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너희 인턴 꼬셔도 돼?"..'甲질'과 방조가 부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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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ixabay 자료사진 |
대기업 직원은 함께 술을 마시다 만취한 하청업체 여자 인턴을 강제로 추행했다. 인턴을 보호해줘야 할 상사인 하청업체 직원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갑(甲)질’ 범죄의 피해자는 입사한 지 2주일 밖에 되지 않은 21살 사회초년생이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하청업체 인턴 A 씨(21)를 추행하고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국내 유명 대기업 의류계열사 직원 최모 씨(42)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최 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하청업체 직원 권모 씨(35)에게는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최 씨와 권 씨에게 각각 성폭력치료강의 80시간과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최 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성북구 한 식당으로 권 씨와 피해자 A 씨를 불렀다. 앞서 최 씨는 권 씨에게 피해자를 술자리에 데려오라고 했다. 권 씨에게 회사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주요 거래처 실무자이자 회사 사장과도 친분이 있는 최 씨의 부탁은 ‘명령’과 다름없었다. 권 씨는 A 씨에게 술자리에 참석할 것을 종용했다. A 씨는 전날 과로로 몸이 안 좋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권 씨를 따라 술자리에 참석했다.
A 씨는 이날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최 씨와 권 씨가 주는 대로 술을 받아 마셨다. 2시간가량 흐르자 A 씨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했다. 최 씨는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어 식당 의자에 누워있는 A 씨를 껴안고 신체를 더듬었다. 이후 의식이 없는 A 씨를 인근 모텔로 데려갔다.
권 씨는 당시 술자리에서 최 씨의 범행을 지켜보면서도 단 한번도 말리지 않았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최 씨의 비위를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는 오히려 최 씨가 A 씨를 모텔로 데려가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그렇게 하라”고 답했다. 대기업 과장의 지저분한 하청업체 ‘갑질’은 이렇게 이뤄졌다.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큰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직장 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최 씨와 권 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성폭력 전과가 없는 점과 최 씨가 상당한 금액의 합의금을 지급했고 피해자가 최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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