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델도 연기도 다 되는 '멀티테이너' 이언정
[우지안 기자] 드라마 ‘아이리스’를 봤다면 미녀 테러리스트 이언정을 기억할 것이다. 한국의 메간 폭스라 불리던 그는 이국적인 외모에 탄탄한 몸매까지 갖춘 모델 출신 배우다. 오랫동안 모델 활동을 하고 난 후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된 연기자로서의 길은 그에게 또 다른 삶을 선물해줬다.
그리고 이제 이언정은 본인이 가진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쉽고 재밌게 알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언니랑’을 통해 아름답고 건강한 삶을 공유하고 싶다는 그의 포부는 남달랐다.
모델 그리고 배우, 다음은 어떤 수식어가 그를 대신할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택한 일에 대한 애정과 에너지는 마치 이제 막 연예계에 발을 담근 신인 같았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이언정과 함께한 시간을 들여다보자.
Q. 촬영 소감은
화보 촬영은 거의 1년 만이라 하기 전에 무척 떨렸다. 막상 촬영을 하고 나니까 필드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Q.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데 모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학생 때 친구들과 주말에 모여서 각자 옷을 입고 서로 사진 찍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한 친구가 모델 지망생이어서 찍은 사진으로 지원을 했고 우연찮게 제게만 연락이 왔다. 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친구가 인생을 바꿔준 셈이다(웃음).
Q.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는지
연기도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됐다. 1999년도에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 감독님께서 캐스팅해 주셨고 그때 처음 작은 역할이지만 스크린에 보이는 내 모습이 낯설면서도 새로운 세계로 다가왔다. 감독님도 실제로 보는 것보다 스크린에서 보는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고. 그때 처음 내 얼굴로도 연기를 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
Q. 걸그룹 ‘주얼리’ 멤버가 될 뻔했다고
모델 활동하고 있을 당시 신주학 대표님께서 가수 제의를 하셔서 연습생으로 잠깐 있었다. 하지만 연습생이라는게 언제 데뷔할지도 모르고 끝을 알 수 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던 모델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박차고 나왔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꿈이 가수였기 때문에 또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Q. 모델과 연기 그리고 가수까지 스펙트럼이 넓은데
다방면으로 잘하면 좋기는 한데 지금은 연기에 몰두하고 싶다. 이미 모델로서는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도 봤었고 일도 많이 했기 때문에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다.
Q. 매거진 ‘플레이보이’ 모델도 했었는데
2002년도에 미국에서 모델 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우연히 길 가다 캐스팅 제의가 들어와서 청바지 브랜드 ‘에비수’ 광고를 찍게 됐는데 그걸 본 관계자가 연락이 와서 찍게 되었다.
Q. 우리나라에서는 ‘플레이보이’모델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
당시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요즘이라면 사회 분위기나 트렌드에 맞춰 다른 반응일 수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또 한국에서는 ‘플레이보이’에 대한 수식어가 ‘성인 잡지’라고 각인돼서 불법적이고 음지에 있는 느낌으로 비치는 것 같다. 성인 비디오를 찍었던 것도 아니고 모델로서 의미 있었던 촬영을 했다고 생각한다.
Q. 지금 다시 제의가 들어오면 찍을 의향이 있는지
좋은 화보라면 충분히 다시 할 수 있다.
Q. 모델 VS 배우
모델은 호흡이 짧다. 오늘 같은 화보 촬영도 몇 시간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않는가. 하지만 영화는 긴 호흡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야 한다. 호흡이 길다 보니 모델을 했던 사람으로서는 어려운 관문이었고 뛰어넘어야 할 벽이었다.
또한 모델 같은 경우에는 메이크업이나 의상이 화려하지 않나. 촬영을 할 땐 현실적이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이미지를 표현하며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인 것 같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Q.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가 주로 ‘센’ 캐릭터였는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
키도 크고 생김새 자체가 미인상이 아니다 보니 강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 맡게 된 배역들이 ‘센’ 캐릭터였던 것 같다. 본래 성격이 털털하고 재밌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어떤 사람은 멜로는 안 어울린다고 하지만 멜로는 여배우라면 무조건하고 싶은 거다(웃음).
Q. 멜로 연기는 어떤 멜로
영화 ‘러브&드럭스’의 앤 해서웨이가 맡았던 배역. 병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캐릭터로 나오는데 속으로는 힘들지만 애써 밝은 모습을 내비치는 그런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베드신이 있는 작품도 많이 들어오지만 의외로 보수이라 베드신을 소화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 어떤 사람은 모델일 할 때는 수영복이나 속옷만 입고도 잘하면서 왜 베드신은 못하냐고 하지만 연기는 상대방과 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어려운 일이다. 또한 단순히 관객을 끌기 위한 목적의 수단이라면 거기에 이용되고 싶지는 않다.
Q. 가장 애착 가는 작품
‘이언정’이라는 사람을 보여주고 인식시킬 수 있었던 드라마 ‘아이리스’. 이례적으로 광화문 일대를 막고 촬영도 했었고. 그런 작품을 더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Q. 할리우드 영화 ‘더 라이프’ 출연 계기는
뉴욕 소호에 갔을 때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누가 뒤에서 뛰어오더라. 영화 프로듀서라며 명함 한 장을 줬다. 근데 워낙 사기꾼이 많으니까 그냥 명함만 받아 놓고 있었다(웃음). 그러다 어느 날 기사를 보다가 그때 그 사람이 말했던 영화가 촬영이 시작된다는 걸 보고 연락을 했다. 관계자가 ‘큰 역할이 아닌데 그래도 할 마음이 있느냐’해서 경험 삼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영화 자체가 상업 영화가 아니었는데 출연진이 유명해서 이슈가 됐던 것 같다. ‘더 라이프’ 출연 덕분에 미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촬영을 하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Q. 그 이후로는 할리우드 영화 출연 제의가 또 없었는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미국에 가면 길거리에서 캐스팅 제의를 많이 받는다(웃음). 어느 날은 에이전트가 쫓아와서 일을 한번 같이 해보자고 했었다. 당시에 한국에서 영화를 찍고 있었기 때문에 스케줄이 맞지 않아 결국 미팅은 못 했다.
Q. 앞으로도 해외에서 일 할 생각이 있는지
내 외모가 한국보다는 외국에서 괜찮은 것 같다(웃음). 한국에서도 들어오는 일에서만큼은 열심히 했지만 어느 순간 게을러지고 나태해지면서 현실에 안주하게 되더라. ‘미국이라는 땅은 내게 좀 더 동기를 부여하는 나라고 좀 더 기회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회가 된다면 꼭 하고 싶다.
Q. 요즘 근황은
유튜브에서 운동 관련 영상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언니랑’이라는 제목으로 푸드, 뷰티, 운동 이렇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선보이려고 하는데 4월 초쯤에 나올 것 같다. 5-6년 전부터 따로 시간 내서 운동할 시간이 없을 때 외국에서 제작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운동을 했었다. 당시에 한국에서는 그런 영상이 없어서 내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알려줘서 다 같이 아름답고 건강해지면 좋으니까. 아무래도 운동은 몸과 관련되어 있으니까 제대로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필라테스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다. 작은 습관을 바꾸면 몸이 바뀌는데 그런 점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Q. SBS 리얼 예능 ‘짝’ 출연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서른 이후부터는 계속 결혼이 하고 싶었다. 시골에서 오랫동안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혼자 서울로 왔고 모델 일을 하면서도 계속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있다가 집에 오면 공허하고 외롭더라. 그래서 ‘짝’에 출연하게 됐다. 출연 전에 많이 고민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방송에서 드러내는 것이 힘든 일이지 않나. 또 설령 커플이 되고 나서 서로 안 맞아 헤어지게 되면 상대방에게 가는 불이익이 많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출연을 결심하고 정말 좋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보고 싶었는데 불행히도 만나지 못 했다.
Q. 최근 개봉작들이 흥행이 안됐는데
저예산 영화를 찍다 보니까 전체 영화의 스토리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가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과 돈에 쫓기다 보니 표현이 잘 안됐고 흥행이 안됐다. 찍었던 영화들이 소재가 신선했는데 여러 가지 환경에 의해 흥행이 안돼서 안타깝다.
Q.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
두루두루 다 친하게 지내고는 있지만 최근에 ‘바다’랑 자주 만났다. 행사장 가서 우연히 만났다가 친해졌다. 수다도 떨고 춤도 추러 가고(웃음). 압구정에 좋아하는 LP 바가 있어서 거길 자주 간다.
Q. 촬영할 때 보니 몸매가 정말 탄탄하던데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평생 다이어트 한다고 생각하고 산다. 익스트림한 운동을 굉장히 좋아해서 권투, 무예타이, 번지점프같이 도전하고 액티브한 운동을 주로 했다. 그런 운동을 많이 하다 보니 근육통이 오더라. 그 이후로는 요가를 10년 정도 하다가 지금은 호흡을 조절할 수 있는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필라테스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아팠던 근육통이 없어져서 꾸준히 하고 있다.
Q. 피부 관리
8년째 1일 1팩을 하고 있다. 피부 유산균도 먹고 콜라겐도 먹는다. 지속적으로 관리해줘야 한다.
Q. 이언정의 강점
잡초 같은 거(웃음). 우울했던 적이 많았는데 우울함 감정을 스스로 잘 다스리는 것 같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가장 큰 장점 아닐까.
Q. bnt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유튜브 영상도 많이 보시고 모든 분들이 함께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연기자 이언정으로 비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 싶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테니까 관심 가져주시고 지켜 봐주셨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우지안
포토: bnt포토그래퍼 문진우
의상: 레미떼, 아키클래식
슈즈: 모노톡시by모노바비, 아키클래식
선글라스: 라피스 센시블레
시계: 마르벤
헤어: 빈 헤어&메이크업 혜리 팀장
메이크업: 빈 헤어&메이크업 장영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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