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법인세 비중 높아.. 해외선 인하가 대세

최규민 기자 2016. 4. 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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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4] 공약 검증해보니 - 법인세 인상 50만개 기업 중 0.1% 대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64% 내고 있어 "지금처럼 경기 침체된 시기엔 세율 올려도 세수 확보 어려워"

점점 늘어나는 복지 지출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복지 확대에는 찬성하지만, 복지 재원이 되는 세금을 더 내는 것에는 결사 반대하는 국민이 훨씬 더 많은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법인세를 올려 기업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자'는 주장은 이명박 정부 이후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복지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려면 증세(增稅)가 불가피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 법인세율이 낮은 만큼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야당 측 논리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기업들의 사내유보금만 늘리는 바람에 낙수 효과는 없고 중산층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며 이명박 정부 때 시행한 법인세 인하를 여당의 대표적인 경제 실정(失政) 사례로 꼽았다.

반면 여당과 재계는 기업의 세 부담이 이미 다른 나라에 비해 과중한 편이고, 국제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며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과연 우리나라 기업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외국과 비교해 높은 편일까, 아니면 낮은 편일까.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들의 탈출 현상이 현실화될까.

◇법인세 세율은 낮고, 세수 비중은 높아

외국과 비교해 한국 기업의 세 부담이 너무 낮다는 야당의 주장과, 이미 충분하다는 여당의 주장 모두 절반의 진실을 담고 있다.

먼저 세율로 보면 2015년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19위다. 미국(35%), 프랑스(34.4%) 등은 물론 OECD 평균(23.19%)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각종 조세 감면과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기업들이 실제 부담하는 법인세 실질 실효세율은 2008년 18.3%에서 2013년 14.2%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기업이 내는 세금 규모는 외국과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은 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3.7%로 OECD 전체 국가 중 여섯째로 높다.

미국은 법인세율이 한국보다 13%포인트나 높지만, GDP대비 법인세 비중은 2.3%로 한국보다 훨씬 낮다. 총 조세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14%로 노르웨이, 호주, 뉴질랜드에 이어 OECD 국가 중 넷째로 높다. 특히 대기업 쏠림이 심해 전체 50여만개 기업 중 0.1% 대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64%를 내고 있다.

◇외국은 법인세 인하가 대세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전문가들과 여당은 법인세 인상이 '알을 꺼내려다 거위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거나 기업 활동이 위축될 위험이 있고, 지금처럼 경기가 침체된 시기에는 세율을 올려도 세수 확보가 생각만큼 안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인세가 높은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조세회피처에 자회사를 설립해 세금을 줄이는 수법이 일반화됐다. 햄버거 체인 버거킹은 2014년 본사를 캐나다로 이전했고, 구글·애플·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기업 이익 대부분을 조세회피처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합법적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기업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가 되자 세계 각국은 법인세율을 인하하면서 자본 유치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OECD 국가의 평균 법인세율은 지난 20년간 약 10%포인트 이상 낮아졌고, 2007년 이후 OECD 34개국 가운데 20개국이 법인세를 인하했다.

야당은 '법인세 3%포인트 인상'을 통해 5조원 이상의 세금을 더 거둬 일자리 창출과 복지에 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의 반대가 완강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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