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선고 뒤 35년 복역한 80대 '빨치산' 또 국보법 위반
범민련 고문 '김정일 찬양 이적표현물 소지' 집행유예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6·25전쟁 직후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감형돼 35년간 복역한 뒤 출소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고문이 또다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범민련 고문으로 활동 중인 A(81)씨는 전남 영광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더는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해 9월 28일 국군과 유엔군의 서울 수복 이후 퇴각하는 인민군을 따라 광양 백운산에 들어간 그는 노동당에 가입하며 '빨치산' 활동을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인 15살 소년은 거침이 없었다. 20차례 민가에 몰래 들어가 식량을 훔쳤다.
그는 결국 전쟁이 끝난 1954년 초 국군 5명을 사살하고 무기와 실탄을 훔치다가 생포됐다.
A씨는 그해 4월 중앙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위반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무기징역으로, 6년 뒤에는 징역 20년으로 감형을 받았고, 1974년 광주교도소에서 모든 형을 마쳤다.
징역 20년을 모두 살았지만 곧바로 출소하지 못했다. 교도소에서 "공산주의가 좋다. 김일성 수령은 위대한 지도자다"라는 말을 해 또다시 같은 죄명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형 집행 종료와 동시에 재차 구속됐다.
1989년 9월 13년간의 보안감호 처분까지 모두 마친 뒤에야 주거제한을 조건으로 출소할 수 있었다.
35년간 영어(囹圄)의 몸으로 살았지만 A씨는 북한 찬양을 멈추지 않았다.
북한의 선전활동에 동조하는 내용의 이적표현물을 만들어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혐의로 2007년 징역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형이 2010년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 확정됐지만 그는 2012년 자신의 집에 '세기의 령도자 김정일 장군'이라는 제목의 북한 원전을 또 보관하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됐다.
조사결과 이 원전은 2001년 2월 평양 출판사가 발행한 것으로 2011년 사망한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의 논설, 수필, 일기, 시 등을 모은 책자였다.
책에는 '민족의 어버이 김정일 장군님은 저 하늘의 태양처럼 광휘로운 주체사상의 빛발로 온 누리를 밝히신다. 정력적인 향도로 인민의 운명을 개척하며 따사로
운 사랑의 손길로 만민을 보살피시는 인류의 위대한 태양이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성수 판사는 이 책자 외 이적표현물 107건을 소지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30일 "피고인은 같은 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범민련 남측본부 고문으로 활동하며 또 범행했다"며 "갖고 있던 이적표현물의 수가 적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피고인의 행위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에 치명적이고 심각한 위협을 주지 않았고 고령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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