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당장 돈 벌려고? 안 되면 접고? 안이한 로봇 투자 열풍

데니스 홍 (미국 UCLA 로멜라연구소 소장) 2016. 4. 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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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자유자재 로봇'.. 10년도 안 돼 사업 접은 국내 기업..
데니스 홍 (미국 UCLA 로멜라연구소 소장)
김의균 기자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로봇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내가 소장으로 있는 로멜라연구소에도 지난해부터 프로젝트들이 몰리고 있다. 제안하는 사람들도 미국 힙합 그룹부터 두바이 왕가(王家)까지 다양하다. 전 세계적으로 로봇 붐이 일고 있다.

교육자 입장에서 많은 사람이 로봇에 관심을 가지는 건 무척 기쁜 일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맡을수록 시각이 넓어질 것이다. 그렇게 연구한 기술들은 다른 프로젝트에도 스핀 오프(spin off·분리해 별도로 키움)돼 쓰일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로멜라연구소는 항공기 업체 에어버스와 함께 비행기 조립에 사용할 다리가 6개 짜리 거미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 로봇이 개발된다면 분쟁 지역에서 지뢰를 제거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스타워즈 판권을 가진 디즈니가 스타워즈 랜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엔터테인먼트 로봇도 개발하고 있는데, 이런 유형의 로봇을 원하는 곳은 미국 힙합 그룹부터 국내 최고의 가수까지 다양하다. 구글과는 땅속에 통신 기기를 묻는 데 쓸 로봇, 두바이와는 큰 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쓸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은 각각 통합되거나 세분화되며 인간의 삶을 유익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사업적 측면에서 지금의 로봇 붐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투자한 만큼 돈을 벌어들이는 단계는 아직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 기술을 장기적으로 키운다는 측면에서 의 투자는 괜찮지만, 10년 안에 어떤 성과를 보겠다고 투자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 그런 환상은 잘못된 거품을 만들어 산업계와 과학계 모두 상처만 줄 뿐이다.

현재 기술로 로봇이 부엌으로 걸어가서 밥을 한 후 물과 함께 갖다주거나 옷을 접어 건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신이 그런 장면을 유튜브에서 봤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 연출됐을 확률이 높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로 투자가 많아진 재난 로봇도 마찬가지다. 1년 반 전 나는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세계적인 로봇 과학자들과 후쿠시마 원전 안을 들어갔다 왔다. 일본 정부 측은 사고 당시 방사능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 밸브를 잠글 로봇만 있었어도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원전 안을 보고 나온 과학자들은 "차라리 사람을 화성으로 보내는 게 더 빠르겠다"고 했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것처럼 상황을 판단하며 관절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로봇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이런 시대가 금방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한다. 그러다 보니 로봇 기술에 실망해 프로젝트를 한 번에 접는 일도 발생한다.

국내 A기업은 10여년 전부터 세계적인 로봇 과학자들을 모아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급 비밀 프로젝트라 외부인들은 아무도 그 실체를 모른다.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창문이 없는 건물에서 대규모 연구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만 돌았다.

A기업은 10년 정도 로봇을 개발한 후 전 세계에 제대로 공개하기도 전에 프로젝트를 중단해버렸다. 너무 큰 기술이라 경영상 돈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기업 경영상 판단으로는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 투입된 엔지니어들이다. 10년간 노력한 프로젝트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날아가 버렸고, 프라이드는 무너진 채 쫓겨났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 전체로 봐서도 손실이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보고 진행했어야 했다. 당장 몇 조원을 투자했는데, 몇 억원도 안 나오니 폐기하라는 태도로는 로봇 사업을 하기 어렵다.

로봇 사업에 투자한다면 조금 더 장기적이고 넓은 시각으로 시작해야 한다. 로봇을 개발 판매해 얼마를 벌 수 있다는 계산이 아니라 로봇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탄생할 기술들을 활용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국 버지니아공대에 있을 때 미국시각장애인협회 요청으로 그들을 위한 자율주행차를 개발했었다. 지금 그 자동차는 전 세계에 딱 두 대 있다. 그럼 이 프로젝트는 실패한 것일까? 우리는 이 프로젝트로 인터페이스시스템(두 장치를 이어주는 시스템)과 터치 스크린 기술 등에서 엄청난 진보를 이뤘다. 운전은 일상생활 중 가장 많은 감각을 쓰는 행위다. 그것을 시각 장애인들에게 맞춰 개발했으니 대부분의 사물 인터넷에 적용시킬 수 있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다르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기술은 발전 속도가 빠르다. 우리가 쓰는 휴대폰이 2년 전과 비교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한 것과 같다. 하지만 로봇은 자동차와 비슷하다. 로봇의 관절을 의지대로 움직이려면 물리 법칙을 따라야 한다.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라면, 로봇은 하드웨어다.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는 소프트웨어를 쫓아갈 수 없다.

전 세계 어딜 가나 '혁신'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하지만 혁신은 절벽 가까이 갈 때만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절벽에서 떨어질 것을 무서워해 안전한 길로만 가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절벽에서 떨어져도 기어올라올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혁신이 탄생한다.

언젠가 로봇의 시대는 올 것이다. 그리고 로봇들은 우리의 직업을 가져갈 것이다. 마차 시대에서 자동차 시대로 바뀌며, 마구간 주인이 사라지고 자동차 딜러가 생겨난 것과 같다.

로봇이 사람의 직업을 가져가는 건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꾸준히 진행된 일이다. 지금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사람이 아닌 로봇이 용접해 만든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로봇에게 위협을 느끼는가?

어차피 로봇도, 로봇의 시대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로봇의 시대에 사람의 삶이 더욱 행복하고 풍요해지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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