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역 뒷골목 맛있는 지도] 주택가엔 나만 아는 맛집, 큰길엔 삼대가 찾는 명가

송정.김경록 2016. 3. 30. 00: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택·빌라가 들어선 골목엔 개나리를 시작으로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강남통신이 ‘맛있는 골목’을 찾아 나섭니다. 오래된 맛집부터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까지 골목골목의 맛집을 해부합니다. 빼놓지 말고 꼭 가봐야 할 5곳의 맛집은 별도로 추렸습니다. 이번 회는 주택가의 아늑한 분위기에서 한식·일식·프렌치 등 다양한 분야의 고급 식당과 오래된 맛집을 만날 수 있는 압구정역 뒷골목 맛집을 소개합니다.

북적이는 인파와 시끄러운 음악 소리, 늦은 밤까지 환하게 켜진 불빛. 강남 도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압구정역 2·3번 출구에서 도산대로 사이 골목은 이러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릅니다. 아늑한 주택과 빌라, 작은 공원들 사이로 여유 있게 걷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봄엔 오래된 주택과 빌라 사이로 개나리·진달래 같은 봄꽃이 피어 더욱 걷기 좋습니다. 소박하고 정겨운 이미지와는 달리 서비스와 맛 모두 만족시켜줄 맛집도 많습니다.

저층 주택과 작은 공원이 어우러진 골목
모던 한식부터 전통의 중식당까지
“인사 좀 그만해요” 친철한 서비스는 덤

압구정역 3번 출구에서 강남을지병원 앞 교차로, 다시 도산대로에서 언주로로 둘러 쌓인 압구정역 뒷골목은 대로와 골목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압구정역부터 강남을지병원 앞 교차로까지 900m에 이르는 대로는 성형외과·정형외과 같은 병원과 극장, 은행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거리엔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이 분주하게 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한 블록만 골목으로 들어가도 분위기는 다르다. 건물의 높이는 3~4층으로 낮아지고 지어진 지 20~30년은 돼 보이는 빨간색 벽돌 건물과 빌라가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은 여유 있게 걸음을 옮긴다. 골목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인 소망교회와 현대맨션 옆에 있는 신사무궁화공원과 개나리공원, 농협 뒷골목의 까치공원 같은 작지만 잘 정돈된 공원이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어갈 수 있다. 압구정역 인근은 강남에서도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꼽힌다. 지하철 3호선이 있고 동호대교와 한남대교 진입이 쉬워 차를 이용해 강북으로 이동하기도 좋다. 압구정역 고가 밑 공영주차장과 골목 사이 사설주차장이 있고, 대부분 식당이 발레파킹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주차가 편리하다.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개나리 핀 산책길에 숨은 아지트

지난 16일 오후 3시, 압구정역 뒷골목은 봄 분위기가 물씬했다. 미세먼지가 걷히고 제 얼굴을 드러낸 파란 하늘 아래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을 알렸다. 포근한 날씨에 유모차를 끌고 나온 30대 주부, 가족의 손을 잡고 산책에 나선 백발의 어르신이 여유 있게 거리를 걷는 모습이 보였다. 인근 백화점에 쇼핑하러 왔다 산책에 나선 이순영(58)씨는 “어린 시절 거닐던 골목길이 생각나거나 조용히 걷고 싶을 때 찾아온다. 삭막한 아파트와 달리 편안해 좋다”고 말했다. 주택가의 특성상 술집은 찾기 힘들다. 얼마 전 도산대로 안쪽 골목에 있던 바는 장사가 안돼 브런치 식당으로 바뀌었다. 술집이나 유흥시설이 없다 보니 밤늦은 시간에도 골목 안은 조용하다.

 골목에는 오래된 주택과 빌라가 가장 많지만 식당·카페 같은 맛집도 종종 눈에 띈다. 특히 골목 안에 있는 식당은 다녀간 사람들의 입소문만으로 맛집으로 이름난 곳들이 대부분이다. 압구정1동성당 앞 일식당 ‘하카타셉템버’는 골목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서영민(50) 오너셰프는 “창밖으로 푸른 나무와 주택의 포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후쿠오카에서 일하던 가게와 닮아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 창밖 풍경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실제 가게 1층의 커다란 창으로 주택가 골목의 분위기와 나무를 볼 수 있다. 조선시대 고종이 즐겨 먹었다는 두텁떡을 비롯해 궁중떡과 한과를 파는 호원당, 점심엔 국수를 저녁엔 얼큰한 전골을 파는 두레국수 등도 골목 안에 있다. 통영 향토음식을 파는 충무상회도 골목을 대표하는 맛집이다.


도산대로 뒤편엔 트렌디한 가게

강남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뛰어난 서비스다. 언주로 건너 도산공원 인근 파인다이닝(고급 식당)을 비롯해 강남 식당은 서비스가 기본이다. 압구정역 뒷골목은 강남 특유의 고급 서비스를 시작한 곳이다. 81년 길동에서 현재 위치로 이전하며 동네에서 가장 먼저 터를 잡은 삼원가든은 직원이 고기를 굽고 잘라주는 서비스로 기존 고깃집과 차별화 했다. 고객들이 “인사 좀 그만하라”고 말할 때까지 웃으며 인사했다. 이원길(54) 삼원가든 총지배인은 “청결·서비스·맛을 강조하는 직원 교육으로 당시 유명 특급호텔에서 벤치마킹 올 만큼 서비스 면에서 인정받았다. 지금도 매일 1시간30분씩 직원 교육을 한다”고 설명했다. 프렌치 레스토랑의 1세대로 클래식 프렌치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라미띠에도 지난해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이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명식 라미띠에 오너셰프는 “길 하나 차이인데 복잡한 로데오와 달리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시작해 불고기 전문점으로 이름을 알린 한식당 한일관도 직원들의 능숙한 서비스로 만족도를 높이는 곳으로 꼽힌다.


오랜 맛집과 새로운 맛집 고루 만날 수 있어

압구정역 뒷골목의 장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 만한 다양한 맛집이다. 한 자리를 30년 넘게 지킨 전통 있는 식당부터 유행에 민감한 20~30대의 발길을 끄는 트렌디한 맛집까지 골고루 있다. 89년 압구정역 2번 출구 앞에 문을 연 ‘베이징덕’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북경오리 전문점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대표 맛집이다. 생선회와 해산물 등을 파는 충무상회는 89년 문을 연 이후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CGV 뒷골목 상가 지하 1층의 설매네도 역사가 20년 넘었다. 손만두전골·칼국수·국밥으로 유명한데 평일 낮엔 백발의 어르신들이 칼국수와 국밥 한 그릇을 함께하며 모임을 이어간다. 오래된 맛집에는 백발의 어르신부터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왔다 중년이 된 직장인, 다시 부모를 따라온 어린아이까지 삼대가 함께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도산대로 뒤편 골목엔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는 맛집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최근 트렌드인 모던 한식을 선보이는 ‘이십사절기’가 대표적이다. 서양요리부터 사찰음식까지 두루 경험한 유현수(토니유) 셰프가 한국 고유의 24절기에 따른 요리를 선보인다. 1월 문을 연 앙스모멍은 어떤 요리를 판다고 규정하기 어려운 곳이다. 언제든 브런치 메뉴를 즐길 수 있는데 제주도의 식재료를 비롯해 로컬 식재료를 자신만의 셰프만의 요리법으로 만든다. 임성균 오너셰프는 “이 요리를 이 가격에 먹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 만큼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압구정역 뒷골목 대표 맛집

라미띠에

1999년 문을 연 국내 1세대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웨스틴조선호텔 출신 장명식 오너셰프가 2006년 인수해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10주년을 기념한 메뉴를 선보인다. 몇 년 새 개성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들이 속속 문을 연 가운데 라미띠에는 묵묵하게 자신만의 클래식한 프렌치를 선보이고 있다. 점심·저녁 모두 코스 요리만 판매하는데 코스는 한 편의 영화나 연극이 흘러가듯 구성한다. 메뉴는 2개월 단위로 구성을 바꾼다. 고객의 90%가 기존 고객일 정도로 단골이 많다. 매장은 4개의 룸으로 돼 있는데 각각 2·4·6·10인이 들어갈 수 있다. 가게 규모가 작은 데다 일정한 양의 재료만 준비하기 때문에 예약해야 한다.

○ 대표 메뉴: 점심 5만5000·8만5000원, 저녁 12만·16만원
○ 영업시간: 점심(낮 12시~오후 3시) 저녁(오후 6시~10시30분)
○ 전화번호: 02-546-9621
○ 주소: 강남구 언주로 153길 7
○ 주차: 발레파킹(3000원)


하카타셉템버

중소기업 CEO였던 서영민 오너셰프가 일본에서 요리 유학과 연수를 하고 한국에 돌아와 2012년 연 일식당이다. 자신이 연수했던 후쿠오카의 지명인 하카타와 9월을 뜻하는 영어 셉템버를 붙여 가게 이름을 지었다. 점심에는 매일 다른 메뉴로 구성된 일본 가정식을 파는데 40그릇 정도이기 때문에 예약하는 게 좋다. 저녁에는 일본 전통 요리인 가이세키 요리를 선보이는데 한 달 단위로 구성이 달라진다. 서씨가 직접 수입한 사케를 포함해 40종의 사케가 있다. 사케 역시 3개월 단위로 30% 정도 종류를 바꾼다. 2년 전 2층까지 가게를 확장했다. 저녁에만 별도의 룸을 운영한다.

○ 대표 메뉴: 일본 가정식(점심) 1만2000원, 가이세키 코스(저녁) 6만원(5코스), 7만원(6코스), 10만원(8코스)
○ 영업시간: 점심(오전 11시40분~오후 2시), 저녁(오후 6시~자정), 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549-6139
○ 주소: 강남구 압구정로 34길 24 1·2층
○ 주차: 발레파킹(3000원, 저녁만)


삼원가든

40년 전 문을 연 전통 있는 한식당으로 3·4대째 대를 이어 찾아오는 단골이 많다. 81년 지금 자리로 가게를 이전하며 물레방아·초가집·연못·폭포 등 민속 조경으로 도심 속 정원을 만들었다. 이듬해 한우리(구 서라벌)·늘봄공원 같은 가든식당이 인근에 잇따라 문을 열며 강남 가든식당 시대를 열었다. 종업원이 고기를 굽고 잘라주는 서비스로 ‘고급 식당’ 이미지를 구축했다. 간장·마늘 등 기본양념에 배를 넣는 레시피를 40년째 유지하면서 최근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해 당분·염분의 함량은 낮췄다. 삼원가든을 비롯해 SG다인힐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참여하는 ‘SG다인힐 위크’를 맞아 4월 11일 본점과 대치점에서 음료 및 포장을 제외한 모든 메뉴를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 대표 메뉴: 한우양념갈비(150g) 5만8000원, 불고기 3만5000원, 갈비탕 1만3000원
○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10시(연중무휴)
○ 전화번호: 02-548-3030
○ 주소: 강남구 언주로 835 1층
○ 주차: 발레파킹(1000원)


앙스모멍

이태원 식구, 하베스트 남산으로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인 임성균 셰프가 1년간의 제주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지난 1월 서울에 열었다. 제주에서의 경험을 살려 제주산 멜젓(멸치젓)과 라임으로 드레싱을 만들어 훈제한 돼지고기를 다시 24시간 저온 조리로 익힌 ‘돔베고기’ 같은 메뉴를 선보인다. 식구의 대표 메뉴였던 정형돈(整形豚, 돼지의 등심과 갈빗대를 통으로 받아와 직접 ‘정형’해 만든 요리)도 맛볼 수 있다. 가격은 2만~3만원대로 MSG 등을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고수하며, 먹는 사람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이코노믹 퀴진’을 표방한다. 오픈을 기념해 와인 코르키지를 받지 않는다.

○ 대표 메뉴: 돔베고기 3만2000원, 어부의 수프 3만8000원, 돌아온 정형돈 2만9000원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전 2시(오후 3시~5시 쉬는 시간) 연중무휴
○ 전화번호: 02-540-8889
○ 주소: 강남구 언주로 153길 12 태경빌딩 1층
○ 주차: 발레파킹(3000원)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맛있는 지도]
▶아침 브런치, 점심 화덕피자, 저녁 싱글몰트…살아난 한남대로길
▶윤동주가 거닐던 서촌 옥인길, 오직 여기서만 만나는 작은 맛집
▶세로수길 접어들 때 보았네 외국에서 맛본 디저트
▶싸고·편하고·맛있다…1만원대 뷔페만 6곳, 반포 뉴코아
▶바 찾는 이 늘어났다, 다시 반짝이는 골목 청담동

▶강남통신 기사를 더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수도권 18곳 오차범위 접전··· 서울·경기 승부처는?

유권자에 쌀 한 포대씩··· 김진표 선거법 위반 논란

창원·춘천서 야권연대…안철수 "후보 단일화 막기 힘들어"

여고생 양말에 꽂힌 요리사…"신던 양말 팔아라"

'축구황제' 펠레, 삼성전자 상대로 350억 원 소송제기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