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56) 연세에스병원 림프부종 및 하지정맥류클리닉] 하지정맥류 아시아 최다 치료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2016. 3. 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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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수술 권위자 소문에 난치성 림프부종 환자도 몰려 하지정맥·림프부종 전문화 박차
연세에스병원 심영기 박사가 원인불명의 림프부종으로 왼쪽 다리가 부어오른 남성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연세에스병원은 이런 난치성 림프부종 치료와 하지정맥류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돌봐주는 곳이다. 곽경근 선임기자
심영기 박사

서울 강남구 학동로4길 영동시장 입구 연세에스병원(원장 심영기)은 일반인에게 조금 낯선 병원이다. 다른 전문병원들과 같이 환자나 보호자들로 복작대지 않는다. 그래서 병원 내 외래대기실은 물론 입원실도 적막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한 편이다.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들만 찾는 병원인 까닭이다.

연세에스병원은 성형외과가 주 진료과목이다. 병원장 심영기(63) 박사도 성형외과 전문의 1세대다. 그런데 이 병원은 서울 강남지역의 여느 성형외과와 많이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쌍꺼풀 수술이나 코 성형 수술 후 얼굴에 붕대를 감거나 모자를 깊게 눌러 쓴 환자들보다는 얼핏 보기에도 비정상적으로 굵은 팔다리에 압박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바로 하지정맥류와 림프부종 환자들이다.

심 박사는 국립의료원 성형외과에 근무할 때나 심영기SK성형외과를 개업했을 때 한동안 인공적으로 외모를 가꿔주는 미용성형 수술을 주로 했다. 특히 얼굴에 생긴 주름이나 기미를 레이저로 제거하는 시술을 많이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심 박사는 28일 “주일 날 교회에서 기도 중 불현듯 같은 미용성형이라도 인공미인을 만들어주기보다 병적으로 일그러진 몸에 자연미를 되살려주는 재건성형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그래서 일차로 찾은 것이 성형외과 분야인데도 당시로선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하지정맥류 수술이었다. 하지정맥류란 유전 또는 직업의 영향으로 정맥판막기능에 문제가 생겨 혈액이 역류되는 바람에 다리에 굵고 푸른 혈관(속칭 힘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도 점점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전체 인구의 약 5%에서 발견될 정도다. 더욱이 발병하면 자연 치유되지 않고 점점 심해져서 피부 각화현상, 혈전성 정맥염 및 궤양이 생겨 고통이 가중된다. 이런 후유증을 막으려면 조기 진단,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 전후 악화 및 재발 예방을 위해 의료용 압박스타킹도 신어야 한다.

심 박사는 1995년부터 수십 차례 독일을 오가면서 수술하지 않고 하지정맥류를 치료하는 방법을 탐문했다. 그 결과 혈관경화제 주사로 도드라져 보기 흉한 혈관을 없애는 치료법을 비롯해 고주파, 레이저, 냉동요법 등 이 분야의 새로운 의료기술을 잇달아 선보이는 개척자가 됐다. 비(非)수술 하지정맥류 치료법을 더욱 발전시킬 목적으로 2001년엔 대한정맥확회 발족도 주도했다.

연세에스병원이 그동안 국내외에서 치료한 하지정맥류 환자 수는 무려 4만여명이나 된다. 아시아권 최다 진료 실적이다. 정맥류 환자들을 많이 치료하다 보니 다리 수술 권위자로 소문이 나게 되면서 난치성 림프부종 환자들도 연세에스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둘 다 다리 문제니까 이 병원에선 치료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환자들 사이에 퍼진 것이다. 연세에스병원이 하지정맥류클리닉에 이어 난치성 림프부종클리닉도 전문화하게 된 배경이다.

림프부종은 림프관이 막히거나 기능부전으로 팔이나 다리가 점점 심하게 부어오르는 병이다. 주위 림프절까지 절제한 암 수술 환자의 약 30%에서 수술 직후 또는 수년 후 나타난다. 유방암 수술 후에는 팔이, 자궁암 수술 후에는 다리가 붓게 된다.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치료를 받은 환자일수록 림프부종 발생률이 높다. 국내에는 현재 약 3만명의 림프부종 환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암 치료 후 합병증으로 생기고, 후진국에선 사상충 감염에 의한 풍토병으로 많이 발생한다. 문제는 선진국 병원, 후진국 병원 가리지 않고 붕대요법, 마사지, 압박스타킹 착용 외에 환자들에게 마땅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는 점이다.

심 박사는 수소문 끝에 림프절 미세수술 대가인 프랑스의 코린 베커 교수를 알게 됐고, 2008년부터 직접 프랑스로 날아가 수차례 그의 수술법을 배웠다. 또 연세에스병원으로 베커 교수를 초청, 그의 지도 아래 림프절이식수술을 집도하며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기대 이하였다. 그 때의 실망감과 좌절감은 심 박사 특유의 도전 정신을 자극할 정도로 무척 컸다. 심 박사는 결국 베커식 치료법을 뛰어넘는 자신만의 새 치료법, ‘림프배액술’을 고안해 미흡한 점을 보완하는데 성공했다. 소위 ‘심영기식 림프배액술’의 탄생이다.

이 치료법의 성적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상태다. 심 박사는 “시술 후 모든 환자에게서 부종이 80%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심영기 박사는 한국의사 첫 중국 의사면허… 번역서 4권 펴내고 3차례 대변신

1954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서울 경동고등학교를 거쳐 79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인턴 및 전공의 수련과정은 국립의료원 성형외과에서 이수했다.

87∼92년 국립의료원 성형외과 전문의와 부과장을 역임하고, 93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심영기SK성형외과의원을 개원했다. 이어 2008년부터 지금까지 연세에스병원을 경영하고 있다. 중국 다롄과 베이징 도심에도 각각 분원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심영기 박사는 한국 의사로선 최초로 중국 의사면허를 획득했을 정도로 중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한다. 중국인 환자를 보는데 막힘이 없다. 90∼91년 스웨덴 웁살라대병원과 일본 키타사토대병원에서 각각 미세수술기법을 익혔다. 이때의 인연으로 스웨덴 스쿠그(SKOOG)의학회와 일본 미용성형외과학회 정회원이 됐다.

심 박사는 이밖에도 98년부터 세계정맥학학회 정회원, 대한성형외과학회 종신회원이면서 국제성형외과학회와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대한미세외과학회 정회원이기도 하다. 또 95년 대한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 학술이사를 역임한데 이어 2001년과 2008년 각각 대한정맥학회 부회장과 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동안 도설임상성형외과 강좌I·II, 성형외과의 기본수기, 창상치유 조직이식 등 번역서 4권을 펴냈다. 기초임상성형외과학을 저술했다. 2005년 1월 한국과학기자협회와 손잡고 의료봉사단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창립해 초대회장으로 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2011∼2012년 스와질랜드 기독의과대학 설립 추진위원장을 역임했다.

심 박사는 지금까지 3차례 변신을 꾀했다. 제1기는 성형외과 전문의로 레이저 주름제거 등 미용성형 분야에 주력하던 때, 제2기는 같은 미용성형 분야이면서도 쌍꺼풀이나 코 성형, 윤곽교정 등에 밀려 관심권 밖에 있던 하지정맥류 치료 분야를 개척해 정맥학회까지 만들어 발전시킨 때다.

심 박사는 2008년부터 시작된 또 다른 변신을 위해 애쓰고 있다. 암 수술 후유증으로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부어올라 고통을 받는 림프부종 환자들을 돌보는 일이다. 연세에스병원을 세계적인 하지정맥류 및 림프부종 전문병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꿈도 품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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