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도 놀란 대기업들의 갑질, "신고하면 죽는다"
[머니투데이 세종=정진우 기자, 정혜윤 기자] [정재찬 공정위원장, 한달간 전국 현장돌며 불공정행위 점검..."5월에 기술탈취 직권조사 실시"]
'광주→부산→대구→인천→대전'
경제검찰 수장인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한달 간 현장 방문을 다닌 경로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광주에서 전기·전자 부품업종 간담회를 시작으로 △건설업종 간담회(부산, 3월4일) △자동차 부품업종 간담회(대구, 11일) △기계·금속·화학업종 간담회(인천, 18일) 등에 이어 24일 대전에서 벤처업종을 끝으로 총 5번의 지역별 중소업체 간담회를 열었다. 그동안 만난 중소기업 대표만 100명이 넘는다.
정 위원장이 한달 간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애로·건의사항은 뭘까. 정 위원장은 “중소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심각하게 건의 한건 대기업들의 보복이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이 미처 예상치 못한 현장 분위기였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중소업체들이 대기업의 보복이 두려워 불공정행위 등 신고를 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익명제보센터’를 만들었다. 1년간 하도급법·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제보된 건수는 총 74건. 공정위가 당초 예상한 100건 이상보다 낮았다. 공정위는 이중 21건(43억원)의 미지급 대금 문제를 해결했다.
정 위원장은 중소업체 대표들에게 “단 한 차례 보복행위만 있어도 바로 관계 기관에 입찰참가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며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피해를 입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고와 제보를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하도급법 제19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보복행위 중 상대적으로 피해금액과 파급효과가 큰 심각한 보복 행위에 대해 바로 관계기관에 입찰참가 제한을 요청하는 제도로 올해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또 중소업체들이 하도급 대금 미지급 등 대기업들의 갑질이 여전하다는 현장의 얘기도 들었다. 그는 “불공정 하도급 관행 문제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며 “현장의 불만들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직권조사를 통해 법적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앞선 간담회에서 업종별 하도급대금 미지급 조사를 다음달에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대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올해 5월 중 ‘서면교부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뺏는 것과 관련, “기술을 유용한 원사업자는 엄중하게 처벌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도급법(제12조의3 제2항)에 따르면 원사업자(대기업)가 수급사업자(중소기업)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 요구 목적과 비밀유지 사항 등이 담긴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무조건 발급해야 한다.
업계에선 정 위원장의 이런 현장 행보를 반겼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그동안 원사업자의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와 유용행위로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공정위가 중소업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불공정 관행을 개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정혜윤 기자 hyeyoon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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