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밴드' 노래를 총선 테마송으로?..정의당과 중식이밴드 협약 논란

홍진수 기자 2016. 4. 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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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의당이 4·13 총선 앞두고 공식 테마송 협약을 맺은 인디밴드가 ‘여성혐오 논란’에 빠졌다. 밴드 리더가 해명을 하고 정의당 여성위원회도 공식 사과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정의당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대 총선 TV광고용 영상과 공식 테마송 협약식을 열였다. 이 자리에서 인디밴드인 ‘중식이밴드’의 히트곡 ‘여기 사람 있어요’, ‘심해어’, ‘아기를 낳고 싶다니’ 등 3곡을 공식 테마송으로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정의당은 ‘아기를 낳고 싶다니’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의 이야기를 담았고, ‘여기 사람 있어요’는 재난 피해자의 절박한 구조 요청을 노래해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곡이며 ‘심해어’는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청년들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중식이밴드’와 20대 총선 TV광고용 영상과 공식 테마송 협약식을 체결하고 있다. 정의당은 협약에 따라 총선에서 중식이밴드의 히트곡인 ‘여기 사람 있어요’, ‘심해어’, ‘아기를 낳고 싶다니’ 등 3곡을 공식 테마송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13년 결성된 중식이밴드는 지난해 케이블 방송 Mnet의 경연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7’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노동자인 아버지가 빚을 내 대학에 보내줬는데 취직도 못하고 있다는 ‘선데이 서울’을 불러 톱5까지 올랐고 이른바 ‘흙수저’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멤버들 모두 음악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어 다른 ‘생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여성신문’이 정의당과 협약을 맺은 중식이밴드에 대해 누리꾼 사이에선 적잖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중식이밴드가 사실, 여성혐오 음악을 하는 밴드라는 것이다. (▶[단독] “여성혐오 밴드가 ‘청년의 목소리’?” 정의당 공식 테마송 논란)

문제가 된 노래는 3곡이다. ‘선데이 서울’에서는 ‘빚까지 내어 성형하는 소녀들/빚갚으러 몸파는 소녀들/홍등가 불빛이 나를 울리네’란 대목이, 또 다른 노래 ‘좀 더 서쪽으로’에서는 ‘넌 비싸 보이기 위해 치장을 하고 싸구려가 아니라 말한다/난 말이 통하게 명품을 줘도/쉬운 여자 아니라 말한다’란 표현이 논란이 됐다. 또 ’야동을 보다가’는 ‘헤어진 애인이나 배우자의 나체 사진, 동영상 등을 인터넷에 일부러 유출시키는’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를 다뤘다.

논란이 이어지자 ‘중식이밴드’의 리더이자 해당 곡을 작사·작곡한 정중식씨는 1일 새벽 자신의 블로그에 ‘정의당을 지지해주세요’라는 해명 글(▶바로가기)을 게재했다.

정씨는 “이 시기가 정말로 중요한 정의당에게까지 피해를 주게 된다는 것에 문제점을 느껴 해명글을 끄적여 본다”며 “오랬동안 남자로 살아와 보니.. 남자이다보니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보니까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것 같다. 좀 더 어른스러워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가 만든 노래들은 저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에서 표출된 것이라는 결론이 서게 되었다”며 “여성을 비하하려 노력하지도, 그런 의도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여성혐오성으로 의심되는 노래를 부른 것은 중식이밴드지 정의당이 아니다”라며 “정의당을 지지하시는 많은 여성유권자 여러분.. 정의당을 떠나가시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도 적었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도 2일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을 통해 ‘중식이밴드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바로가기) 여성위원회는 “‘중식이밴드’ 선정 과정에 대해 사전에 인지를 하지 못했고 중식이밴드와의 협약으로 인해 야기될 문제들에 대해 미리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당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성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여성위원회의 책임도 크며 그 부분에 대해 정의당이 진보정당답게 성평등한 가치관을 발전시켜야 하는 곳이라고 믿기에 더 실망하고 분노한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중식이밴드’가 여성혐오 밴드인가 아닌가, 여혐으로까지 해석하는 것이 과도한가 아닌가 하는 등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며 “다만 총선용 테마송으로 채택한 노래가 아니더라도 ‘중식이밴드’의 자작곡의 일부가 대중들이 보기에 성차별적이며, 여성을 대상화시키는 내용이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므로 당은 이번 선거송을 ‘중식이밴드’와 공식협약을 맺는 과정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좀 더 예민하게 포착하지 못하고 놓친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을 수용하고, 비판을 토대로 더욱 성평등한 감수성, 소수자의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바로가기 : [경향신문 총선 특집] ’지금은 2016년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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