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이성 지현준·똘끼순수 정원영, 연극 '지구를 지켜라'

이재훈 2016. 3. 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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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연극 '지구를 지켜라'에서 만식 역을 맡은 배우 지현준(왼쪽), 병구 역을 맡은 정원영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24. taehoonlim@new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연극 '지구를 지켜라'에서 만식 역을 맡은 배우 지현준(앞), 병구 역을 맡은 정원영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24. taehoonlim@new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연극 '지구를 지켜라'에서 만식 역을 배우 지현준(오른쪽), 병구 역을 맡은 정원영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24. taehoonlim@new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연극 '지구를 지켜라'에서 병구 역을 맡은 배우 정원영(왼쪽), 만식 역을 맡은 지현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24. taehoonlim@new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연극 '지구를 지켜라'에서 만식 역을 맡은 배우 지현준(왼쪽), 병구 역을 맡은 정원영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24. taehoonlim@new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광기와 이성의 배우 지현준(38)은 '강만식', 똘기와 순수의 배우 정원영(31)은 '이병구'에게 적확하게 가닿는다.

초연을 앞둔 연극 '지구를 지켜라'에서 병구는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양봉업자, 만식은 안드로메다 PK-45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라 여겨져 병구에게 납치되는 유제화학의 사장이다.

연극 '에쿠우스'에서 광기 어린 소년 '앨런', 연극 '시련'에서 세상의 부당함에 저항하는 '존 프락터'의 지현준은 섬뜩한 이성의 날을 벼리고 있음에도 미친 듯한 열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뮤지컬 '완득이'에서 악동이지만 순수한 '완득이',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여신의 존재를 순수하게 믿는 '순호', 연극 '엘리펀트 송'에서 코끼리에 집착하는 여린 정신과 환자 '마이클'의 정원영은 에너제틱하면서도 깨끗함을 잃지 않았다. 지현준의 강만식, 정원영의 이병구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마니아층을 구축한 장준환 감독의 SF 블랙코미디 동명영화(2003)가 바탕이다.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과대망상증 환자의 페이소스, 현대사회에 만연한 문제의식을 녹여내며 의미를 평가받았다.

연극 '지구를지켜라'는 외계인이라는 SF소재를, 마음 속 깊은 상처를 갖고 있는 병구와 그 상처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로서 문제해결의 키를 쥔 강만식, 두 사람의 심리게임으로 풀어낸다.

너무 밝아서 팬들 사이와 이지나 연출에게 '햇살이'로 통하는 정원영은 "병구는 외롭고 고독한 인물로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다"며 "다양한 인물로 표현될 수 있게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병구는 도전적인 캐릭터다. 외계인을 믿는 등 밝고 순수한 면이 있다. 하지만 비극적인 부분도 많다. 연출님이 관련해서 많은 숙제를 내줘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연극의 멀티 역처럼 상황마다 인물이 멀티처럼 변한다. 그 다양한 면에 대해 고민 중이다."

이 연출이 섹시한 강만식을 요구하는데 그 부분은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강필석, 김도빈에게 맡기겠다며 웃는 지현준은 "주책 맞게 캐릭터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스포일러라 밝힐 수 없지만 강만식은 인간을 넘어서는 숨겨진 면모가 많다. "병구에 맞춰서 어떻게 살아남을 지 고민하는 캐릭터를 그리고 싶다. 그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겁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은 연극 '빛의 제국'에서 지현준과 부부를 연기 중인 문소리의 남편이기도 하다. 장 감독에게 캐릭터에 대해 물었다는 지현준은 "감독님 말로는 병구는 정상이라고 하더라. 병구가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닌 주변상황이 그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나 역시 그런 상황에서 출발하고 있다."

정원영도 병구를 마냥 미친 사람으로만 그리고 싶지는 않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미친 척을 하는 순호, 뮤지컬 '뮤직박스'의 히키코모리, '엘리펀트송'의 마이클의 모습을 섞어서 병구를 연기하고 싶지 않다. 정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더라."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온전히 자기의 길만 나가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로 병구를 해석했다. "지구를 지키겠다는 꿈 하나로 나아가는 인물이다.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연기보다는 확실히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확실히 있는 강단 있고 강한 아이로 그리고 싶다. 심신이 미약한 인물로 그려지면 오히려 재미가 없을 것이다."

지현준과 정원영이 한 작품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친분도 이 작품을 통해 시작됐다. 하지만 인연은 있었다. 2012년 6월 '제6회 더뮤지컬어워즈' 당시 남우조연상 후보에 함께 올랐으나 정원영 대신 지현준과 조강현이 받았다. 정원영은 "카메라가 나를 비춰서 혹시나 했는데 아니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현준이 형 이름은 이미 익히 들었다. 같이 작품에 출연한 사람들마다 칭찬을 한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봤는데 연극 출연작들을 못 봐서 아쉽다." 지현준은 정원영의 팬이라고 했다. 뮤지컬 '완득이' 등을 봤는데 "에너지가 대단한 친구"라고 했다.

무대 밖에서는 형제 못지 않은 다정한 사이가 돼가고 있으나 '지구를 지켜라'에서는 계속 맞붙어야 한다. 지현준은 "병구에 맞춰서 가야 한다. 캐릭터에서 권위와 무게를 뺄 생각이다. 가볍게 가야 기본적으로 한 가지 시선에만 머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계속 변화해야 다채로운 병구 캐릭터와도 계속 어울리기 때문이다."

지현준은 원작 영화에 대해 "처음에는 대개 재미있었고, 두 번째는 짠했으며, 세 번째는 골때리더라. 다시 보면서 재조명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번에 처음 영화를 제대로 봤다는 정원영은 "말들 하나하나가 이 사회를 빗대는 것 같아 뭉클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면서 "주변의 모든 사람이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상상을 했는데 그런 부분이 그려지는 것이 신선하고 재미있더라"며 즐거워했다.

13년 전 영화인데 기반에 짙게 깔린 페이소스와 사회의 부조리가 지금의 한국을 자연스레 반영한다.

지현준은 "우리는 평론가나 기자가 아니다. 시인이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이다. 사상이나 생각을 주입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모습 안에서 살아가는 걸 보여주면 관객들이 각자의 삶에 맞게 가져가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정원영은 "병구라는 인물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가가 과제다. 누군가는 미쳤다고 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강만식 역시 마냥 악역은 아니다. 이런 모순된 재미를 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자연스레 풍겨져 나오는 풍자의 기운은 차치하더라도, 연극은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점철된 영화처럼 재기발랄하다. 연습실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원영은 "너무 한 가지 주제만 파고들거나 심각하면 호러가 될 수도 있다. 이지나 선생님이 끝까지 웃자고 한다. 절박한 인물들의 상황이 아이러니한 웃음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현준과 정원영은 연극과 뮤지컬의 경계를 짓고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이 아니다. 두 영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지구를 지켜라'까지 세 번째 연극인 정원영은 "연극은 하면 할수록 힘들다. 근데 무대 위에서 땀이 흐를 때 희열은 느낀다. '지구를 지켜라'에서는 그 땀을 더 흘린다"며 즐거워했다.

지현준은 '길 떠나는 가족' '시련' '빛의 제국' 등을 통해 '국립극단의 황태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연극은 출연하면 할수록 조심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에너지를 쏟아내는 방식으로 연기하다 최근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강한 국립극단의 '빛의 제국'을 통해 힘 조절에 대해 고민하게 된 그는 "강만식이 그런 힘 조절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캐릭터다. 내게 적절한 타이밍에 온 중요한 작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4월9일부터 5월29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1관. 이병구 정원영·이율·샤이니 키, 강만식 지현준·강필석·김도빈, 순이 함연지·김윤지. 프로듀서 이성일, 원작 장준환 영화 '지구를지켜라', 극본 조용신, 각색 겸 연출 이지나, 음악감독 김성수, 세트디자이너 서숙진, 영상디자이너 정재진, 음향 김필수, 조명 정구홍. 4만5000~5만5000원. 페이지1·클립서비스·프로스랩.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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