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이은결은 왜 '일루셔니스트 EG'가 되었나
실험적인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의 개막작은 프랑스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를 소재로 한 비언어 퍼포먼스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다. 멜리에스가 20세기 초 영화에서 실험했던 것들을 무대에 펼쳐 보이는 1인극의 주인공은 한국 마술계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이은결(35)이다.
그는 ‘일루셔니스트 EG’라는 이름을 내걸고 공연의 구성과 연출까지 맡았다. EG는 이은결이 대중적인 마술사가 아닌 작가주의 예술가로서 선입견 없이 관객과 만나고 싶어서 만든 이름이다. 그가 EG로서 만든 ‘디렉션’은 지난 1월 현대 공연예술의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 시립극장(테아트르 드라빌)의 초청을 받아 무대에 올랐다.
지난 27일 두산아트센터에서 ‘멜리에스’ 공연을 마친 그를 만났다. 이은결은 “어린 나이에 마술을 시작해 누구보다 빨리 꿈을 이뤘다. 하지만 2006년 세계마술사연맹(FISM) 월드챔피언십 1위를 차지하고 2007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한 뒤 매너리즘에 빠졌다”며 “답답함을 느끼며 미학 등 이것저것 혼자 공부하고 있을 때 2009년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 작가의 제안으로 함께 ‘시네매지션’을 만들면서 창작자로서 새로운 길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마술과 영화를 결합했던 멜리에스를 소재로 한 ‘시네매지션’은 마술, 영화, 영화를 찍는 행위에 대한 총체적 퍼포먼스다. 이후 멜리에스에 대해 깊이 천착한 그는 지난해 페스티벌 봄에서 처음으로 ‘멜리에스 일루션-프롤로그’를 선보였고, 올해 발전된 버전인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를 내놓았다.
그는 “마술은 역사에서 크게 두 번의 죽음을 경험했다. 하나는 영화의 발명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의 발명에 따른 것이다. 첫 번째 죽음 이후 주술적 성격을 버린 마술은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면서 “두 번째 죽음이 최근 진행되고 있는데,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 요즘 시대에 내가 내린 결론은 마술이 ‘신비주의’를 버리고 무대 위 일루션(환영)을 다루는 예술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마술 테크닉이 모조리 공개되고 마술 특유의 신비감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그는 ‘마술의 예술화’를 주창하고 나섰다. 그는 “마술이 오랜 역사에도 학문으로 정립되지도 않고 미학도 없다. 마술사들이 이제 마술은 픽션(허구)이라는 것을 관객 앞에서 인정한 뒤 일루션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만화가 제9의 예술로 받아들여진 것처럼 일루션이 제10의 예술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그가 마술사 이은결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오는 4월 4∼1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마술사 데뷔 20주년 공연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을 여는 등 앞으로도 마술쇼를 선보일 계획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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