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하는 걸 멈추고 잠비나이를 들어보라
최근 미국에서 만난 영국 인디 음반사 ‘벨라 유니언’ 대표 사이먼 레이먼드.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그는 1980, 90년대 아름답고 몽환적인 팝을 구사한 밴드 콕토 트윈스의 멤버였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인디 음반사로 꼽히는 벨라 유니언(Bella Union)의 사장. 벨라 유니언은 플리트 폭시스,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 플레이밍 립스 같은 인디 음악 거물들과 계약한 회사다. 지난해 말엔 국악 퓨전 록 밴드 잠비나이가 한국인 최초로 이곳과 계약하고 6월 2집을 세계시장에 내놓는다.
얼마 전 미국에서 만난 레이먼드는 꼬장꼬장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토트넘 홋스퍼의 열성 팬인 그는 “손흥민이 좀 더 뛰어야 한다”고 했지만 일행이 입고 온 다른 축구팀 티셔츠를 보고 “지금 뭐하자는 거냐”고 호통을 쳤다. 물론 웃음 섞인 농담이었지만.
레이먼드는 요즘 음악 시장이 얼마나 ‘엿’ 같은지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내가 며칠 전 아델이 속한 베가스 그룹 사람을 만난 얘기를 했더니 “거긴 인디라고 하기도 뭣하다”며 에둘러 비난했다. “콕토 트윈스 시절 아무 생각 없이 ‘4AD’(베가스 그룹 산하 음반사)와 계약했던 건 음악 인생 최대 실수였다”고도 했다.
그가 가진 음악관은 완고해서 아름답기도 했다. “음악은 제품이 아니다” “음악가를 고르는 기준은 날 감정적으로, 영적으로, 물리적으로 움직이느냐뿐”…. 단벌신사라는 그는 자기 양복을 가리키며 “음반사 사장 치곤 퍽 가난하지만… 괜찮다”며 웃었다. 이 음악 꼰대의 쓴 미소가 왠지 맘에 들었다.
15일 잠비나이 2집에 실릴 신곡 ‘They Keep Silence(그들은 말이 없다)’가 벨라 유니언을 통해 공개됐다. 그 곡에 대해 영국의 유명 음악지 클래시 매거진은 이렇게 썼다.
“그저 놀라울 따름. 지금 하는 걸 멈추라. 그리고 잠비나이를 한 번 들어보라.”
임희윤기자 imi@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 “의대 교수도 집단 사직땐 진료유지명령 검토”
- 與 하남갑 ‘尹호위무사’ 이용 승리, 추미애와 대결…이혜훈, 하태경 꺾어
- 민주당 선대위 출범, 이재명-이해찬-김부겸 ‘3톱’ 체제
- 與선대위, 한동훈 ‘원톱’에 윤재옥·나경원·원희룡·안철수 공동위원장 체제
- 반미 단체 출신 전지예, 野 비례 후보 자진 사퇴
- 전세사기 피해 1년, 끝나지 않는 고통
-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빙빙~ 도는 것 같아
- 尹, 종교지도자들 만나 “민생-의료개혁에 힘 모아달라”
- MB “광우병은 날 흔들려던 것…못하니 다음 대통령 끌어내려”
- 조국 “22대 국회서 ‘한동훈 특검법’ 발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