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에도 가만히 있으라"..'일본판 세월호' 초등학교 보존 결정

입력 2016. 3. 27. 17:16 수정 2016. 3. 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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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비극현장 보존’ 5년 논쟁 마침표 찍은 일본 오카와 초교
동일본대지진 때 ‘운동장에 가만히’ 교사들 지시에 참사
현장 지키게 됐지만 진상·책임 소재 갈등은 여전히 미해결

쓰나미에 휩쓸려 84명이 숨진 참사의 현장인 오카와 초등학교의 “교사 전체를 보존하는 것과 동시에 주변을 위령·추도의 장소로 정비해 가겠다”고 밝혔다. 사진 유투브 영상 캡처

“3·11 참사의 반성, 교훈을 전하는 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사명입니다. 다음 세대에 이를 전승하기 위한 의무를 감당하겠습니다.”

지난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비극의 현장을 보존할 것인가, 해체할 것인가. 이시노마키시가 지난 5년 동안 이어져 온 긴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가메야마 히로시 이시노마키 시장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쓰나미에 휩쓸려 84명이 숨진 참사 현장인 오카와 초등학교에 대해 “교사 전체를 보존하는 것과 동시에 주변을 위령·추도의 장소로 정비해 가겠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오카와 초등학교 참사’는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으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세월호 참사처럼 어른들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목숨을 희생시킨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동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거대 쓰나미가 몰려오는데도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운동장에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했다. 당시 “뒷산으로 도망가자”는 일부 학생들의 아우성이 있었지만 결국 학생 74명과 교사 10명 등 84명이 50분 뒤 운동장을 덮친 쓰나미에 희생되고 말았다.

보존 결정은 쉽지 않았다. “후세에 교훈을 전하기 위해” 교사를 보존해야 한다는 보존파의 의견과 “건물더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는 해체파의 의견이 치열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이시노마키시가 오카와 지구 주민들을 상대로 한 ‘의향 조사’에선 과반을 넘는(54%) 주민들이 해체를 선택했지만, 시는 보존을 희망하는 유족들의 의향을 받아들여 이날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보존에는 6억7000만엔(약 69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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