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에.. 울며 돌아간 성매매 여성들

조백건 기자 2016. 4. 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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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성매매 처벌 특별법 6대3으로 또 합헌 결정] "사회안정 해치고 범죄 위험".. 일부 "생존권 위협" 위헌 의견

헌법재판소가 31일 성매매를 한 남녀를 처벌하는 '성매매 특별법' 조항은 합헌(合憲)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 앞서 성매매 특별법에 대해 제기된 7차례의 헌법소원 또는 위헌제청사건에서도 모두 합헌 또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 재판관들은 이날 "성(性)행위는 개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적(私的) 영역이지만, 그것이 외부로 드러나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는 마땅히 법적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성매매 특별법 21조 1항은 성을 사고판 사람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를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2년 7월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된 여성 김모씨는 "성매매가 아니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데 이를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결정권 등 기본권 침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고, 서울북부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사건을 넘겼다. 앞서 7차례 사건은 대부분 사창가의 포주 등이 제기한 것이었으나, 성매매 여성이 위헌 여부를 문제 삼은 것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다.

헌재는 "성매매는 그 자체로 착취의 성격이 있어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자발적 성매매 역시 성을 상품화하고 성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건전한 성도덕을 허물어뜨린다"고 했다.

헌재는 이어 "성매매를 형사처벌함으로써 성매매 여성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고, 또 성 구매를 자제하게 됐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며 "성을 파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조직적 성매매가 더 성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위헌 의견을 낸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성 구매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재판관 6명의 의견)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성 판매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생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들을 형사처벌하는 조항은 관련 시장의 음성화를 불러와 오히려 성매매 근절의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또 조용호 재판관은 "성매매는 그 자체로 사회적으로 유해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며 "성매매 특별법 조항은 성매매 근절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고 인간 본성에 비춰볼 때 성매매 근절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했다.

여성계는 이날 헌재 결정을 환영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성명을 통해 "성매매는 대가를 주고받기 때문에 보호해야 할 사생활의 영역으로 볼 수 없다"며 "성매매의 사회적 위험성을 감안할 때 (성매매 종사자는) 직업의 자유로서 보호할 대상으로 볼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 내에선 여전히 "국가가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약자인 성매매 여성을 형사처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론이 있다.

성매매에 대한 판단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네바다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州)가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단속하거나 처벌하지 않는 주가 많다. 유럽은 대부분 국가가 여성의 자발적 성매매를 합법으로 본다. 일본은 성매매가 불법이지만 업주 외 성매매 여성은 처벌하지 않는다. 중국과 대만은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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