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라진 軍 침대..혈세 6조8천억 쏟아붓고도 '내무반 현대화' 못끝내

이승윤 2016. 4. 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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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감사 착수
'국군 병사 전원이 1인용 침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10년간 6조8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추진했던 '병영생활관(옛 내무반) 현대화' 사업이 미궁에 빠졌다.

정부가 2012년에 이 사업이 완료됐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육군에서는 여전히 20~30% 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2조6000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알았던 2조6000억원어치의 군 침대 등 시설이 허공에 뜬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방부는 2008년에 이어 두 번째 내부감사를 시작했고,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에서는 사업 집행 과정을 재점검하는 심층평가에 들어갔다.

1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도 국방예산 효율화를 위해 병영생활관 등 주거시설 투자 분야를 대대적으로 손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말 각 부처에 내려보낸 2017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도 '병영생활관, 관사 등 군 주거시설에 대한 재정사업 심층평가를 계기로 군 시설에 대한 효율적인 투자체계 수립'이라는 내용이 국방 분야 지출 효율화 1순위 항목으로 들어갔다.

첨단 무기 개발과 구매에 집중해야 할 국방예산 효율화 작업이 엉뚱하게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을 정조준하게 된 것은 이 사업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나랏돈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국방부는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에 2003년부터 2012년까지 6조8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기존의 소대 단위(30~50명 기준) 침상형 구조를 분대 단위(9명 기준) 1인 침대형 구조로 바꾸고, 병사 1인당 주거면적도 2.3㎡에서 6.3㎡로 대폭 확대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2012년 4월에 육군 666개 대대, 해·공군 등 886동, GOP소초 957동을 포함해 총 2509동 개선사업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재부 예산실에는 국방부로부터 "2조6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날벼락 같은 요청이 들어왔다. 해군과 공군은 사업이 완료됐지만 육군 사업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조6000억원은 올해 국방 예산 39조원의 5% 규모로, 국방 연구개발(R&D) 전체 예산과 맞먹는 엄청난 금액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확한 집행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무한정 예산을 투입할 수 없어 지난해 9월 심층평가 착수보고회를 열고 국방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다"며 "군부대 특성상 조사 협조가 쉽지 않지만 2017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오는 5월까지는 결과를 받아서 내년 예산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도 뒤늦게 자체 감사에 나섰다. 기재부 연구용역을 맡은 국방연구원이 국방부 산하 기관이어서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국방부는 2008년에도 해당사업에 대한 자체 감사를 진행했지만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한 바 있다.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에 이미 투입된 돈과 국방부가 추가로 요구한 돈을 합치면 9조4000억원이나 된다. 이는 미국 주력 항공모함인 니미츠급 항모 건조비용(45억달러 추정)의 두 배나 되는 규모다. 예산 집행을 감시하고 편성하는 기재부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예정대로 사업을 끝낸 해군과 공군의 경우 개별 부대 수요 조사를 통해 건물 동단위로 구체적으로 파악해 예산을 올렸다.

하지만 육군은 부대별 수요를 파악하는 '보텀업' 방식이 아닌 2020년 육군 예상 사병 수(31만7000명)를 1개 대대 평균인원(452명)으로 나눠 목표 사업 대대 수를 구하고 여기에 1개 대대 평균면적(7796㎡)을 곱해 목표 사업면적(547만2792㎡)을 구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예산을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육군은 기본계획을 3번이나 바꾸기도 했다.

정부 조달업계 관계자는 "생활관 현대화에 10조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10조원은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1인 고급 침대(40만원)를 2500만개 살 수 있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국방개혁 기본계획의 변경으로 해체하기로 했던 대대가 유지되는 경우가 발생했고 정원 편성률이 낮아져 육군 대대 숫자가 늘어났다"며 "그 결과 2012년 기준 현대화 작업 완료 예정이었던 666개 대대가 지난해 851개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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