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나간듯 어슬렁..'스마트폰 좀비' 교통사고 3배로 급증
◆ 우리 마음속 10敵 / ⑧ 만연한 안전불감증 ◆
스마트폰 가입자 4000만명 시대, 스마트폰이 '도로 위의 좀비'를 양산하고 있다.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쓴 적 있다는 시민이 95.7%에 달할 정도다. 교통안전공단과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스마트폰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때문에 '사고가 날 뻔했다'는 응답자도 23%에 달했다. 생활의 일부분이 된 스마트폰이 사람들을 안전불감증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해상이 접수한 보행자 교통사고 2만2522건 중 스마트폰 관련 사고는 1360건에 달했다. 2009~2015년 6년 새 보행자 교통사고는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스마트폰 관련 사고는 3.1배 늘어났다.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길에서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보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본인 과실에 의한 사고는 보험 신청을 안 하거나, 하더라도 스마트폰 사용 여부를 명시하는 경우가 없어 실제 사고 건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조사에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은 사고 위험을 76%나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걸으면 덜 보이고 덜 들려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보행자가 주변 소리를 알아채는 거리 실험에서 평소에 14.4m에 달했던 거리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문자·게임 등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때 절반으로 감소했다.
도로교통공단 실험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걷는 보행자 20명 중 3명은 5m 거리에 있는 자동차 경적 소리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걸을 때는 시야도 좁아진다. 평소 시야각은 120~150도지만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을 때는 10~20도로 줄어들게 된다. 눈을 가리고 걷는 것처럼 돌발 상황과 장애물에 대처할 수 없게 돼 사고로 이어진다.
일본 최대 통신사 NTT도코모는 시민 1500명이 도쿄 시부야역 근처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상황을 가정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실험했다. 시부야역 인근 횡단보도는 신호가 한 번 바뀌면 1500여 명 인파가 길을 건널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실험 결과 446명이 부딪히고 103명이 넘어졌으며, 3분의 1 정도만 신호가 바뀌기 전에 간신히 건널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다른 보행자와 부딪히거나 계단을 헛디뎌 넘어지는 작은 사고는 물론이고 인명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는 30대 남성이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했고, 같은 달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에서는 한 20대 여성이 강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 서울 중구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B씨의 요양급여를 내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고 차량 운전자와 보험사를 상대로 B씨 치료비를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원래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나면 빨간불이더라도 30%가량 운전자 과실이 인정되지만 이번 건은 달랐다. 정체된 차량 뒤쪽으로 걸어 나오던 B씨가 통화를 하느라 1차로에 있는 차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행자 교통사고는 보행자가 보호를 받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판결에서처럼 과실 정도를 판단하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 등 사고 원인이 전적으로 보행자 부주의에 있다고 본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일 박사는 "운전자가 보행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과실을 판단했던 추세에서 보행자가 위험을 자초했다는 점도 고려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 이은아 부장(팀장) / 홍장원 기자 / 안정훈 기자 / 홍성윤 기자 / 정순우 기자 / 배미정 기자 / 백상경 기자 / 연규욱 기자 / 홍성용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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