을 창업했다.

류 회장은 본인을 ‘중국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로 소개했다. 그는 “중국 시장은 규모가 큰 만큼 나이, 지역, 학력, 소득 등에 따라 무수히 많은 시장이 존재한다”며 “다양한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명확하게 제공하지 못하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중국 소비자가 더 이상 관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서비스의 질이 낮아도 충성스럽게 한 게임을 고집하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수백개의 기업이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게 돼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소비자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원하면 만들어야 하는 것이 기업의 숙명”이라며 “창업도 시장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왜 애써 키워놓은 회사를 나와 계속 창업을 하십니까.
“온라인 게임, 게임 포털 사이트, 모바일 앱 스토어, 온라인 교육 기업까지 모두 제가 만족할 만한 제품을 찾을 수가 없어 창업한 것입니다. 1990년대 미국 유학 생활을 했고, 거기서 인터넷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와 게임, 만화, 영화에 빠져들었습니다. 중국에서도 저 같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면 재미도 있고, 작지만 수익도 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中 IT 트렌드, 다른 나라보다 앞서 있어
―중국 창업 시장은 경쟁이 치열합니다. 여러 번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무엇으로 보십니까.
“거창한 사업 계획서는 필요 없습니다. 큰 시장을 겨냥하고, 얼마의 이익을 내겠다는 계획은 큰 의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갖고 있는 사업 아이디어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특정 소비자에게 어떤 효용을 줄 수 있는지 집중해야 합니다. ‘91 와이어리스’의 경우 중국 정부의 검열이 엄격한 탓에 애플의 앱 스토어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런 불편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대안을 제공하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쓰려고 만들었습니다.(웃음)”

―그런데 2013년 ‘91 와이어리스’를 바이두에 매각했습니다.

“당시에는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2013년에 많은 기업이 앱 스토어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앱 스토어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지 않습니다. 바이두, 텐센트(?訊) 같이 큰 기업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91 와이어리스’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했는데, 투자 대비 수익이 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매각한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중국의 IT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 기업끼리 경쟁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 정부가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진출을 막아 중국 IT 기업이 더 성장할 여지가 있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건 인정합니다. 글로벌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는 중국 기업에 더 큰 기회를 주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안정적으로 내수 시장을 공략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 기업들이 안일하게 성장을 추구한 것은 아닙니다. 내수 시장 위주라고 해서 중국 IT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젊은이들은 신용카드를 잘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을 사용하면 송금, 쇼핑, 자산 관리 등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중국의 IT 트렌드는 오히려 앞서 있다고 봅니다. 중국 IT 기업의 혁신은 ‘찻잔 속 태풍’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카피캣도 성공하려면 혁신 요소 있어야

―중국 IT 기업의 카피캣(모방) 전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완벽한 카피캣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카피캣이라도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혁신적인 요소가 있어야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방향을 잡고, 목표로 삼은 시장에 맞게 변형하는 과정을 거쳐야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죠. 저는 이것을 ‘중국식 혁신’이라고 부르고 싶군요. 샤오미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멋진 디자인, 정기적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혁신의 요소겠죠. 해외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들여와서 성공할 수 있다면 중국에서 철수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없었겠죠.”

―최근에는 교육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온라인’ 교육입니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친다(華漁敎育)’는 뜻의 이름을 가진 회사입니다. 교육 사업이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합니다. 지금까지 했던 사업과 관련이 있습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에서 교육을 받으려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덕분에 매우 싼 값에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IT 기업들은 결국 콘텐츠를 가지고 경쟁할 것입니다. IT 기기가 갖고 있는 ‘기능’은 결국 콘텐츠를 구현하는 도구입니다. 넷드래건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교육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교육용 VR 기기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게임용 VR이 있는데, 교육용은 만들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현장 교육을 강조하는데, VR 기기를 사용하면 실제로 우주여행을 하거나 깊은 바닷속 탐험을 다녀온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넷드래건은 독특한 건물과 자유로운 근무 여건으로도 유명합니다. 중국 내에서도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넷드래건 사옥을 ‘직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캠퍼스’라고 부릅니다. 구글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구글의 강점은 직원들이 한 가지 방법 이상으로 일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밤 9시부터 근무를 시작합니다. 밤새 근무를 하고, 아침에 퇴근하고 있습니다. 근무 중간 중간 다이빙을 하거나 레고 블록을 쌓고, 그림도 그립니다. 직원들에게도 근무 중 틈틈이 취미 활동을 하라고 권합니다. 컴퓨터 앞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올까요. 창의력은 혁신의 바탕이 됩니다. 새로운 환경에 끊임없이 노출되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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