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전쟁' 예멘 내전 1년..중동 패권 다툼에 국민만 고통

2016. 3. 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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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1년에 예멘 국민중 2천여만명이 구호 필요한 처지

내전 1년에 예멘 국민중 2천여만명이 구호 필요한 처지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 3월26일(현지시간) 예멘 시아파 반군을 전격 공습하면서 내건 작전명은 '단호한 폭풍'이었다.

예멘은 이 작전명대로 폭풍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우디는 즉시 걸프지역의 수니파 왕정을 중심으로 아랍동맹군을 결성해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를 군사적으로 압박했다.

이는 사우디가 후티의 배후를 지역 패권의 경쟁자이자 시아파 맹주 이란으로 지목했기 때문이었다. 사우디는 '숙적' 이란이 자신의 뒷마당이나 다름없는 예멘에서 친(親)사우디 정권을 교란하는 상황에 극도로 예민해졌다.

자칫 정부가 후티에 전복되면 이란이 수니파의 종교·정치·경제적 핵심인 걸프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하게 되는 탓이다.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은 시아파가 국민의 다수인 바레인에 사우디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도 사나를 점령하긴 했으나 예멘 북부의 무장조직에 불과했던 후티는 대규모 연합 공습에 주춤했고, 내전은 손쉽게 끝나는 듯했다.

공습 개시 한 달도 되지 않은 4월21일 사우디는 작전명을 '희망의 복원'으로 바꿨지만 오히려 희망은 점점 무너져갔다.

하지만 지상전을 맡아야 했던 친정부 민병대와 일부 정부군의 전력은 오랜 시간 게릴라전으로 전투력을 다진 후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내전은 표면적으론 쿠데타를 일으킨 반군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정부군의 전투지만 사우디와 이란이라는 중동의 양강의 대리전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면서 1년이 지났지만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승부를 내려고 사우디는 급기야 지난해 7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걸프의 수니파 왕정과 함께 지상군까지 투입했으나 일진일퇴를 거듭할 뿐 어느 한 쪽에 압도적으로 전세가 기울어지진 않았다.

예멘에선 '아랍의 봄'의 여파로 30여년 철권통치하던 알리 압둘라 살레 정권이 2012년 초 실각한 뒤 민주적 정권 이양 절차가 진행됐다.

하지만 예멘의 민주화는 지독한 가난이 발목을 잡았다. 높은 실업률과 정부의 연료비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힘입어 후티가 2014년 9월 사나를 점령한 것이다.

이후 후티와 정부 사이에 정치 협상이 한때 이뤄지기도 했으나 연방제 실시 방법과 권력 분점에 이견을 보이면서 지난해 2월 후티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가 남부 예멘으로 피신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후티는 무력으로 예멘을 접수하기 위해 남하, 정부를 위협하자 사우디가 꼭 1년전 공습으로 개입하면서 예멘 내전이 본격화됐다.

예멘 내전은 중동의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유혈분쟁과 달리 암담하기 짝이 없다.

예멘은 이라크처럼 석유가 풍부한 곳도 아니고, 시리아와 같이 지정학적인 요충지가 아닌 탓에 주변 강대국들이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려는 노력이 없는 것도 장기화의 이유다.

미국 정부마저 사우디에 사실상 예멘 내전을 일임하고 손을 뗐다.

시아파 반군의 배후로 의심되는 이란은 국경을 맞댄 시리아처럼 직접 개입하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 있다. 이란의 입장에선 사우디의 턱밑에 자신에게 우호적인 시아파 반군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면 '금상첨화'지만 반군이 패배하더라도 큰 손해는 없기 때문이다.

유엔만 평화 협상을 이뤄보려고 분주히 사우디와 반군 사이를 오가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다.

걸프지역에 이란이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는 시아파 반군과 정치 협상으로 권력을 분점할 뜻이 전혀 없는 사우디는 아예 이들의 싹을 자르기 원한다.

몇 차례 일시 휴전이 성사되기도 했고, 평화협상이 마련되기도 했지만 정부와 반군의 이견과 불신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내전의 틈을 타 알카에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점점 넓히고 있어 예멘 내전은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

이들 수니파 무장조직은 주적을 시아파 반군으로 내세우는데, 이 때문에 사우디나 미국의 반군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알카에다와 IS를 도와주는 셈이 된다.

'적의 적이 내 편이 아닌' 딜레마가 예멘 내전이 풀리지 않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내전이 길어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예멘의 국민은 도탄에 빠졌다.

예멘에서 구호사업을 하는 옥스팜이 내전 1년을 맞아 22일 낸 자료에서 "무분별한 공습과 전투로 6천100여명이 숨졌고 240만여명이 집을 떠났다"며 "예멘 인구의 82%인 2천12만명(어린이 990만명 포함)이 긴급한 인도적 구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옥스팜은 또 예멘 내전으로 지난 1년간 하루 평균 113명의 사상자가 나고, 기근 직전의 인구가 760만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아동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도 24일 "예멘 어린이 130만명이 영양실조 상태고 이중 32만명은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면서 내전 중단을 촉구했다.

남부 아덴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압둘 마나 씨는 24일 알자지라 방송에 "아이들이 살 변변한 집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며 "오직 내가 원하는 건 안정, 안정, 안정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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