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역사교과서 국정화' 주무 팀장, 돌연 휴직 몰래 대학연구소로
[경향신문] ㆍ김연석 역사교육추진단 기획팀장 “건강상 이유”
ㆍ이례적 ‘고용휴직’…일각에선 “다른 임무 의혹”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김연석 기획팀장이 돌연 휴직을 하고 서울 사립대 부설 연구소에 출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과장급 인사임에도 이례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데다, 휴직 시점이나 이유 등도 석연치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교육부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김연석 기획팀장이 지난 3월14일자로 6개월간 고용휴직에 들어가 서울의 모 대학 부설 연구소로 출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휴직이란 관료나 공무원이 일시 휴직을 하고 민간 기관이나 단체 등에서 일하는 것이다. 월급은 일하는 곳에서 받는다.
김 팀장은 지난해 10월 대학로 인근에 꾸려졌던 이른바 ‘국정화 비밀TF’에서 기획팀장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에는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실의 요구로 기존 한국사 교과서를 분석한 ‘색깔론 보고서’를 작성해 전달하며 물의를 빚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컸던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의 위안부 단어 삭제와 5·18에 대한 편향적 서술도 김 팀장이 최종 조율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용휴직 시점과 이유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 팀장은 이날 대학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오랜 관료 생활로 심신이 지쳐 당분간 공부와 연구 활동을 하고자 휴직을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김 팀장의 휴직 사유에 대해 ‘건강상의 이유’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을 한 관료를 대학 부설 연구소가 고용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해당 연구소는 전직 교육부 관료 출신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다. 또 당장 투입할 연구용역이 없는 상태에서 김 팀장을 고용한 것으로 확인돼 김 팀장을 위한 ‘맞춤 고용’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연구소 측은 “다른 연구용역 관련 예산으로 김 팀장의 급여를 우선 지급하고 있으며 초·중등 진로교육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수주하면 그때 김 팀장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직 시점도 엇갈린다. 교육부는 3월14일자로 고용휴직에 들어갔다고 했지만, 지난 1일 대학 홍보팀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교육부에서 나온 사람이 없다고 하다가 확인 후 3월1일자로 고용돼 출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승진, 전보, 휴직, 파견, 의원면직 등 인사발령 사항을 ‘인사알림’을 통해 내·외부에 공개해 왔다. 하지만 김 팀장의 휴직과 후임자 인사 모두 ‘인사알림’에 실리지 않았다. 교육부 인사담당자는 “발령 사항 공개가 의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책 사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던 관료가 비밀리에 고용휴직을 한 것을 둘러싸고 ‘혹시 다른 임무가 주어진 것 아니냐’는 시선과 함께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교육단체 관계자는 “국정교과서 문제와 관련한 논란과 비판 등이 부담돼 조용히 자리를 피하려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역사교사는 “장학관 출신인 김 팀장이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교장을 하기가 부담스러워 고용휴직을 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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