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하는 걸 멈추고 잠비나이를 들어보라

입력 2016. 3. 31. 03:01 수정 2016. 3. 31.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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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30일 수요일 맑음. 음악 꼰대. #202 잠비나이 'They Keep Silence'(2016년)
[동아일보]
최근 미국에서 만난 영국 인디 음반사 ‘벨라 유니언’ 대표 사이먼 레이먼드.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최근 토니 비스콘티 다음으로 접한 음악 어르신은 영국인 사이먼 레이먼드 씨(54)다.

그는 1980, 90년대 아름답고 몽환적인 팝을 구사한 밴드 콕토 트윈스의 멤버였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인디 음반사로 꼽히는 벨라 유니언(Bella Union)의 사장. 벨라 유니언은 플리트 폭시스,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 플레이밍 립스 같은 인디 음악 거물들과 계약한 회사다. 지난해 말엔 국악 퓨전 록 밴드 잠비나이가 한국인 최초로 이곳과 계약하고 6월 2집을 세계시장에 내놓는다.

얼마 전 미국에서 만난 레이먼드는 꼬장꼬장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토트넘 홋스퍼의 열성 팬인 그는 “손흥민이 좀 더 뛰어야 한다”고 했지만 일행이 입고 온 다른 축구팀 티셔츠를 보고 “지금 뭐하자는 거냐”고 호통을 쳤다. 물론 웃음 섞인 농담이었지만.

레이먼드는 요즘 음악 시장이 얼마나 ‘엿’ 같은지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내가 며칠 전 아델이 속한 베가스 그룹 사람을 만난 얘기를 했더니 “거긴 인디라고 하기도 뭣하다”며 에둘러 비난했다. “콕토 트윈스 시절 아무 생각 없이 ‘4AD’(베가스 그룹 산하 음반사)와 계약했던 건 음악 인생 최대 실수였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스페인의 페스티벌에서 잠비나이를 처음 보고 반했다고 했다. “그들은 아주 달랐어요. 여러 장르를 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내 새로운 걸 창조했죠. 장르로 묶는 건 의미가 없어요. 좋은 음악은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요. 거울처럼 말고. 자신도 모르는 자신 깊숙한 곳을 열어 보여주는 거예요. 예측 불가능성. 전통의 틀 깨부수기…. 잠비나이의 가능성은 무궁해요. 언젠가 영화 사운드트랙 작업도 할 수 있고.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알아요, 저도. 그 과정은 아주 느리게 진행될 거라는 걸.”

그가 가진 음악관은 완고해서 아름답기도 했다. “음악은 제품이 아니다” “음악가를 고르는 기준은 날 감정적으로, 영적으로, 물리적으로 움직이느냐뿐”…. 단벌신사라는 그는 자기 양복을 가리키며 “음반사 사장 치곤 퍽 가난하지만… 괜찮다”며 웃었다. 이 음악 꼰대의 쓴 미소가 왠지 맘에 들었다.

15일 잠비나이 2집에 실릴 신곡 ‘They Keep Silence(그들은 말이 없다)’가 벨라 유니언을 통해 공개됐다. 그 곡에 대해 영국의 유명 음악지 클래시 매거진은 이렇게 썼다.

“그저 놀라울 따름. 지금 하는 걸 멈추라. 그리고 잠비나이를 한 번 들어보라.”

임희윤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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