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원펀맨' 니퍼트, 6년을 기다려온 세컨드 펀치

조회수 2016. 4. 6. 10: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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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의 9번째 파트너 보우덴은 두산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끝낼 수 있을까?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후 수많은 선수가 KBO 리그를 거쳐 갔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타이론 우즈(OB, 두산), 펠릭스 호세(롯데), 제이 데이비스(한화), 클리프 브룸바(현대) 같은 선수들은 리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외국인 선수’의 영향력은 시즌이 거듭될 수록 커져갔고 지난 2015 시즌에는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그야말로 역대급 활약을 통해  소속팀을 정상권으로 견인했다.

2015 테임즈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11.73 - KBO 야수 중 역대 2위

* KBO 야수 역대 1위는 1994 이종범 (해태) : WAR 11.76  
기록 출처: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역대 기록실

이처럼 ‘외국인 선수’의 성패는 시즌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성공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지만 실패하면 타팀 대비 상대적인 전력약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 영입에는 어느 구단이나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제 지난 5년동안 성공의 기쁨과 실패의 아픔을 동시에 겪은 한 수도권 구단의 사례를 살펴 보자.

2011~2015 시즌 (2012 시즌 제외) 외국인 선발 투수 A, B의 성적 비교

A : 정규 리그  98G  47승 22패  588.2이닝  ERA 3.47  WAR 15.73(누적)


B : 정규 리그 108G 21승 33패  488.1이닝  ERA 6.13  WAR 7.32(누적)


A, B 모두 선발 투수로 출전해 위와 같은 성적을 기록했다. 상기 기록에서 알 수 있듯 A 는 2011시즌부터 5년 간 구단이 희망한 1선발의 역할을 대체로 충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B 는 선발 로테이션의 말석도 아까운 성적을 남겼다. 해당 팀 벤치는 A,B가 선발진의 원투펀치 역할을 해주길 바랐지만 B로 인해 항상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바로 이 구단은 두산 베어스이고 A는 니퍼트, B는 니퍼트와 짝을 이뤄왔던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을 합산한 것이다. (2012 시즌의 프록터는 마무리 투수였기 때문에 제외) 두산은 니퍼트 영입으로 강력한 퍼스트 펀치를 얻었지만 세컨드 펀치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어느새 6년차, 리그 최고의 '원펀맨' 더스틴 니퍼트

지난 가을 팀을 우승으로 이끈  니퍼트
(사진: 두산 베어스)

두산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니퍼트는 어느새 6년 차 외국인 선수가 됐다.  2011시즌 그가 국내 무대에 등장했을 때 2m 3cm의 키에서 꽂아 내리는 150km/h 이상의 속구와 변화 폭이 심한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의 조합은 국내 타자들에게 절망감에 가까운 막막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적응 기간도 필요 없이 데뷔 시즌부터 김선우와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도합 31승(니퍼트 15승 + 김선우 16승)을 합작한 니퍼트는 2014 시즌까지 4년간 매년 10승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2015 시즌엔 포스트시즌에서 3승 0패 32.1이닝 2자책이라는 무결점 투구로 두산을 왕좌로 이끌었다.

두산베어스 내에서 니퍼트의 위상은 팀 내 단일 시즌 외국인 투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7위까지 비교했을 때 알 수 있다. 그는 다니엘 리오스의 뒤를 이어 2, 4위를 차지하고 있다. (1, 3위를 기록한 리오스는 2007년 22승으로 시즌 MVP를 차지한 후 2008년에 일본 프로야구의 야쿠르트 스왈로스로 이적했지만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KBO리그에서 남긴 기록마저 의미가 퇴색되고 말았다.)

두산베어스 역대 외국인 투수의 단일시즌 WAR 순위  
기록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니퍼트는 지금까지 두산 베어스에 몸담았던 외국인 투수 중에 실력, 인성 모두 최고라 평가받고 있다.  KBO 리그에 몸담은 지난 5년간 구설수에 오른 적도 없었고 수비 이닝이 끝날 때마다 야수들을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이는 등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는 달리 팀에 완연히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2013년부터는 매년 소외계층 아동들을 초청해 관람료, 유니폼, 간식 등을 제공하는 등 ‘니느님’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선행도 이어왔다.

이렇게 실력, 인성 모두 완벽한 니퍼트지만 2015 정규 시즌에선 위기에 봉착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재계약에는 성공했지만  어깨충돌 증후군을 비롯한 여러 부상으로 인해 정규 시즌 동안 90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한 것은 팀으로서도 큰 아쉬움과 불안감을 남겼다.

2016 시범경기에서  4경기 1승 2패 ERA 11.02라는 부진한 기록으로 우려 속에  출발한 정규 시즌 개막전에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삼성을 상대로 또 한번의  승리(6이닝 1실점)를 추가했다. 하지만  36세의 니퍼트가 건강하게 풀시즌을 소화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그렇기 때문에 두산에게는 ‘니퍼트의 책임감’을 덜어줄 확실한 세컨드 펀치가 필요한 상태다.

▶ 8번의 실패, 그리고 마이클 보우덴 

지난 5년 간 니퍼트의 파트너 (사진: 두산베어스, KBO 홈페이지)
‘니퍼트의 파트너’ 주요기록 (영입금액 단위는 달러)
기록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니퍼트가 2011 시즌 두산베어스에서 데뷔한 이후로 총 8명의 파트너가 그와 함께 했다. 

두산 베어스는 2012 시즌의 프록터를 제외하곤 스프링캠프에서 합류한 선수와 시즌 마지막까지 함께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외국인 투수 선발에서 지속적인 실패를 거듭해 왔다. 2011시즌 라몬 라미레즈는 1군 마운드를 밟지도 못하고 떠났고 대체 선수로 합류한 페르난도 니에베도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012 시즌의 마무리 스캇 프록터는 외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인 35세이브를 올리며 기대치에 걸맞는 활약을 한 유일한 선수였지만 선발진 강화를 원했던 구단은 재계약하지 않았다.

2013 시즌엔 MLB 출신의 좌완투수 개릿 올슨을 영입하며 확실한 원투 펀치를 구축하려 했지만 올슨과 그의 대체 선수인 데릭 핸킨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겨우 4승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이후 팀에 합류한 크리스 볼스테드, 유네스키 마야, 앤서니 스와잭 모두 5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니퍼트의 파트너라기엔 부족한 성적을 남겼다. 특히 지난 시즌 대체 선수로 영입한 앤서니 스와잭은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태업 논란으로 눈쌀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지난 겨울 기존 외국인 선수였던 니퍼트, 스와잭, 로메로 중 니퍼트만 재계약하는 방침을 세운 두산은 스와잭의 자리를 대신할 투수를 비교적 빠르게 영입했다.

새로 니퍼트의 파트너가 될 마이클 보우덴은 오랜동안 스카우트들이 주시했던 선수다. 계약 비용은 65만 달러로 그간 두산의 행보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매시즌 두산베어스의 과제였던 '니퍼트 파트너 찾기'를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로 보인다.

니퍼트의 9번째 파트너 마이클 보우덴
(사진: 두산 베어스)
보우덴의 해외리그 주요 기록  

마이클 보우덴은 2005년 1라운드 47번으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을 받았고 2008시즌에 MLB마운드를 밟았다. 데뷔 초창기에는 주로 선발로 등판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대부분 계투로 등판했다. 2013 시즌까지 MLB와 트리플A를 오갔고 2014시즌에는 NPB 세이부 라이온즈에 입단해 일본야구를 경험하기도 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남긴 기록은 실패에 가깝지만 아시아 야구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것이 두산베어스 입장에서 플러스 요인이었을 것이다. 트리플A에서 활약한 지난 시즌 기록은 아주 좋다. 볼티모어와 미네소타의 AAA 팀에서 36경기 중 17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했고 11승 5패 2.63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태업 논란을 남기며 한국을 떠난 앤서니 스와잭을 상기한다면 마이클 보우덴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2009년 작성된 보우덴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보우덴은 워크홀릭이고 경기에 대한 애정과 집중력이 매우 강하다. 마운드에서 대단한 열정과 집중력을 보여준다.’라는 요지의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두산 합류 이후 국내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융화하려는 그의 모습을 감안했을 때 그의 인성에 대한 걱정은 접어둬도 될 듯 한다. 

보우덴은  스프링캠프에서는 반드시 보완해야 할 약점을,  3월 시범경기에서는 본인 만의 강점을 노출한 바 있다.

지난 2월 일본 프로 팀과의 경기에 등판한 보우덴은 구위와 제구는 나쁘지 않다는 평이었지만 주자 견제에 있어 현저한 약점을 노출했다. 상대팀인 오릭스의 선수들은 1루에 나가기만 하면 보우덴의 투구 템포를 이용해 2루 베이스를 훔쳤다. 뛰는 야구를 중요시 여기는 한국 프로야구에 빠른 적응을 하지 못한다면 상당 기간 고전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시범 경기를 통해서는 놀라울 정도의 볼넷/삼진 비율을 남겼다. 3경기에 등판해서  1승 3.86의 ERA을 기록한 그는 14이닝 동안 볼넷은 2개만을 내주고 삼진은 무려 17개나 잡아내는 닥터K 본능을 뽐냈다.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인 스스로도  제구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음을 피력한 바 있다.)

새로운 시즌 두산베어스의 선발진은 10개 구단 중 상위권으로 분류되고 있다. 니퍼트 – 유희관 – 장원준 – 노경은 or 허준혁(이현호) 등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두산을 상위권 또는 우승을 다투게 할 강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 관련기사: 10개구단 파워랭킹: 리그 최강 선발진은?)

그리고 오늘(4월 6일),  2016 두산 선발 로테이션의 가장 중요한 퍼즐이자 ‘니퍼트의 9번째 파트너’인  보우덴이 KBO 정규시즌에 첫 선을 보이게 된다.  

리그 최강 타선이자 우승 경쟁자로 꼽히는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KBO리그에 데뷔전을 치르는 보우덴. 그가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고  니퍼트의 든든한 파트너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지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잠실을 향하고 있다. 


[기록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 기록실, 스탯티즈, MLB닷컴]


김용성 필진 (kbr@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편집팀 감수


기사제공: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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