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서 세월호 유품 세척.."아픔을 기록하겠다"

이종일 입력 2016. 4. 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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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뉴시스】이종일 기자 = 바닷물 등으로 훼손됐던 세월호 희생자들의 유품이 시민들의 손에 맡겨져 깨끗히 닦였다.

4·16가족협의회는 1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 뒤에서 세월호 유품들을 세척하는 행사를 열었다.

바다에 빠졌던 유품들은 올 1월 전남 진도에서 안산으로 옮겨진 것들로 유가족들이 찾아가지 않거나 누구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물건이다.

4·16가족협의회는 1월부터 이 유품들을 분향소 옆 컨테이너에 보관해왔으나, 염분 등 불순물이 베어있는 유품의 훼손을 줄이기 위해 세척 일정을 마련했다.

애초 유품은 250상자(1000여점)였으나 유족들이 일부 찾아가 현재 209상자가 남아 있다.

4·16가족협의회와 안산시, 대한적십자사 안산지구협의회 등이 주최한 세척행사는 416기억저장소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전 9시께 정부합동분향소 뒤에 모인 유가족, 자원봉사자 등 80여명은 10여분 동안 행사취지 등을 공유하고 세척활동에 대한 역할을 나눴다.

세척활동은 유품 운반, 세척, 탈수, 건조, 운반 등의 순서로 이뤄졌다.

자원봉사자들은 10시께부터 본격적으로 물건을 나르고 21개 고무대야에서 세척·헹굼 과정을 진행했다.

안산소방서의 지원으로 소방용수를 끌어와 세척 물로 사용했고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가 지원한 세탁차량 2대(각각 5t, 2t)도 동원됐다.

세탁차량 2대에 들어 있는 세탁기 11대는 탈수용으로 활용됐다.

시민들은 여행용 캐리어, 배낭, 옷, 수건 등 안산 단원고등학교 희생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려고 챙겼던 물품과 일반 희생자들의 물건을 세제가 약하게 섞인 물에 넣어 염분 등을 제거하고 다시 깨끗한 물로 2차례 헹궜다.

박은수 416기억저장소 기록담당자는 "일부 훼손된 유품들이 있어서 세척 시 강하게 문대면 안 된다"며 "소금기와 이물질정도만 제거해달라"고 자원봉사자들에게 안내했다.

씻겨진 유품들은 탈수과정을 거친 뒤 세척장소 옆에 세워진 건조대에 널렸다.

행사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세척된 유품들은 원래대로 다시 상자에 담겨 컨테이너에 보관된다. 유품 활용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 이미랑(27·여·안산)씨는 "희생학생들이 남긴 유품을 깨끗히 씻어주기 위해 참여했다"며 "진상규명을 등한시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 이번 달 안산에서 열리는 세월호 2주기 추모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추모의 마음을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아직도 세월호 선체에는 미수습자와 유류품들이 남아 있다"며 "미수습자들을 가족의 품에 안겨주고, 유류품은 잘 보관해 역사에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 중의 하나가 유품"이라며 "참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세척행사에 참여해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종천 416기억저장소 사무국장은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기록해야 한다. 유품 등 기록물도 잘 보존해야 한다"며 "유품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아픈 기억은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등을 이루는 기반이 된다. 그것을 통해 사회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lji2235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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