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조차 금기시된 '성매매특별법'에 의미심장한 반론

이현정,김윤진 2016. 3. 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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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자발적 성매매 처벌' 결정 냈지만..9명중 3명은 "위헌"위헌 "성적 자기결정권·사생활침해..국가개입 지나쳐"합헌 "건전한 성풍속·성도덕 해치는 만큼 규제 받아야"여론조사는 "성매매 특별법 폐지" 43%.."유지" 37%

◆ 성매매특별법 합헌 결정 ◆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가 지난달 31일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해도 형사처벌하도록 한 '성매매알선 등 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1항(이하 성매매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6(합헌)대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이날 결정으로 성매매특별법은 2004년 시행 이후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도 13년째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2004년 9월 이른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성구매 남성이나 성매매 업자 등이 헌법소원 7건을 제기했지만 모두 각하나 합헌 결정이 난 데 이어 이번에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에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비록 이번에도 합헌 결정이 났지만 재판관 3명이 위헌 의견을 낸 만큼 향후 사회적 논의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헌재가 최근 간통죄 위헌 결정 등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경향을 보인 데다 이번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까지 열며 3년 넘게 숙고했던 만큼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헌재 결정에 앞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4.2%포인트)에서 성매매특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43.2%)이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37.4%)을 5.8%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성별로는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남성(59.4%)이 여성(37.4%)보다 더 많았다.

소수 의견을 낸 재판관 3명은 성매매처벌법을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보고 형사처벌 대신 성판매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강조했다.

조용호 재판관(61·사법연수원 10기)은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은 판매자와 매수자 모두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전부 위헌 의견을 냈다.

조 재판관은 "성인 간 자발적 성매매는 개인 사생활 중에서도 극히 내밀한 영역에 속하고, 그 자체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에 해악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이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관념적이고, 내밀한 성생활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형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입법자가 특정한 도덕관을 확인하고 강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매매처벌법이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성매매 근절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며 "성매매 여성들 인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조항이 오히려 그들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인권 유린의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과도한 형벌권 행사"라며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반면 박한철·이정미·이진성·김창종·안창호·서기석 등 재판관 6명은 "개인 성행위는 사생활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대상이라 할지라도 외부에 표출돼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는 마땅히 법률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자발적 성매매도 인간의 성을 상품화함으로써 성판매자의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성매매 산업의 조직화·전문화·지능화 등을 감안할 때 성매매 행위를 합법화하거나 처벌하지 않으면 성산업으로 거대 자금 유입, 불법체류자 증가, 노동시장 기형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구매자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성판매자도 함께 형사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문제는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거나 성판매의 비범죄화를 통해 해결할 것이 아니라 성을 판매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는 합헌 결정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여성변회는 "성매매는 인간의 성을 상품화하고 거래 대상화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매매는 경제적인 대가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성매수인이 성매도인의 성과 인격에 대한 지배권을 갖게 되므로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로 볼 수 없다"면서 "사생활 비밀이나 직업의 자유로 보호할 대상으로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 <용어 설명>

▷ 성매매특별법 :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합쳐 성매매특별법이라고 부른다. 성의 매수와 판매를 모두 금지하고, 성매매 피해자와 판매자의 보호와 자립을 위해 2004년 3월 22일 제정됐다. 2000년대 초반 전북 군산과 부산 등지에서 연이어 발생한 집창촌 화재 사건이 법 제정의 계기가 됐다. 윤락업소 여성 20명 이상이 감금돼 인신매매와 폭행 등에 시달리다가 화재에도 빠져나오지 못한 채 사망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성매매 자체를 불법화하는 법이 만들어졌다.

[이현정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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